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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명예회장 어록 간직하던 청년…디지털 트윈 기술로 글로벌 시장 도전 [이코노 인터뷰]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
중국 무인 물류 야드 시장 개발 진행 중…스마트 물류·팩토리에 집중
디지털 트윈 업체 인수 후 10년 만에 흑자…내년 후속 투자 유치 계획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1990년대 중반 포스코에 몸담고 있던 한 청년은 매일 아침 현장에 배달되는 포스코 창업가 박태준 명예회장의 어록을 모았다. 당시 박 명예회장의 어록은 도트 프린터로 프린트되어 현장에 비치됐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창의는 무한하다’ ‘사심 없이 헌신하라, 무한 경쟁 시대일수록 필요하다’ ‘제철보국을 우리 인생의 신조로 삼자’ 등 포스코 창업가의 어록은 청년의 가슴을 때렸다. “당시 현장에 배달됐던 어록은 내가 다 모은 것 같다. 박 회장님의 어록을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나도 계속 되새김질을 했다”고 말했다. 그 청년은 얼마 후 포스코를 나와 1999년 6월 휴비즈ICT를 창업했다. 그 청년은 벌써 60의 나이가 됐지만,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난제와 기술에 도전하는 창업가로 일하고 있다. 주인공은 심희택 휴비즈ICT 대표다. 인터뷰 장소에 온 그의 모습은 빨간 스트라이프가 있는 수트와 하얀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에너지가 느껴지는 외모다. 

휴비즈ICT는 현재 디지털 트윈·IT 컨설팅 및 서비스업을 하지만 처음에는 인력 파견업으로 시작됐다. 심 대표는 “포스코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서 포스코DX의 1차 협력사였고, 포스데이타 등과도 함께 일했다. 그게 현재 사업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1차 협력사라는 것만으로도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의 고민은 ‘휴비즈ICT만의 경쟁력’이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닌 나만의 특화된 기술력을 가져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2014년 조그마한 사업체를 인수했다. 주위의 의견은 비관적이었다.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 자체도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당시 모든 지인이 인수를 반대했다”면서 “내가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 업체를 인수해야 우리가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에 10년 투자…올해 흑자 예상

디지털 트윈은 가상모형에 실제 사물 등을 쌍둥이처럼 구현하고,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을 말한다. 심 대표는 “전통적인 시뮬레이션 모델에서는 확률적 파라미터가 입력되고 이를 토대로 결과를 분석한다. 즉 모델 형태는 고정되어 있고 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실제 제조 환경은 내·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조 요소의 특성이나 기능이 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이런 한계점을 개선하는 게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가지고 포항을 대표하는 ICT 기업이 되고 싶은 욕심은 강했지만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인력 파견이나 IT 컨설팅 등으로 수익을 올리면 그것을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였지만 심 대표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기술력을 하나둘씩 쌓아가면서 포스코 등과 함께 테스트하는 위치에 오르게 됐다. 휴비즈ICT의 기술력을 눈여겨보던 포스코기술투자는 2017년 8월 시드머니 2억원을 투자했다. 

심 대표는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서 다양한 테스트 사례도 만들었다. 2020년부터 1년 동안 경북 구미에 있는 한 중견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사업 추진을 위한 사출 공정 및 조업계획 등의 실시간 통합 모니터링 구축에 성공했다. 포스코의 열간 압연공정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조업의 최적화 및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품질정보 관리 시스템도 개발했다. 지난해에 한진의 메가허브 디지털 트윈 관제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대전에 있는 메가허브 터미널 운영에 필요한 설비를 통합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올해 초에는 한국기계연구원과 손잡고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개발해 절단 및 가공 레이저 설비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사례들을 내세워 해외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2년 전 중국 무인 물류 야드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올해 3년 차 개발 단계에 있다. 심 대표는 “하드웨어 설비업체와 협업해 올해 무인 물류 시스템을 개발 완료하게 되고, 내년에 중국 현지 공장에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포항에 있는 철강 물류기업과 함께 스마트 물류시스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지사 마련…엔지니어 인력 적극적으로 채용 계획

휴비즈ICT는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 과정에서 스마트 팩토리·스마트 조명 시뮬레이터·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이제는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물류 시스템 개발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스마트 팩토리 분야의 디지털 트윈 레벨 3 솔루션을 추지하고 있다”면서 “포스텍 산업공학 교수를 기술고문으로 모시고 스마트 물류 분야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채용이다. 휴비즈ICT 역시 인력 공급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 지사를 얼마 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엔지니어 수급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한 포항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청에 900여 평의 땅을 마련해 사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10년에 걸쳐 기술 개발과 테스트에 집중하면서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지난해 드디어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흑자를 예상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컨설팅 업체에 휴비즈ICT의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결과가 나오면 투자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던 신기술에 도전하면서 휴비즈ICT는 어느덧 50명이 넘는 임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올해 65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심 대표는 “디지털 트윈 기술에 투자한 결과물이 10년 만에 흑자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후속 투자를 받으면 인력과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면서 웃었다. 

심희택 대표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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