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 끝났지만…2차전 돌입 전망
고려아연-영풍·MBK 모두 과반 확보 못해
장내 매수·우호지분 확보 총력…법적 공방도 ‘지속’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에 대항해 펼쳐온 자사주 공개매수를 10월 23일 종료했다. 어느 쪽도 실질 의결권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만큼 장내 매수로 경쟁이 옮겨가는 등 양측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지난 10월 4일부터 20일간 최대 20%(고려아연 17.5%, 베인캐피탈 2.5%) 매집을 목표로 진행한 주당 89만원의 공개매수 청약을 23일 마감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0.34% 오른 주당 87만7000원에 마감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중 88만6000원까지 올랐지만 89만원을 넘어서진 못했다.
앞서 지난 10월 14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한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지분의 5.34%를 추가해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윤범 회장 및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탈이 취득할 2.5%를 포함하면 36.49%로 MBK·영풍 연합이 간발의 차이로 앞서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분쟁 에서 주요 격전지로 꼽힌 영풍정밀에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최 회장 측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의 공개매수에 549만2083주가 청약해 목표 물량인 551만2500주(발행주식총수의 35.0%)를 사실상 모두 채웠다. 반면 지난 14일 진행된 MBK·영풍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830주만을 확보하며 실패했다.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43.43%(684만801주)를 사들이려는 목표치에 비해 한참 낮은 물량이었다.
다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에서 얼마나 매입하는지 상관없이 MBK·영풍 연합이 앞서는 지분 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고려아연이 공표한 대로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전체 주식 모수가 줄어들면서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동시에 높아지게 된다. 양측 모두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40%대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양측 모두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선 자사주 매수가 끝나더라도 장내매수를 통한 의결권 있는 주식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 의결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많은 지분을 장내에서 확보할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우호세력 표심 ‘촉각’…법적 공방도 ‘지속’
고려아연은 시중 유통물량을 사들이는 것을 검토하고, 우호세력 확보 등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기존 자사주 가운데 1.4%가량을 활용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의 우호 지분 등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의결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MBK·영풍 연합도 장내매집뿐 아니라 임시 주주총회 소집 및 이사 선임 등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현재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로 재임 중이다.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이 모두 최 회장 측 인물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시 주총 소집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영풍 측은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7.83% 지분을 갖고 있어 향후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의 선택도 관심사다. 그간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당시 상정된 17개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낸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 측은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답변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이 ‘단순 투자’이기 때문에 중립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 측 백기사(우호세력)로 분류해 온 현대자동차그룹·LG그룹·한화그룹 등이 주총에서 어느 쪽의 편을 들어줄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약 18%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0월 22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지 하루만으로, 영풍-MBK의 잇따른 소(訴) 제기의 진짜 목적은 시장 교란과 주가 조종에 있었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각각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 주가를 겨냥한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목적이 있었다는 걸 뒷받침한다”며 “엄중한 조사와 결과에 상응하는 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MBK-영풍도 “고려아연의 시세조종 행위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 풍문 유포 행위 등에 대해 이미 모두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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