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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조선소’ 구축 확산…조선업계 명·암은

[사람 없는 조선소]③
비용 절감 등 스마트 조선소 이점 명확
노사관계 해결은 과제…전략적 대응 요해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 [사진 HD현대중공업]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조선업의 인력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20만명 수준이었던 조선업 인력 규모는 2022년 기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적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의 추격과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에 더해, 고숙련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조선업을 포함, 다양한 업종의 성장잠재력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선업황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 전환했다. 수익성 개선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 노동 집약형 산업인 조선업계에 디지털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 3사는 ▲시장 파악 ▲영업 ▲설계 ▲구매 ▲생산 등 전 과정에 디지털전환(DX)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조선업계 강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설계 및 생산 체계를 지능화하고, 일하는 방식에서도 스마트 혁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협력사, 고객사까지 연결되는 조선업계의 스마트 생태계 구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공정이 자동화됨에 따라 수작업은 대폭 감소하고 비효율은 제거되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상황별 최적의 방안을 끊임없이 지원할 것이다. 어떤 생산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인공지능은 인적 자원을 포함해 가장 적은 자원, 설비를 투입하고 최적의 생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있어 스마트 조선소 구축의 긍정적 효과는 명확하다. 다만, 고용과 노사관계 측면에는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와 같은 인력조정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향후 조선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대폭 감소할 것이다. 

상당수의 단순 반복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고, 이러한 영향은 사내하청, 물량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집중될 것이다. 생산방식의 변화, 근로환경과 고용문제를 둘러싼 조선업계의 사업장별 노사갈등 및 노정갈등 또한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 연구원이 무레일 EGW용접장치 시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한화오션]
DX 직면한 조선업계...짚어볼 포인트는

이처럼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조선업계는 인공지능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자동화에 따른 다양한 잠재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아 가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몇 가지 기본적인 포인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조선업계의 사업체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의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또 우리는 미래에 어떤 회사가 될 것인가를 되돌아 봄과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업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과 기업이 할 수 있는 것, 아울러 기업이 원하는 것과 기업이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 등에 대해 자문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재정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인적자원관리 또한 전략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스템도 결국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는 자동화 시스템 운영자를 포함한 기업 생태계 내 다양한 종업원들의 ▲기술개발 ▲선발 ▲훈련과 같은 인적자원관리 관행과 연계돼 있다. 

인적자원 계획 및 모집과 관련해서는 인력수요 및 공급의 결정, 인력 부족 원인별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조선업계의 사업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인력, 자동화에 따른 현장의 직무별 인력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될 것인지 파악하고 예상되는 인력 부족 또는 인력 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도입은 역사적 선례가 드문 사건인 만큼 그 영향에 대한 예측도 어렵다. 다소의 부침이 있더라도 꾸준히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한다.

조선산업은 핵심경쟁력 유지를 위해 숙련 인력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섹터다. 업체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이어가기 위해 정년 연장, 중장년 재고용 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능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고용 또한 좋은 방법이다. 회사는 검증된 종업원들을 고용하여 채용 및 교육훈련비용을 절감하고, 양쪽 모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핵심 인재 유인을 위한 노력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채용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지난한 프로세스다.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조기 인재 유치 시스템을 가동해야 하며, 가능한 한 외재적 보상 및 내재적 보상 수준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조선 3사는 시장 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지급하는 선도 정책을 손쉽게 유지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사업체들은 인재 유입을 위한 임금 활용이 제한적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유능한 디지털 역량 보유자는 조선소 뿐 아니라, 스마트 워크 기반의 어떤 업종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호환성 높은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모집 단계에서 조선업의 비전, 회사의 진정성, 협력 자세를 적극 어필해야 하며, 선발 후에는 직원들에게 지속적 발전 기회를 제공하는 등 동기부여 및 직무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통도 중요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종업원들은 시스템의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동화에 따른 시스템 변화는 종업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스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종업원의 의사결정 참여가 보장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커뮤니케이션 강화 노력도 중요한 과제다. 

중층적 사회적 대화 또한 중요한 과제다. 노사민정 대표들이 조선산업 협의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에 적극 참여한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선 컨센서스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협의체를 통해 DX에 따른 고용 및 노사관계 이슈, 인적자원관리 체계의 개편 등 사업장 단위의 문제에서부터 지역사회가 처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논의하고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조선업의 스마트화는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차원에서 실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노동자 ▲정부 ▲지역 주민 모두의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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