티메프 사태로 번진 ‘불신’…이커머스 생태계 흔들리나
[구영배 신화는 왜 무너졌나]④
쿠팡·네이버·C커머스 반사이익 전망
“이커머스 안전성·신뢰도 주요 평가 지표 될 것”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애용해 왔는데, 티메프 사태를 보면서 앞으로 마음 놓고 이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다른 이커머스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가 문제가 발생할까 봐 불안해요.” (30대 소비자 윤모씨)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티몬의 정산지연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커머스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싹트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일부 플랫폼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는가 하면, 이커머스 시장 1위 쿠팡·2위 네이버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 굳어지나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산지연 사태 이후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위메프·티몬 이탈이 이어지면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매자들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규모가 큰 대형 채널 위주로만 판매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주요 평가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은 쿠팡과 네이버가 큰 파이로 나눠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과 네이버(23.3%)가 각각 1, 2위였다. 둘을 합치면 과반에 달한다. 그 외 업체들이 각각 10% 이하의 점유율을 나눠 가지고 있다.
종합몰을 기준으로 보면 쿠팡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6월 종합몰앱 순위는 1위 쿠팡(3129만명)·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3위 테무(823만명)·4위 11번가(712만명)·5위 G마켓(497만명) 순이다. 티몬은 437만명으로 6위, 위메프는 432만명으로 7위다. 판매자들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와 티몬이 시장에서 빠지면 쿠팡과 네이버로 온라인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대형 사업자들의 판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제조사들도 대형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 운영사인 네이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티몬·위메프처럼 판매자와 소비자을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는 네이버가 볼 것”이라며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연간 거래액(7조원 규모) 중 2조5000억원 이상이 네이버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쿠팡은 물건을 판매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비중이 90%로 오픈마켓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쿠팡은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1400만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판매자나 소비자가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커머스업계 재편 가속화…C커머스 공세도
큐텐 사태는 이커머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위메프·티몬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의 다른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가 많고 규모가 작은 플랫폼 이용을 소비자들이 꺼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적이 부진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현재 신세계그룹(G마켓·SSG닷컴)과 11번가, 롯데온 등 국내 중하위권 이커머스는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SSG닷컴과 G마켓의 수장을 교체했다. SSG닷컴은 출범 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11번가는 SK스퀘어의 품을 벗어나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두 번의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서울역에 있던 본사를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하는 등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테무로 대변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초저가’로 무장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한국에 3년간 11억 달러(1조5000억원)을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물류 경쟁력까지 확보한 C커머스가 쿠팡·네이버 등과 배송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며 “특히 쿠팡·네이버 등 상위 사업자들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고 기업의 모태가 대기업인 이커머스 외에 신생 혹은 소규모 플랫폼은 큰 타격을 받아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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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티몬의 정산지연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커머스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싹트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일부 플랫폼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는가 하면, 이커머스 시장 1위 쿠팡·2위 네이버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쿠팡·네이버 양강 구도 굳어지나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산지연 사태 이후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위메프·티몬 이탈이 이어지면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판매자들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규모가 큰 대형 채널 위주로만 판매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주요 평가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은 쿠팡과 네이버가 큰 파이로 나눠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쿠팡(24.5%)과 네이버(23.3%)가 각각 1, 2위였다. 둘을 합치면 과반에 달한다. 그 외 업체들이 각각 10% 이하의 점유율을 나눠 가지고 있다.
종합몰을 기준으로 보면 쿠팡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6월 종합몰앱 순위는 1위 쿠팡(3129만명)·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3위 테무(823만명)·4위 11번가(712만명)·5위 G마켓(497만명) 순이다. 티몬은 437만명으로 6위, 위메프는 432만명으로 7위다. 판매자들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와 티몬이 시장에서 빠지면 쿠팡과 네이버로 온라인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쏠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대형 사업자들의 판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제조사들도 대형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포털 운영사인 네이버가 반사 효과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티몬·위메프처럼 판매자와 소비자을 연결해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는 네이버가 볼 것”이라며 “현재 티몬과 위메프의 연간 거래액(7조원 규모) 중 2조5000억원 이상이 네이버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쿠팡은 물건을 판매자로부터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되파는 비중이 90%로 오픈마켓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쿠팡은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1400만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을 확보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이커머스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면서 판매자나 소비자가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커머스업계 재편 가속화…C커머스 공세도
큐텐 사태는 이커머스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위메프·티몬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의 다른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적자가 많고 규모가 작은 플랫폼 이용을 소비자들이 꺼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적이 부진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현재 신세계그룹(G마켓·SSG닷컴)과 11번가, 롯데온 등 국내 중하위권 이커머스는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SSG닷컴과 G마켓의 수장을 교체했다. SSG닷컴은 출범 후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11번가는 SK스퀘어의 품을 벗어나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두 번의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서울역에 있던 본사를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하는 등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테무로 대변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도 거세질 전망이다. ‘초저가’로 무장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한국에 3년간 11억 달러(1조5000억원)을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물류 경쟁력까지 확보한 C커머스가 쿠팡·네이버 등과 배송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메프 사태로 인해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며 “특히 쿠팡·네이버 등 상위 사업자들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고 기업의 모태가 대기업인 이커머스 외에 신생 혹은 소규모 플랫폼은 큰 타격을 받아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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