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ADC 기초 쌓는 삼성바이오로직스…수주 물꼬 틀까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업무협약 체결
비용·품질·시간 등 경쟁력 갖춰야

항체-약물 접합체(ADC) 사업에 뛰어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바이오 기업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을 강화한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항체-약물 접합체(ADC) 사업에 뛰어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바이오 기업인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을 강화한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대표 ADC 기업으로 꼽힌다. 양사는 올해에만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수주 기초를 닦고 있다고 평가한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ADC 사업 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올해 3건 이상의 ADC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협력한다. ADC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를 링커라는 물질로 약물(페이로드)과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항암제다. 정상세포로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2028년 28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완공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에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의 ADC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수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운 이 생산시설은 4층 구조의 건물로 현재 500ℓ 규모의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와 정제 라인 1개가 구축돼 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풍부한 CDMO 경험을 활용해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라고 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업으로 고품질의 ADC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겠다”라고 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업무협약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ADC CDMO 수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두 기업은 ‘개발’에서 ‘생산’으로 협업을 확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개발(CDO) 계약과 물질이전계약(MTA)을 각각 체결했다. 사실상 지난 1년 동안 ADC 의약품 분야에서 ‘합’을 맞춘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수주 계약을 체결해 ‘트랙 레코드’를 쌓으면 다른 ADC 업체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수주 물꼬를 트게 된다.

미국에서 입법될 공산이 큰 ‘생물보안법’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향후 ADC CDMO 수주를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은 중국의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올해 생물보안법의 입법에 속도가 붙으면 중국의 CDMO 기업을 통해 물질을 생산하던 기업은 위험 요인을 없애기 위해 다른 CDMO 업체를 찾을 공산이 크다. 특히 국내외 ADC 기업들은 중국의 바이오 기업인 우시그룹의 의약품 CDMO 기업을 주로 이용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들 기업을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ADC 기업의 한 대표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서 생물보안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큰 불확실성”이라며 “임상이 초기 단계인 물질은 (생물보안법의 표적인) 중국의 CDMO 기업을 통해서 생산해도 괜찮겠지만, 임상이 후기 단계인 물질은 생물보안법의 향방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중국의 CDMO 기업을 이용하던 바이오 기업들은 생물보안법이 어떻게 전개될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며 “ADC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생물보안법이 시행될 것이란 우려만으로 바이오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ADC 기업을 만족시킬 생산 설비와 기술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생산비용과 생산기간 등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또 다른 국내 ADC 기업 대표는 “ADC의 경우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 1상에서만도 일정한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때 필요한 설비와 체계(CMC)에 비용의 70%를 투입한다”라고 했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CDMO 업체를 선정하거나 변경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ADC 기업이 CDMO 업체를 선정하는 데 비용·품질·시간(납기)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기존에 중국 기업을 통해 물질을 생산한 기업을 국내 기업이 고객사로 끌어오려면 이런 측면에서 좋은 제안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ADC 자체가 CMC에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분야”라며 “두 기업은 1년여 동안 ADC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여러 시험(테스트)을 거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합의(commitment)”라며 “국내 CDMO 기업이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입으려면 다른 기업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황산 처리 ‘적신호’ 영풍...조업정지 이어 ‘이중고’

2"내 비트코인이 쓰레기장에 있어요"…1조원 버린 英 남자

3계엄 1주 만에 '퇴직금 주세요'…김용현, 사유란엔 "형벌사항 없음"

4김희성 BEP 대표가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5정종표 DB손보 사장, 임직원들과 연탄나눔 봉사 나서

6"해외직구 화장품 구매·검사 10배 이상 늘린다"

7기업은행, CES 첫 전시 성료…AI 기술 역량 선봬

8실리만, 멀티쿡웨어 ‘이지웨이 메탈 6종’ 출시…똑똑한 수납 눈길

9코스피, 美고용 서프라이즈에 장초반 2500대 약세

실시간 뉴스

1황산 처리 ‘적신호’ 영풍...조업정지 이어 ‘이중고’

2"내 비트코인이 쓰레기장에 있어요"…1조원 버린 英 남자

3계엄 1주 만에 '퇴직금 주세요'…김용현, 사유란엔 "형벌사항 없음"

4김희성 BEP 대표가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5정종표 DB손보 사장, 임직원들과 연탄나눔 봉사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