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트럼프 출범과 투자 한파[EDITOR’S LETTER]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미국 현지시각) 드디어 출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동맹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긴장 속에 빠져들게 했는데요, 이날 공식 취임하며 그동안 공언했던 무시무시한 공약들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고관세를 부과하는 겁니다.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초고관세를 매긴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무역전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건 기정사실일 듯합니다.
우리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보호무역주의 태풍에서 예외가 아니어서 기업들이 비상입니다. 미국과 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선물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태평양을 건너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으로는 처음으로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고,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수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기 위한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자해 오는 4월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할 계획을, SPC그룹은 1억6000만달러(약 2350억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에 첫 제빵 공장을 짓는 계획을 최근 각각 발표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LG전자·삼성SDI·현대차 등은 미국에 둔 생산기지에서의 생산 물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들 미국 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최초’ ‘최대’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한 미국 내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는 반면, 국내에는 투자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드 투자(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441곳으로 전년 645건보다 30%가량 줄었습니다. 올해는 더 어려울 전망인데요, 이데일리가 최근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스타트업 협단체 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올해 벤처투자시장이 작년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벤처 투자가 몇십억도 아니고 주로 몇억 단위인데도 이렇게 얼어붙었다면, 다른 곳은 더 힘든 상황일 겁니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막히면 따라오는 것이 일자리 축소입니다. 이미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 증가폭이 전년 대비 반토막으로 급감했고, 계엄·탄핵 정국이 덮친 12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정부 전망을 밑도는 고용절벽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 부처라는 각오로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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