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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쇄신 갈린 대형 증권사 대표 새해 목표는 “혁신·신성장·내부통제”

[신년 증권사 CEO 풍향계]①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글로벌 확대 박차
글로벌 불확실성 속 선제적 리스크관리 강조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올해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연임에 성공하며 새해 좀 더 자신감 있는 경영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의 CEO들은 신년사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강조했다. 특히 공통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도 당부했다.

우선 김성현, 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019년 KB증권 대표에 선임된 김 대표는 이번에 5연임에 성공하며 현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기업금융(IB) 부문을 총괄하며 KB증권을 13년 연속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키게 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지난해 KB증권은 DCM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인수금융 분야 등에서 1위를 달성했다. 김 대표는 올해 DCM·주식자본시장(ECM) 상호 시너지를 바탕으로 두 부문 동시 석권에 나설 전망이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부동산 브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우 리스크 관리와 우량 부동산 PF딜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홍구 자산관리(WM) 부문 대표는 조직 안정화와 영업력 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WM 자산과 수익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끌며 우수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올해 고객 맞춤형 특화 상품 라인업 확대와 투자전략 고도화를 통해 WM 고객 자산을 글로벌화할 예정이다. 또 경쟁력 있는 연금 상품 제공도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도 올해 흑자전환을 이끌며 연임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부동산 PF 여파를 줄이고 투자은행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금융본부 등을 개편했다. 이를 통해 강 대표는 하나증권의 WM 부문을 비롯해 IB, 세일즈앤트레이닝(S&T) 등 전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보여줬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957억원, 순이익 181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강 대표는 올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나서며 기업금융 등 수익 창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 대표는 “WM 그룹은 해외주식 시장에서 차별화된 손님 경험을 제공하고 개개인 손님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IB 그룹은 은행 기업금융전담역(RM)을 통한 그룹 협업 활성화에 집중하고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며, S&T 그룹의 경우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탄탄한 영업기반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동력 확보 외에도 토큰증권(STO)·디지털자산 등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IB·WM 등 영업 역량 강화…사업다각화 집중

지난해 정영채 대표의 장기 집권 체제에서 윤병운 체제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NH투자증권도 합격점을 맞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NH투자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이 1881억9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9% 증가했다.

윤 대표는 올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사업 부문의 중점 추진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면서 규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리테일 부문은 초부유층 중심의 대면 채널과 디지털 부유층 및 대규모 고객을 유입하는 디지털 채널로 분화 발전해야 하고, IB 사업은 시장 지배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세일즈 및 구조화와 인프라 사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일즈 조직과 연계해 운용 사업을 하고, 기관 고객 대상 투자 솔루션 부문의 빠른 성장을 홀세일 사업 부문이 주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의 연임 분위기와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수장 교체 카드를 꺼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중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면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조기 사임했다.

새로운 수장에 오른 이선훈 대표는 취임식을 통해 “그간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위기를 조기에 극복해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올 1분기까지 비상 경영 계획을 빠르게 완료하고 2분기부터 조직 문화와 업무 절차 등 근본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위기극복과 정상화를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세 명의 사장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WM총괄과 더불어 기업투자금융(CIB)총괄, 경영관리총괄을 신설했다. 앞서 선임된 이 대표가 경영관리총괄을 맡는다. 정용욱 부사장과 정근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WM과 CIB총괄을 각각 담당한다.

글로벌 시장 확장…미래 먹거리 발굴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재신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 체제에서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체제로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개선을 이끌며 세대교체 성공을 알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결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9145억원, 당기순이익 66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49.6%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45.1% 늘었다.

두 대표는 올해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정조준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사업과 연금 사업을 장기 전략으로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김 부회장과 허 부회장은 “자체 AI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과 투자콘텐츠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고, 운용 및 자산관리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이끈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새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사업모델 ▲내부통제 ▲고객 관리 ▲영업지원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연결기준 1조416억원으로 전년보다 67.1% 늘었다.

김 대표는 “글로벌화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아시아를 넘어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까지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해외 시장에서 좋은 상품과 딜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지난 3월 취임한 삼성증권 박종문호도 순항 중이다. 증권업계 장수 CEO였던 장석훈 전 대표에 이어 취임한 박 대표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클럽 입성에 속도를 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9949억원, 당기순이익 7513억원을 기록 했다. 박 대표는 올해도 초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WM 부분에서의 강점을 살려 자산관리 명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표는 공격적으로 IPO 수임에 뛰어드는 등 IB 역량을 끌어 올리는 데도 집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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