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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킬 수 있을까[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광고업 고질적 문제 해결할 AI
인간 창의성과 결합...흥미로운 AI 기술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유일의 국제광고제인 '2024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가 열린 지난 8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을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광고 작품을 구경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허태윤 칼럼니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년. 이 짧은 시간 동안 AI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 생성형 AI지만, 광고 마케팅업계는 이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8월 21일부터 3일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의 광고축제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 2024'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 행사다. 이 행사는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AI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활용 여부가 성공의 열쇠가 됐음을 보여줬다.

AI, 광고의 NEW 파트너로 부상

"AIM: AI로 마케팅의 성공을 겨냥하다"라는 이번 Mad Stars의 주제는 행사 전반에 걸쳐 생생하게 구현됐다. 주제 영상과 음악이 모두 AI의 손을 거쳐 탄생했고, 국내외 AI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주제의 선명성에 무게를 더했다.

박애리 HS애드 대표는 'AI가 주도하는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시대'를 주제로 강연했고, 헤드 수잔나 아펠바움 구글 크리에이티브&이노베이션은 'AI와 크리에이티브'의 관계를 조명했다. 하정우 네이버 AI센터 센터장은 '생성형 AI 시대가 불러온 산업 변화와 대응 전략'을 제시하며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 대형 광고회사들의 AI 솔루션 도입 현황이었다. 이미 워크플로우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중국의 광고회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제일기획, 이노션, HS애드와 같은 국내 대형 광고회사는 물론, 중소 회사들까지도 AI 솔루션을 적극 개발하고 있었다.
아시아 최대의 광고제 매드스타즈2024 개막식 장면.[사진 조직위]

그중에서도 HS애드가 발표한 AI 기반 솔루션 '대시'(DASH)는 큰 주목을 받았다. DASH는 크리에이티브 개발부터 전략 수립, 실행에 이르기까지 광고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이다. 이는 AI가 더 이상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닌, 광고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계적인 광고 캠페인을 탄생시킨 페르난도 마차도의 기조연설이었다. 버거킹 캠페인과 유니레버의 브랜드 ‘도브’의 '리얼뷰티' 캠페인으로 유명한 마차도는 마케팅에서 'AI와 창의성이 혁신을 어떻게 이끄는가'라는 주제로 청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마차도는 칠레의 유니콘 스타트업 '낫코'(NotCo)의 사례를 통해 AI와 인간의 창의성이 결합하면 어떤 혁신이 나올 수 있는지 설명했다.

'NotCo'는 AI 플랫폼 '주세페'(Giuseppe)를 활용해 '낫마요'(NotMayo)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다. 비건, 알레르기환자, 건강지향적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고, AI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수천가지 식물성 원료조합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했다.

AI는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원료의 조합을 제안하고, 여기에 요리사들의 경험적 지식이 결합돼 실제 마요네즈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맛과 식감을 구현해 냈다. 결국 NotMayo는 단순한 제품 혁신을 넘어 식품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고 또 환경보호, 동물복지, 건강한 식생활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냈다.

나아가 NotCo는 '낫터틀'(NotTurtle)이라는 제품을 통해 환경 보호에도 기여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멸종 위기종인 바다거북이가 식용으로 쓰인다. 이에 AI를 활용해 거북이 고기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재현한 대체 식품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들은 AI와 인간의 창의성을 통한 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였다. 
前 버거킹 CMO 페르난도 마차도의 기조 강연 장면.[사진 조직위]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HS애드 박애리 대표는 AI가 광고업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강력한 도구라고 역설했다. AI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줄여주며, 창작자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아이디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제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AI의 활용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효과적, 창의적으로 활용하는가에 있다. AI는 이미 우리의 현실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허비 행콕의 말은 AI 시대를 맞이한 광고 마케팅업계에도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안전지대를 벗어나세요. 그곳에 기쁨과 모험이 있습니다." 행콕은 신시사이저라는 전자음악 기기를 재즈에 도입하며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의 도전 정신은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마주한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광고 마케팅업계는 AI와 함께 미지의 영역을 향한 흥미진진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 여정 속에서 누군가는 더욱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낼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은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이다.

허태윤 칼럼니스트(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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