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IPO 수장' 유승창 본부장,…"올해도 1위 목표"
[IPO 본부장 대전]①"IPO 실무 모르면 영업력 떨어진다"… 새벽 출근하며 조직 적응
리서치센터·IB부서간 협업 강화…'빅3' 제치고 리그테이블 1위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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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IB) 시장에서 증권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저마다의 강점과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중인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기업공개(IPO) 관련 조직을 확대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IPO 본부장 대전(大戰)’에서는 격전지로 떠오른 IB 시장의 최전선을 진두지휘하는 증권사 IPO 본부장들을 만나 전장(戰場)의 한복판을 들여다본다.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처음 발령 받은 뒤 빠르게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새벽 5~6시 출근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다이나믹한, 제2의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은 2년 전 부임 당시 실무를 익히기 위해 치열한 적응기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거나 기업의 에쿼티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기업공개(IPO) 실무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빠르게 업무를 습득해야 했다.
그는 IPO 실무 경험이 없었던 만큼 현업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IPO 업무는 실무를 모르면 영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업무를 익히기 위해 새벽 출근을 하면서 실무 감각을 익혀 나갔다"고 말했다.
업무 적응과 함께 조직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였다. 그가 본부장으로 부임할 당시, KB증권 IPO 조직은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그는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며 "특히 내부 소통과 협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소통을 강화하고 협업 구조를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본부 내에서는 매달 전체 회의를 진행하고, 주간 단위 부서장 회의를 열어 실무진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한 조직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생일자를 축하하는 등 내부 결속력을 높이는 이벤트도 병행했다.
유 본부장은 "주간 단위 부서장 회의를 통해 본부가 직면한 고민을 공유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팀워크가 중요한 조직인 만큼, 내부적으로 소통이 원활해야 IPO 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며 "조직이 안정화되면서 IPO 딜 수행도 한층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대형 딜과 중소형 딜 균형… IPO 리그테이블 1위
이러한 과정 끝에 KB증권 IPO 본부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KB증권은 지난해 IPO 부문 리그테이블에서 전통의 빅3인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KB증권이 2022년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초대형 빅딜에 의존해 1위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는 시장 침체 속에서도 중대형급 트랙 레코드를 꾸준히 쌓으며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유 본부장은 "현대마린솔루션, 발해인프라, 엠앤씨솔루션 등 중대형 IPO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도, 중소형 IPO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성했다"며 "내부 협업이 원활했고, 팀원 간 이직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직이 안정화된 점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IPO 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은 산업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온 전문가들로, 주관 기업과 관련해 시장 상황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며 "IPO 딜의 경우 승인 신청 과정에서는 ECM조직의 역할이 크고, 이후 클로징 단계에서는 마켓의 영향이 큰데, 이 때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팅을 통한 세일즈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IB) 부서 간 협업 및 연계성도 KB증권 IPO본부의 강점으로 꼽았다. 유 본부장은 "업계 1위인 DCM(채권발행시장)과의 협업이 주효했고, 중소형 딜에서는 신기사(신기술사업금융) 부문과의 협업이 중요했다"며 "KB증권은 IB본부들이 전반적으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시너지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리서치센터장 출신이라는 점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대형 IPO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과거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며 대형 운용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 IPO 주관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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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그는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심사 승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에쿼티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PO 과정에서 기업들이 주관사에 '이런 에쿼티 스토리가 시장에서 먹힐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캐피탈 마켓이 선호하는 에쿼티스토리가 있다"며 "중장기적인 테마와 기업의 비전이 맞아떨어져야 하고, 현재의 캐시카우보다는 성장 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as-is)보다 미래(to-be)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보다 미래 성장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며 "에쿼티 스토리도 피어그룹(유사기업) 대비 현재 위치보다는, 향후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25 IPO 시장,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중간"
올해 IPO 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의 중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통 시장과 발행 시장은 보통 함께 움직이지만, 올해는 정치적 영향으로 인해 변수가 많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별적으로 IPO가 진행되는 '될 놈 될' 시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올해를 넘어 내년과 내후년까지 AI, 우주항공, 그린테크 등 중장기 성장 테마를 가진 기업들이 유망할 것"이라며 "특히 우주항공관련 기업의 상장 성적표는 지난해 다소 좋지 못했지만, 여전히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올해 KB증권의 목표에 대해 "2년 연속 IPO 리그테이블 1위를 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단독 대표 주관만 10개 이상이고, 공동 주관을 포함하면 20건 이상의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기자본투자(PI)도 선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최근 3~4년 동안 준비해온 IPO 딜들이 올해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기업을 선별해 상장하는 것이 IPO 본부의 핵심 역할"이라며 "KB증권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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