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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최강’ 궁사 김우진과 개척자 [EDITOR’S LETTER]

'2024 파리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양궁 대표선수 김우진. 그는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올여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최소 인원으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양궁에서는 남녀 대표팀이 전 종목을 석권해 역시 ‘활의 민족’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후배들이 흔들릴 때마다 ‘10점’을 쏘는 등 든든한 맏형의 역할을 해준 ‘지구최강’ 궁사 김우진이 있습니다. 김우진은 남자 선수 중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라는 역사를 쓰기도 했는데요, 그의 우승 소감을 들어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 선수들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안주하면 안 된다. 개척자는 앞에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린 계속 남들이 따라오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양궁은 활의 민족답게 국제대회에서 늘 최정상에 서왔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코리아를 한 번 이겨보겠다며 한국 감독을 스카우트하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지만 결과는 2, 3위였습니다. 거기에는 김우진이 말한 것처럼 없는 길을 새로 만들어간 1등만의 개척자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개척자 정신은 사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전유물입니다. 더 이상 보고 배울 나라가 없는 선진국들은 스스로 새로운 길을 내며 중진국들과 약소국들이 쫓아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무역개발이사회의 만장일치로 개도국에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UNCTAD가 설립된 지 57년 만에 첫 사례라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남들이 따라올 길을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개도국 때는 선진 문물을 어느 나라보다 잘 벤치마킹해서 성장한 한국은 최근 K팝 등 K문화로는 남들이 추종하는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에서는 세계 1등 기업과 제품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며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 6월 발표한 ‘2024 세계 2000대 기업’을 보면 한국 기업 61개 중 50위권에는 삼성전자(21위)가 유일하고, 상위 500등 안에는 9개뿐이었습니다. 하위 순위(1001~2000등) 비중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60.7%로 가장 높았습니다. 또 10년 전인 2014년 명단에 없었던 신규 진입 기업은 16개(26.2%)로 전체 평균(33.8%)보다 낮았습니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에서도 삼성전자가 세계 1등을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치고 시스템 반도체가 각광받으며 한국은 새 길을 내는 개척자가 아니라 도전자 입장에 놓였습니다. 

이렇게 하나둘 밀리다보면 선진국에서 다시 개도국으로 내려가는 굴욕을 당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 선도 기업들이 김우진의 말처럼 남들이 따라오는 새로운 길을 거침없이 만들어가는 개척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양궁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듯,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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