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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3000’ 오답노트 살펴보니...“한국엔 ‘원팀’이 없었다”

[韓 조선 뭉쳐야 산다]①
日, 미쓰비시중공업·미쓰이 E&S 협력
獨, TKMS 중심 ‘하청 시스템’ 주효해

호주 해군의 안작급 호위함 HMAS 워라문가(FFH 152) [사진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호주 호위함 수주전’ 오답 노트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 조선업계 1·2위를 다투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SEA3000)에서 고배를 마시면서다. 문제는 남은 100조 규모의 잠수함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여러 오답 노트에는 ‘원팀’의 부재가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사이좋게 쓴맛을 본 시점은 지난 11월 8일(현지시간)이다. 당시 호주 공영방송 ABC는 호주의 SEA3000 사업 2차 후보국이 추려졌다고 보도했다. 1차 후보 4개국은 한국·스페인·일본·독일 등 이었다. 이 중 한국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희망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최종 후보에 선정되지 못했다. 

일본과 독일, 무엇이 달랐나

호주 정부의 선택은 일본과 독일이었다. 호주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최종 후보군을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로 압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독일의 차이는 ‘원팀’이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모두 원팀을 이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먼저 일본이다. 일본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끌고, 미쓰이 E&S가 미는 ‘원팀’을 구성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군함 빛 방산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 미쓰이 E&S 역시 상선 및 해양 구조물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즉, 두 회사가 협력할 경우 상호 보완적인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선박산업은 크게 종합중공업 계열과 독립적인 조선산업 계열로 구분된다. 종합중공업 계열은 선박 건조와 함께 항공기·발전설비·플랜트·방위산업 등 다양한 중공업 분야를 다룬다. 독립적인 조선산업 계열은 선박 건조 관련 사업만 집중한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종합중공업, 미쓰이 E&S는 독립적인 조선산업 계열에 속한다.

일본의 경우 두 회사가 원팀을 구성해 협력 구조를 최적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문근식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SEA 3000사업에서 일본은 사실상 총력전을 펼쳤고, 한국의 수주 실패에 대한 여러 요인 중 원팀의 부재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경쟁이 과열됨과 동시에 법률적으로 다투고 있어 호주 입장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정부가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특정 기업의 편을 들어 진행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사업과 관련해 ‘원팀’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했지만, 양사의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번져 봉합이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독일이다. 독일의 중심은 TKMS다. TKMS를 필두로 한 독일은 SEA 3000사업을 차분히 풀어나가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민간 선박 부문은 소규모 조선소가 주로 활동한다. 방위 조선 분야는 다르다. TKMS는 독일 방위 조선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로 평가 받는다. 특히 TKMS는 방위 조선 부문에 특화돼 있다. 그 중 군용 함정 및 잠수함 설계, 건조에 강점을 보인다.

독일 조선업의 특징은 하청이다. 물량이 쏟아질 경우, 각 모듈별로 나눠서 제작 하청을 주는 형식이다. 완성된 부품은 큰 조선소룰 보유한 기업에서 한번에 조립을 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번 SEA3000 사업에서도 TKMS가 진두지휘하면, 아래 하청 업체가 분업해 제조하는 ‘원팀’의 형태를 띄는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일은 특히 중소기업이 강한 국가인데, 이는 조선업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며 “독일 조선업의 가장 큰 특징은 체계적인 분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하청 시스템이 잘 구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은 선박 건조 물량이 쏟아질 경우, 각 모듈별로 나눠 제작하고, 제작된 모듈을 가장 큰 조선소에서 한 번에 조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듈별 하청과 분업 작업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고품질과 함께 효율성 모두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사진 방위사업청]

국내에서도 ‘원팀’ 부재 지적


시간이 흘러 지난 11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왜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떨어졌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 조선업계가 충분한 역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실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도 여러 원인 가운데 ‘원팀’의 부재가 지목됐다. 

당시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 나라들이 원팀을 구성한 것과 달리 국내 두곳의 업체가 각각 SEA 3000 입찰에 참여해 경쟁력을 깎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원팀’의 부재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교훈 삼아 남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보겠다는 답을 내놨다.

석 청장은 “노력이 분산 되기 때문에 원팀으로 갔을 때 조금 더 저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전이란 측면에선 경쟁이 필요하겠지만, 경쟁도 효율성이나 국익 앞에선 때로 양보할 필요가 있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을 교훈 삼아 원팀 구성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를 뒤로하고 남은 수주전은 ‘잠수함 시장’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폴란드·캐나다·필리핀 3개국이 발주하는 ‘잠수함 수주’를 두고 경쟁 중이다. 3개국 발주 합산 규모만 최대 80조에 달할 만큼, 각사는 치열하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폴란드의 오르카(ORKA) 프로젝트는 ‘잠수함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3척의 신형 잠수함 도입을 목표로한다. 사업 규모는 약 4~8조원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해군 역시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을 추진중이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필리핀도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발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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