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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가 협상’ 밀고 당기기...조선 “가격 인하 요인 多” vs 철강 “가격 방어 필요”

중국산 저가 후판·철광석 가격 하락 등 인하 요인
하반기 전망 어두운 철강업계, 후판가 협상 난항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의 한 주조 공장에서 한 직원이 철강 주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두 번째 후판 가격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지난 7월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가까스로 마쳤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양보도 없다. 이들은 곧바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착수했다. 

협상은 시작부터 팽팽하다. 조선사는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과 ‘원재료 철광석 가격 하락’ 등을 근거로 가격 인하 요인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철강사는 ‘업황 부진’을 내세워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올해 하반기 후판 공급가 협상에 착수했다. 조선업 후판 공급가 협상은 상·하반기 매년 두 번씩 갖는다. 앞서 양측 업계는 지난달 마무리 된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톤(t)당 90만원 초반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90만원 중반대 대비 소폭 인하된 수치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 풍력발전,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지만 주로 선박에 사용된다.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조선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조선사의 경우 후판 가격을 내릴수록 실적 개선에 유리한 셈이다. 이 때문에 조선사는 후판 가격 협상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조선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 그리고 ‘원재료 철광석 가격 하락’이 대표적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철강재는 788만3000톤이다. 이중 중국산은 약 60%(472만5000톤)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경우 수입량이 7만6000톤 증가했다.

중국 철강재의 상반기 평균단가는 톤당 863달러(114만8900원)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977달러(130만500원)보다 약 15만원 저렴하다. 국산은 평균 단가가 톤당 2570달러(342만1180원)다. 중국산보다 3배 비싼 셈이다. 

교량 건설이나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의 경우 국산이 톤당 90만원 중반(지난해 말 기준)인 데 반해 중국산은 70만원대다.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에 눈길을 두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도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 비중을 기존 20%에 25%로 늘려가는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철광석 가격 하락도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중국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의 시세는 톤당 96.74달러(12만9500원)다. 지난 7월 12일 108달러(14만3680원) 대비 11.26달러 떨어졌다. 철광석 가격 100달러선이 깨진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기술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왔고, 가격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섰다”며 “후판 가격이 선박 건조 비용에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 하는 만큼, 한국 후판이 중국 후판과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많이 뒤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철강 제품 [사진 현대제철]

하반기 전망 어두운 철강업계...후판 가격 변수

철강업계는 인건비 및 전기료 인상 등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한다. 철강제품 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료는 최근 3~4년 사이 63.3%(계약전력 300㎾ 이상 기준)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가 1원만 올라도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의 또 다른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경기침체 및 중국 저가 철강 공세 등도 지목됐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자국내에서 소화 불가능한 물량을 싼값에 해외로 넘기며 수급 불안정이 생긴 까닭이다.

후판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세 곳이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41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조3262억원 대비 68.4% 감소한 수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영업이익도 각각 979억원,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철강 산업의 전망도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철강업계의 하반기 기상도는 ‘흐림’(어려움)으로 평가됐다.

대한상의는 중국의 저가 제품 수입이 업계 전반적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아울러 미국의 중국 철강 고관세 부과 시행 및 미국 대선 예정 등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한국에 다수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철강업계의 전망이 흐린 가운데, 고객사들의 제품가격 인하 요구는 국내 철강 업계의 실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앞서 철강 업계의 경우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 과정에서 ‘후판 가격 인하’에 합의한 바 있다. 조선업계에 후판 가격 협상 주도권을 내어준 만큼 하반기 후판 가격 방어는 철강업계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철강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며 “후판 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긴 어렵지만 수익 방어를 위해 더 이상의 가격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상호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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