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급감·부채비율 급증…건설사 줄도산 공포감↑[이코노리포트]
[위기의 건설사]①
신동아건설 이어 경남 2위 대저건설 법정관리
미수금 늘자 ‘공사 중단’ 선언까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공사비 급등으로 미수금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1월 6일 시공능력평가 58위의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이 서울회생법원 제3부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17일에는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03위의 건설사다.
신동아건설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건설한 것으로 잘 알려진 건설사다. ‘파밀리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사업 미수금 영향으로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유동성 악화로 지난달 말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대저건설 역시 마곡지구 개발사업에 공동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저건설은 경남개발공사가 발주한 창원현동 A-2블록 공공주택 공사에도 주요 시공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공사의 주관사인 남양건설이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저건설도 공사를 포기한 바 있다.
국내 중견 건설사들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사 중단과 미수금 문제가 언제 폭탄이 돼 날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고 일부는 공사 대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수금이 쌓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고 했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12일 발표한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를 보면 국내 건설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는 2023년 이후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또 유동성 위기 가능성 커지면서 앞으로 건설사들이 재무적 위험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산연은 “2022년 이후의 지속된 공사비용 상승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4년 4분기 이후부터 경영 실적이 크게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6으로 2020년 11월(100.97)보다 29.0%가량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 공사비에 생산자 물가 지수 등 관련 경제 지표를 반영해 가공한 수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하는데, 건설공사 물가 변동을 분석하는 기준이 된다. 현재 지수 자료는 2020년(지수 100)을 기준으로 한다. 건설공사비지수가 2016년 11월 87.93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1월까지 14.8% 오른 것을 고려하면 최근 공사비가 얼마나 급격하게 올랐는지 판단할 수 있다.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중소 건설사들은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29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5곳(86.2%)는 지방 소재 기업이었다.
건산연 관계자는 “올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애로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여전히 공사비 상승 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건설공사비의 안정화를 위한 시의성 있고 효과적인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 가운데 일부는 ‘공사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평택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 기반 사업 조성 공사를 맡은 DL건설은 지난 10일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공사비 170억원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발주처인 도시개발사업조합은 2022년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일대 279만㎡ 면적 부지에 민간 주도로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 8월 휴먼빌 퍼스트시티(1468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e편한세상 평택 라씨엘로(1063가구) ▲e편한세상 평택 하이센트(916가구) ▲포레나 평택화양(995가구)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1571가구) 등 순차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기반시설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 다른 전체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미수금 문제가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 일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 미수금 누적으로 차입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 미수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순차입금 합산 규모는 9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6조 1000억원) 대비 3조 8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건설사 합산 매출채권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는 각각 27조 8000억원, 27조 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2조 4000억원, 3조 4000억원 늘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분양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 이후 분양한 지방 주택과 비주택 사업장, 후분양 현장의 경우 회수 지연 및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어려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은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리스크 우려하며 향후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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