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2’의 불안이, 그리고 리더십 [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가 또 한 번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7월 23일 기준 글로벌 누적 수익이 14억6276만 달러(약 2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작 1위인 ‘겨울왕국2’(14억5368만 달러)를 넘어서는 금액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개봉해 813만명이 볼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국내 역대 애니메이션 중 누적 관객 수로 보면 ‘겨울왕국2’(1376만명), ‘겨울왕국’(1032만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인사이드아웃2’에서는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 라일리에게 기존 감정(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이)에 더해 불안·당황·따분·부럽이와 같은 새로운 감정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상위 하키 팀에 뽑히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가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장악하면서 라일리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탈 행동을 하며 위기를 자처하고 맙니다. 앞날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불안이를 점점 더 폭주하게 하고, 라일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올해 국내외 경제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지구촌을 휘감고 있는 요인으로는 첨단기술 등 다방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주요 국가들의 선거 등이 꼽힙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향배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쪽으로 기울다가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진 것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불안을 키우게 되고, 경제 주체들을 위축케 합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조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인력 감축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투자를 중단하거나 철회하는 등 미래보다는 생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별 경제 주체는 물론이고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CEO라고 해서 미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혜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기업 구성원은 물론이고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잘 아는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위기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국내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서는가 하면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위기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자사 CEO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옛 사장단 회의)에서입니다. 신 회장은 이날 참석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의 CEO들에게 그룹 경영 목표인 ‘지속가능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 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CEO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며 “CEO들은 회사 경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확실성과 불안이 팽배한 상황에서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티메프’ 사태입니다. 이커머스 티몬·위메프(티메프)에서 상품을 판 셀러들은 대금을, 소비자들은 취소에 따른 환불을 달라고 했지만 제때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사옥까지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도 티몬과 위메프의 지주사인 큐텐 구영배 대표는 즉각적인 대응은 물론 사과 한 마디 없다가 20여 일이 지나서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태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번 사태에 대해 구영배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넘어 무능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더 큰 문제는 수많은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CEO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GIE2024, 스칼피엔느 글로벌 프렌차이즈 리더 수상
2트럼프, 덴마크 대사 임명해 "그린란드 사겠다" 눈독
3'살기 좋은 빌라촌' 꿈꾼다...종로·회현 등 32곳에 '뉴:빌리지' 조성
4한화투자증권,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겨울나기’ 물품 지원 성료
5혁신 담았다...세라젬, 전신 안마의자 ‘파우제 M8’ 론칭
6BNK금융, 조직개편·경영진 인사...“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7셀트리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 국내 품목허가 획득
8국민은행, ‘메시지 모아보기’ 서비스…스미싱 범죄 예방
9프라우드넷, 안양대학교와 업무협약 체결…혁신인재 양성 및 게임 개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