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웃고 vs 카카오 울고…해외 주식서 엇갈린 명암
[서학개미를 잡아라]②
토스증권 흑자 기조 유지…카카오페이증권 적자 여전
토스증권 서학개미 선점…해외 수수료 수익·점유율↑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대, 핀테크 기반 신흥 증권사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희비가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에 의해 갈렸다. 서학개미를 먼저 사로잡은 토스증권이 올해 상반기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성공한 반면, 적자를 면치 못한 카카오페이증권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스증권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6억원, 343억원으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6% 증가한 1751억원을 달성했다.
토스증권의 실적 증가세는 고무적이다. 토스증권은 지난 2021년 출범 첫해 78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322억원 손실로 그 폭을 줄였다. 2023년 연 단위 순이익(15억원)을 내며 출범 3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토스증권이 올 들어 안정적인 흑자 기조에 접어든 요인은 해외주식 위탁매매 부분의 성장이 주효했다.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6%나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증시로 눈을 돌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식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8조22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3분기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하루 평균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전년 대비 78.2%, 직전 분기 대비 29.4%가 증가했다.
해외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자연스레 늘며 토스증권의 실적 개선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는 토스증권이 해외 투자자를 잡기 위한 그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토스증권은 2021년 12월 해외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소수점거래, 주식모으기 등의 서비스로 해외주식 투자층을 적극 공략했다. 타사와 차별화된 쉬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역시 서학개미의 투심을 손쉽게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아직 실적 안정세에 들지는 못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상반기 매출액은 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96억원, 197억원으로 여전히 적자 기조를 보였다. 지난해보다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지난 2020년 2월 공식 출범했다. 2021년 3월 출범한 토스증권보다 1년 빨랐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한 지 약 한달 만에 증권계좌 50만개가 개설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잔돈을 모아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모으기’ 서비스는 소액투자로 당시 증권 거래에 익숙하지 않던 초보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게 했다. 2021년 8월에는 계좌개설 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학개미 선점 토스증권, 점유율 확대 박차
또한 양 사 모두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조한 원앱(하나의 앱에 여러 기능·서비스를 통합 제공) 전략을 쓰는 등 증권사 MTS 시장의 선두 자리를 두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고객의 마음을 더 사로잡은 것은 토스증권으로 보인다.
데이터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안드로이드 이용자만 집계한 토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137만명, 카카오페이의 MAU는 377만명(카카오톡 유입 사용자수 제외)이었다. 증권사 MTS 중 각각 1위와 2위에 해당하지만 양 사의 격차는 꽤 차이가 난다.
특히, 토스증권의 매서운 성장세를 견인한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이익을 보면 양 사의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토스증권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은 659억원으로 카카오페이증권(56억원)의 11배 수준이다.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 부문의 성장세는 상위 증권사를 긴장하게 하는 수준이다. 토스증권의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수익 점유율을 보면 2022년 하반기 5.25%에서 올해 상반기 11.81%로 2배 넘게 뛰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20.15%) ▲삼성증권(16.28%) ▲키움증권(13.79%)에 이어 네 번째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이 점유율은 2002년 하반기 0.31%에서 올해 상반기 1.01%로 소수점 성장에 그쳤다. 다만 양 사 모두 국내 주식 거래 부문의 성장은 갈길이 멀다. 토스증권의 상반기 국내 주식 중개 수수료는 99억원, 카카오페이증권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양 사의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주식거래 등 MTS 핵심 서비스를 늦게 시행한 게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거래를 2022년 2월에서야 베타 서비스로 실시했고 같은 해 4월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이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고, 올 들어 급증한 서학개미 역시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4월 미국주식 주간거래 ‘데이마켓’을 선보인데 이어 ‘미국 대선 토론방’을 신설했다. 기존 종목토론방과 달리 ‘특정 이슈’를 주제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토론방으로 관련주 거래도 가능하다. 이 밖에 MTS에 미리 설정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판매 주문이 이루어지는 ‘스탑로스’(Stop-Loss) 주문 기능도 도입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미국 대선 토론방의 경우 우리만의 참신한 서비스”라며 “특별한 편의성과 혜택으로 계속 사용자들와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학개미를 먼저 사로잡은 토스증권은 지난 9월 리서치센터를 출범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에 발맞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분석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신규사업기획 창출도 모색한다. 특히 토스증권은 10월 신임 대표이사에 김규빈 제품총괄을 선임하고, 투자플랫폼 영향력 강화와 서비스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김 신임 대표는 1989년생으로 파격적인 인사답게 서비스 혁신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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