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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은행들, 대출 조이더니 실수요자 예외 조건 발표

이복현 원장 말 한 마디에 대출 정책 변경됐나
우리 이어 국민·신한까지…‘심사 전담 조직’도 운영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창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최근 지속해서 가계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권이 실수요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을 관리하라면서도 실수요자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발언에 은행들도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한다.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실행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주택 매수 계약을 체결한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차주는 보유주택 매도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원칙적으로 신용대출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지만, 본인 결혼이나 직계가족 사망, 자녀 출산 등의 경우 연 소득의 150%(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 3일부터 시행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원’ 규제에도 임차보증금 반환목적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억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 여신 위험 관리 강화 조치로부터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 취급 예외 요건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이날 가계대출 규제 예외에 해당하는 실수요자 조건을 안내했다. 지난 9일부터 1주택 소유 세대의 서울 등 수도권 신규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막았지만, 기존 집을 처분하고 새집을 사는 경우나 대출 실행일 기준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사는 경우 등은 대출이 가능하다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대출 당일 매도·매수가 이뤄져야 하는 신한은행 예외 조건과 달리 ‘처분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의 허용 범위가 넓다.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도 최대 1억원으로 묶였지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빌리는 경우 연간 1억원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중단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다음달 말 이후 재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먼저 대출 제한 예외 조건을 마련해 공개한 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결혼 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임차하는 경우, 직장·학교가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 등 가계대출 취급 제한 예외 조건을 알렸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수요자 심사 전담 조직’도 운영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앞서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에서 과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주택자들도 자녀가 지방에 대학교를 다녀야 해 전셋집을 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하던 은행들이 부랴부랴 대출 불가 규정에 실수요자 예외 사항을 두는 등 이 원장 발언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관치금융’에 의한 조치들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은행 대출 정책과 관련한 오락가락한 발언들에 대해 사과했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한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한 부분, 국민이나 은행 창구 직원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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