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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독점 기업’ 판결에…삼성전자 ‘조 단위’ 손실 불가피? [이슈+]

구글 스마트폰 ‘검색 기본값’ 유지에 36조원 지불
법원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구글 “즉각 항소”

아미트 메흐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판사는 5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고 판결했다.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구글을 ‘독점 기업’으로 규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특히 구글이 ‘검색 기본값’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에 지급한 비용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애플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2021년에만 애플·삼성전자·파이어폭스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인터넷 브라우저 개발사·이동통신사 등에 263억 달러(약 36조1700억원)를 지불했다. 검색 기본값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다. 구글이 이번 판결에 따라 이런 비용 지급을 멈춘다면, 삼성전자에 ‘조 단위’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또 이번 판결에 따라 향후 구글에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기업이다.

아미트 메흐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판사는 5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고 했다. 또 “구글은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독점을 불법으로 규정한 셔먼법 2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검색 엔진 기본값을 차지하기 위해 제조사에 비용을 지불해 왔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향후 ‘기업 분할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한 구글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명시하지 않았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다. 구글이 연방 대법원에서도 패소한다면 처벌 수위가 ‘기업 분할’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검색 사업을 안드로이드나 크롬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진다면 1984년 AT&T 해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업 분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7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개최한 하반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관객들이 ‘갤럭시 Z 폴드6’와 ‘갤럭시 Z 플립6’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독점 기업’ 근거는?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고 규정한 이번 법원 판결은 지난 2020년 10월 미국 법무부가 구글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다. 미국 법무부 측은 구글이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를 만들어 일반 검색 시장에서 90%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강력한 시장 진입 장벽을 세우고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구글이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게 미국 법무부 측 시각이다.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제소하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피드백 루프는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와 유지를 위해 사용해 온 전략적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통해 검색 알고리즘을 고도화했다. 특히 구글이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과 애플의 아이폰 등에 제공되는 검색 기본값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왔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런 구글의 접근법이 반경쟁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도 227쪽에 달하는 판결문을 통해 “구글이 지불한 260억 달러는 다른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구글은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했다. 법원은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게 반경쟁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은 또 “안드로이드와 함께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 구글의 독점 검색 계약이 반경쟁적 행위와 검색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구글이 스마트폰과 브라우저의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온라인 광고의 가격을 지속해 인상할 수 있었다”고 판결했다. 구글 주가는 판결이 나온 날 뉴욕 증시에서 4.61% 하락한 160.6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구글 측은 소송 과정에서 “소비자가 최고의 검색 엔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소비자도 최고 제품을 선택했다”고 반박해 왔다. 이용자들은 구글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글 검색을 사용하고, 이를 위해 투자를 계속해 왔다는 입장이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국민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회사는 없다. 법무부는 계속해서 우리의 독점금지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판결은 현대 인터넷 시대에 거대 기술 기업의 권력에 타격을 주고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구글이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구글에서 만든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를 채택하고 있어 애플 등 주요 제조사 대비 ‘검색 기본값 유지 대가’를 적게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가 구글로부터 받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지라도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임을 고려하면 그간 매년 최소 ‘조 단위’ 금액을 받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 구글의 이런 비용 집행을 중단한다면 삼성전자의 단기적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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