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의 고려아연, '순환출자' 고리로 영풍 의결권 제한 시도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로 영풍 지분 10.3% 확보
“상법 적용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25% 제한” 주장
영풍 측 “해외 회사 적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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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의 지분을 10% 이상 확보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 무력화를 시도한 것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C는 이날 영풍정밀과 최 회장 및 그 일가가 보유한 영풍 주식 19만226주를 575억 원에 장외 매수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지분은 10.33%이다. 고려아연 측은 “SMC가 영풍정밀로부터 21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을 취득했고, 최씨 일가로부터는 21일 종가를 기준으로 30% 할인된 가격에 영풍 주식을 인수해 가격 측면에서 회사는 큰 이득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하면서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영풍 법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42%의 의결권은 제한된다는 입장이다. 23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적용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최 회장 측 34.24%(의결권 기준 39%), MBK 연합 40.97%(의결권 기준 46.7%)으로 알려져 있는데, 25%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형세가 역전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제 369조 제3항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조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에 묶인 회사들이 서로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고려아연은 선메탈홀딩스 지분 100%를, 선메탈홀딩스는 SM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SMC가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상법 제342조의2 제3항(발행주식 총수 50% 초과 주식 보유 관계)에 따라 자회사로 분류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100%)→ 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이라는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이런 거래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지하고 있는데, 최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뜻이다. 또 고려아연 측이 근거로 제시한 제369조 제3항 역시 국내 주식회사에 한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SMC는 해외에 있는데다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회사로 알려졌다.
MBK·영풍은 23일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자신들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안건 처리를 강행하면 의장 교체를 요청하고,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별도의 주총을 개최해 추후 법원에 어느 주총이 효력이 있는지 판단을 받는 계획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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