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미래에셋빌딩 인수 우투증권...사업인가는 제자리
향후 사옥 마련 목적…몸집 키우기 나서
우리금융 리스크에 실적 개선 등 출범 첫해 난항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우리투자증권의 출범 첫 해가 아쉬움을 남기고 마무리 되고 있다. 지난 8월 출범 이후 아직까지 투자매매업 본인가 신청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7월 말 투자매매업 예비인가를 받은 뒤 3분기 중 본인가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여전히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가를 받지 못하면 증권사 주요 업무인 IB, 기업공개(IPO) 등의 수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IB 업무는 우리투자증권이 출범부터 성장 의지를 드러낸 분야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5년 내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10년 내 ‘초대형IB’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에서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우리투자증권 임직원 모두 ‘원팀’”이라며 “회사가 나아갈 첫 번째 지향점으로 디지털과 IB가 강한 종합증권사 건설”이라고 강조했다.
본인가 지연에는 모회사 우리금융의 잇단 금융사고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사고를 시작으로 8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고강도 검사를 받고 있다. 증권사 투자매매업 인가의 경우 해당 증권사의 자격요건 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이 심사의 주요 항목 중 하나다. 우리금융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기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대주주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우투증권의 목표인 초대형 IB인가를 위해 갈 길도 멀어 보인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확보해야 하는 기본 요건 외에 ▲재무건전성 ▲내부 통제 시스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세부 조건을 포함해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진다.
우리투자증권의 3분기 말 자기자본은 1조 1542억 원으로 여전히 1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자본력 싸움인 IB에서 자본확충은 필수 과제다.
자기자본 확충·실적 개선 과제 ‘산적’
실적 역시 뒷걸음질 쳤다. 우리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56억 원, 누적 순이익은 9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우리종합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순이익 184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증권사 추가 인수·합병(M&A)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당시 몸집이 작은 한국포스증권 외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해 추가 M&A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당국·검찰의 전 방위 조사 압박을 받으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 적당한 증권사 매물이 없기도 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며 “불법이나 비리에는 무관용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최근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빌딩(옛 대우증권 빌딩)을 인수했다. 이번 사옥 인수는 우리투자증권의 몸집을 키우고 향후 사옥으로 쓸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우리자산운용은 현재 임차사인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 등과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맺고 2년간 더 임차로 운영한다. ‘우리일반사모부동산투자1호유한회사’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미래에셋의 임차 기간 종료 이후 이 건물을 재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착공해 2031년 준공한다.
‘증권맨 사관학교’라고 불렸던 옛 대우증권 출신의 우리금융그룹 내 인사들이 이번 거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출범 첫해,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옛 명성을 찾기 위한 과정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과정에서 옛 대우증권 인사들을 대거 주요 자리에 포진 시켜 주목됐다”며 “다만 인수한 포스증권이 소형 증권사였고, 올해 우리금융지주 관련 리스크 부담이 커진 탓에 사업 추진에 적잖은 부담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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