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로 지분 우위…고려아연 반격 본격화 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 [이슈+]
영풍·MBK 지분율 38.47%로 늘었지만 과반 확보는 ‘아직’
고려아연 측, 우호 지분 추가 확보·국민연금 등 설득 과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14일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한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이날까지 고려아연 주식 최대 14.61% 확보를 목표로 진행한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 영풍·MBK 연합이 최소 매입 물량으로 제시했던 목표치인 6.98%에는 미달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응모한 고려아연 지분 5.34%를 전량 사들일 예정이다. 공개매수 이전 영풍 측과 최윤범 회장 측(우호 지분 포함)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33.13%, 34.01% 수준이었다.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을 사들이면 영풍·MBK 연합 지분율은 38.47%로 늘어나게 된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과 동시에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는 실패했다. 이날까지 주당 3만원에 단독 진행한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수는 830주에 불과했다.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43.43%(684만801주)를 사들이려는 목표치에 비해 한참 낮은 물량이었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을 가진 회사로,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핵심 격전지로 꼽혀왔다.
다만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향방에 쏠리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오는 23일까지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지분율로 따지면 자기주식 17.5%와 베인캐피탈 2.5%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리고, 최대 매수 한도도 전체 주식의 18%에서 20%로 확대했다.
하지만 유통 주식이 부족해 최대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영풍·MBK 공개매수 종료에 따라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는 ▲MBK·영풍 38.47% ▲최윤범 회장 및 우호지분 33.9% ▲국민연금 7.83% ▲자사주 2.4% ▲기타주주 17.4%로 구성된다.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 지분, 자사주, 국민연금 등을 제외하고 자사주 청약 가능 물량은 15% 안팎으로 줄었다.
최 회장 측이 추후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베인캐피탈의 최대 취득 물량 2.5%를 확보한다면 최 회장 측 및 우호 세력 지분은 36.4%로 오르게 된다. 이 경우에도 MBK·영풍 연합의 지분이 좀 더 앞서게 된다.
고려아연 ‘우호 지분+α’ 집중…국민연금 ‘캐스팅보트’↑
문제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고려아연 측이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해 자사주를 사들이더라도, 주총 표 대결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MBK파트너스·영풍과 최 회장을 포함한 모든 주주의 지분율이 함께 상승한다. 역설적으로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더 많아질수록 영풍·MBK의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만약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10%를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 의결권 기준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꺼낼 반격 카드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현재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한화·LG화학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보하면서 추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보유 자사주(2.4%)를 적정한 시점에 우호 지분에 넘겨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양측 모두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현재 7.83%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서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당시 상정된 17개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낸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배당액 인상과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라는 안건 등 2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으나, 국민연금은 모두 현 경영진 편에서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영풍·MBK 연합은 다음 달 임시 주총을 소집할 계획이다.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로 재임 중이다.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이 모두 최 회장 측 인물이다. 임시 주총은 이사회 결의 사항이어서, 만약 이사회가 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면 MBK 연합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아울러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2차 가처분 소송 준비에도 매진하고 있다. 공개매수가 종료되고 난 뒤 MBK는 입장문을 내고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자사주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이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10월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하고 조사를 요구했다.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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