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로 퇴직연금 갈아타볼까…400조 머니무브 시작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시작
"채권·ETF 등 그대로 옮길 수 있어"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앞으로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게 된다. 4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안정적인 연금 운용을 원하는 가입자는 은행,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가입자는 증권사로 이전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은행에 절반 이상 묶여있던 대규모 자금 이동을 기대하며 ‘환승 고객’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현물이전)’ 제도가 시작됐다. 이는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에 운용 중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할 수 있는 제도다. 가입자가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A 은행의 퇴직연금에 가입했던 투자자가 B 증권으로 투자자산을 옮기려면 이를 중도 해지해 현금화한 뒤, 다시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금융사를 갈아타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현재 점유율로는 은행이 적립금 198조원 규모로 51.8%의 절대적인 우위다. 이어 ▲증권(22.7%) ▲생명보험(20.5%) ▲손해보험(3.9%) 등 순이다. 그러나 지난해 퇴직연금의 금융권역별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7.11%로 가장 높다. ▲은행의 수익률은 4.87% ▲손해보험 4.63% ▲생명보험 4.37%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과 보험사 등에서 증권사로 이전이 많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서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라인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에 비해 증권사에서는 비교적 높은 복리 수익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을 내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비하고자 그동안 운용사 측에 퇴직연금 클래스로 분류되는 펀드의 판매를 요청하거나 새로운 운용사를 거래사로 신규로 추가해 왔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삼성·키움·신한투자·하나·메리츠·대신증권)은 중소형 운용사로 분류되는 키움·하나·대신·유진·DB·신영자산운용 등의 퇴직연금 전용 클래스를 신규 펀드 라인업에 추가했다.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도 실물이전 상담을 신청하거나 실물이전을 한 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투자하는 연금으로의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3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수인 연금시장에서 이번 서비스 개시가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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