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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초코파이·오!감자' 불티...오리온이 쓴 마법은

['30년 뚝심' 오리온의 해외 성공신화]①
일찍이 해외 문 두드린 오리온, 매출 고공세
글로컬라이제이션 우수 사례…연매출 3조 노린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던 식품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 풍부한 인구를 등에 업고 급속 성장했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없다. 이제 우리의 먹거리를 해외시장에 선보이고 판매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제조분야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먹거리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각 나라마다 먹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몇십 년 전부터 기업들은 장시간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현지화)을 외쳐왔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한 회사는 아직 드물다. 이런 측면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성공 사례는 국내 유통업을 넘어 여러 기업들에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리온의 히트 과자들이 어떻게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자국 과자로 뿌리내렸는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 제품.[사진 오리온]

#.1973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제품개발팀이 미국 출장 중 공항 편의점에서 작은 파이를 하나 구입했다. 이 제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파이 제품인 문파이(Moon Pie)였다. 개발팀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 파이를 먹어보곤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뒤 문파이처럼 초콜릿이 겉을 감싸면서 안은 촉촉한 마시멜로를 넣은 초코파이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1974년 출시 이후 무려 50년간 사랑받고 있는 초코파이 인기의 시작이었다. 

#.오리온의 창업자 고(故) 이양구 회장은 1980년, 전북 익산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이 개방되면 서해가 양국 교류의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특히 군산항이 인접해 있어 중국의 거대한 제과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적중했다. 현재 중국 시장은 오리온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지역이 됐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오리온 초코파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2011년 이후 10차례나 중국 내 브랜드 파워 지수(C-BPI) 1위에 올랐다. 또 베트남에서는 파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반짝 인기를 모은 제과들이 있었지만 초코파이처럼 장기간 '국민 간식'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드물다. 오리온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쓴 것일까.

세계 50여 개국 진출한 오리온 스낵

오리온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3년이다. 다른 식품회사들이 2000년대 이후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른 진출이다. 당시 풍부한 내수를 바탕으로 영업을 전개하던 식품기업들 입장에서는 굳이 해외로 시야를 돌릴 이유가 없었다. 오리온이 미리 한 수 앞을 내다본 결정을 한 셈이다.

1993년 중국 북경(베이징) 현지사무소 개설로 해외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오리온은 이후 중국(6), 베트남(2), 러시아(2), 인도(1) 등에 총 11개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초코파이 외 80개 이상의 현지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전 세계 50여 개국에 오리온 제품을 수출 중이다.

특히 중국시장에서의 성과가 눈부시다. 중국법인은 2013년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시장 매출 1조원 벽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조17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리온의 국가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중국법인이 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중국법인 매출 비중은 해외법인 내에서 비교해 봐도 63%에 달한다. 


베트남과 러시아는 지난해 각각 4755억원, 20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대비 모두 50% 이상 성장했다. 베트남 역시 2005년 법인 설립 이후 20년 동안 현지 마케팅을 전개해 왔고 1위 식품기업으로 발돋음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초코파이가 자리한다. 현재 오리온은 글로벌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가 무려 9개에 달한다. 우리가 잘 아는 초코파이는 물론, ▲오!감자 ▲스윙칩 ▲예감 ▲고래밥 ▲포카칩 ▲마이구미 ▲카스타드 ▲초코송이 등 9개 제품은 지난해 한국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에서 합산 매출액이 모두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초코파이는 지난해 기준 중국(1844억원)과 베트남(1057억원), 러시아(1526억원)에서 모두 매출 1000억을 돌파했다. 이는 20~30년 일찍 해외시장 문을 두드려 차근차근 현지 법인과 공장을 세워 이뤄낸 결실이다.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고 이양구 회장의 선견지명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인력 99%가 현지인

오리온이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한다. 특히 오리온은 '인력의 현지화'를 통해 보다 수월한 인력관리에 성공한 케이스다. 

예컨대 중국법인의 전체 직원 수는 4275명으로 이 중 99.6%가 현지인으로 구성됐다. 한국 주재원은 15명에 불과하다. 올해 부임한 이성수 대표이사 또한 생산 본부장을 거쳐 24년간 중국에서 근무한 '중국통'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현지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현지 우수 인재 및 전문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공장 6곳 중 4곳의 공장장이 현지인이며, 사업 핵심인 영업, 마케팅, 생산 부문에도 현지인 리더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법인 역시 영업, 생산 등 주요 부서의 관리자급 직원들을 철저히 현지화했다. 2개의 공장 인력 99%도 현지인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지난 2014년 부임한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지휘 아래 더욱 공고해졌다. 10년째 오리온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허 부회장의 재임 기간 오리온은 해외법인 실적에 힘입어 매출이 급등했고 올해는 사상 첫 연매출 3조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현지화는 기본이지만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대부분 실패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리온의 경우 매우 장기간 현지에서 마케팅부터 영업, 유통, 인력까지 모두 현지화를 이뤄내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실현한 성공 케이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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