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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푸른 고래’ 딥시크 등장...“미국 급해지고, 한국 반사이익”

[중국 테크기업이 온다]②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AI 시장 흔들어
AI 전쟁 2막, 한국 거점 삼는 미국 빅테크

딥시크 애플리캐이션(앱) 화면.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중국이 미국의 허를 찔렀다. 주인공은 인공지능(AI)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DeepSeek)다. 딥시크는 중국 AI 스타트업인데, 최근 공개한 ‘딥시크-V3’ 모델과 ‘딥시크-R1’ 통해 AI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비용 효율성’과 ‘기술 혁신’이다. 

딥시크의 파격적인 등장으로 AI 산업 구조의 변화도 전망된다. 기존 AI 모델의 경우 훈련 및 추론에 고가의 GPU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했다. 업계는 딥시크가 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중국 양국 간 AI 패권 다툼에서 벗어나, 더 많은 국가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도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I 시장 흔드는 ‘딥시크 V3·R1’

대규모 언어모델(LLM) 딥시크-V3는 지난해 12월 출시됐다. 해당 모델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문가 혼합’(MoE·Mixture-of-Experts) 아키텍처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MoE는 주어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특정 작업에 필요한 모델만 활성화 하는 기술을 뜻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든 AI 모델이 투입되는 기존 매커니즘과 차이를 보인다.

개발비도 눈에 띈다. 딥시크에 따르면 ‘딥시크-V3’ 모델의 개발비는 557만6000달러(약 81억원)이다. 미국 오픈AI가 밝힌 ‘GPT-4’에 투입된 개발비는 1억달러(약 1450억원) 수준이다. 이를 미뤄 봤을 때 ‘딥시크-V3‘는 ‘GPT-4‘ 개발비의 5.5% 수준에 그친다. 획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성능도 좋다. 딥시크는 기술보고서를 통해 딥시크 V3의 성능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 V3는 ▲오픈AI의 가장 강력한 모델인 GPT-4o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AI 모델인 라마 3.1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3.5 소네트 등과 비교됐다. 결과는 22개 평가 테스트 가운데 13개 부문에서 다른 경쟁 모델보다 가장 뛰어났다.

선별된 500개의 수학 문제 테스트(MATH-500)에서 V3는 90.2%의 정확도를 보였다. 다른 모델들은 80%에 그쳤다. 다중 언어 코드 생성 평가(HumanEval-Mul)에서는 82.6%의 성능을 보였다. GPT-4o와 라마 3.1는 각각 80.5%와 77.2%에 그쳤다.

다양한 언어 이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멀티태스크 언어 이해 능력 평가(MMLU)에서도 89.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클로드 3.5 소네트(88.9%)다. 수치 추론과 정보 추출 능력 테스트(DROP)에서는 91.6%, 중국어 기반 테스트(C-Eval)에서도 43.2%를 받아 10점대 이하에 그친 다른 모델을 앞섰다.

다음으로 딥시크 R1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추론에 특화돼 있다. 개발비는 558만달러(약 78억원)으로 알려졌다. 딥시크 R1 모델은 주로 수학과 코딩, 논리 등 고난도 추론 작업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 모델은 딥시크 V3를 미세 조정해 발전시켰는데, 6710억개의 매개변수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모델 역시 MoE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전체 매개변수 중 약 340억개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는데, 이를 통해 추론 비용 및 메모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용자의 질문에 맞는 적절한 전문가 모델만 투입돼 돌아가는 구조로, 연산량을 대폭 줄여 효율적으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딥시크 R1 모델은 미 테크 기업의 10분의 하나도 안 되는 비용으로 오픈AI의 AI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딥시크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29일 워싱턴에서 가진 자체 행사에서 딥시크 R1에 대해 “분명 훌륭한 모델”이라며 “딥시크의 등장과 성과가 AI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 로고와 중국·미국 국기.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AI 민주화, 한국의 ‘반사 이익’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AI 전쟁 2막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 거점으로 한국이 있다. AI 전쟁 2막에 앞서 가장 바쁜건 오픈 AI다. 오픈 AI는 지난 2월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기업 및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개최했다. 해당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에는 올트먼 오픈 AI CEO를 비롯해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울트먼의 AI 세일즈는 계속됐다. 울트먼은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카카오와의 깜짝 협업을 발표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도 만나 30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재계에 따르면 울트먼은 이재용 회장과 손정의 회장도 만나 AI 관련 사업 협력 3자 회동을 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를 두고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등장이 또 다른 기회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의 입장에서 우군 확보가 급해진 만큼 한국은 매력적인 거점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딥시크의 사례로 봤을 때, LLM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도 충분히 AI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한국이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LLM의 경우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까지 들여 개발해야하지만, 기존의 것을 활용해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딥시크의 등장으로 급해진 것은 오픈 AI”이라고 말했다. 그는 “딥시크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만큼, 고객 기반이 마련된 한국의 기업들과 협력하고, 이를 통해 한국을 확실한 우군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며 “한국의 대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한다면 딥시크의 등장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 교수는 “딥시크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보다 가성비가 좋은건 사실”이라며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해 미국 빅테크 입장에서는 당장 한국과 일본 등 우호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국가를 찾고, 함께 나아갈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의 경우 네이버 및 카카오 등과 같은 대기업들과 함께 AI 스타트업들도 딥시크 만큼의 잠재력이 존재한다고 보여진다”며 “과거에는 미국의 빅테크들이 막대한 돈과 자본으로 AI 시장을 선두로 치고 나갔다면, 이제는 단순히 돈과 자본이 AI 기술 개발의 전부가 아닌 시대가 열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개발된 딥시크는 AI 개발에 고비용이 뒤따른다는 편견을 깬 좋은 사례”라며 “딥시크의 등장으로 비용에 대한 부담은 분명 일정 부분 줄어들었고,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도 딥시크를 보며 AI 기술 개발에 대한 희망을 내다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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