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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서울 도로가 ‘푹’…대형 싱크홀에 시민 불안감 고조

전문가들 “매립으로 취약해진 지반에 인근 하수도·빗물 등 흘러”
“레이더로 측정하면서 이전 값과 다르면 다지는 작업 통해 예방해야”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현상 현장에서 과학수사대가 사고 깊이를 측정하고 있다. 이 사고로 승용차 탑승자 2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29일 서울 시내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중상자가 2명 발생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6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의 싱크홀이 발생하여 승용차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해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A(82)씨와 동승자 여성 B(79)씨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온라인에 공개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편도 4차로 도로 위를 차량들이 줄지어 달리는 도중 갑자기 도로 한복판이 푹 꺼지면서 해당 지점을 지나던 티볼리 승용차가 순식간에 왼쪽으로 기울어져 빠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차량 통행이 많았던 시간대였던 만큼, 싱크홀의 규모가 좀 더 컸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직장인 신모(31)씨는 “지금 사는 곳이 사고 현장과 가까워서 놀랐다”며 “최근 경복궁역 인근에서도 포트홀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에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 중학교에서 운동 모임을 하기로 했던 박모(28)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운동에 참여하는 지인들과 조심해서 가자고 이야기했다”며 “오후 8시에 모임이 있는데 원래는 자가용으로 가려다가 그냥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매립지로 형성된 약한 지반에 지하수가 겹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원래 자연하천이 흐르던 곳을 복개하며 매립한 장소”라며 “특히 인근에 안산이 있어 지표수와 지하수가 모두 빠르게 흐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하수도에서 새어나온 물이나 빗물 등으로 구성된 지하수가 가장 쉽게 흐르는 곳이 상수도, 하수도, 지하철 공사 등 인위적인 작업이 가해진 장소”라며 “물이 흐르면서 구멍이 생기고 잦은 진동과 하중이 가해지면 땅이 꺼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인근 지역에서 배수펌프장 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공사 현장으로 인해 주변의 흙과 물이 쏠리면서 동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싱크홀 사고는 최근 여러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도 부산 사상구의 한 도로에서 지름 50㎝, 길이 1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SUV 차량이 빠져 운전자가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23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서도 폭 3m,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시 관계자는 지하에 매설된 우수관로의 빗물받이 연결관이 파손돼 빗물이 메인 관로로 유입되지 못하고 주변 토사를 유실시키면서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이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879건이었으며, 이 중 하수관 손상이 396건으로 전체의 45.1%를 차지했다.

조 교수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사용해 1년 내내 측정하면서, 이전 측정값과 최신 측정값이 다르다면 성토(盛土) 작업이나 다지는 작업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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