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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떠난 삼성전자, ‘5만 전자’ 위태…목표가 ‘줄하향’ 무슨 일

최근 실적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위기감↑
딥시크 충격‧트럼프 발 관세 전쟁 우려 커져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 전자’ 자리보전도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이 줄을 이으며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충격에 이어 트럼프 발 관세 전쟁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쳤다. 

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67% 내린 5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3%대까지 하락해 5만8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4만99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보유 비율이 약 2년여 만에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외국인들도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지분율은 49.99%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1월 25일(50.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1조7342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코스피 순매도 규모 1위를 기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부진과 경쟁력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HBM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양산, AMD 등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시장 1위인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12단을 공급 중으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를 18.5% 하회하는 수준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에 그쳤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8조828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주가가 추세적으로 반등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저점에 대한 가시성이 확인될 때 연간 실적 컨센서스의 하향이 종료될 수 있으나 현 시점에서 그것이 1분기일지 2분기일지 판단이 어렵다”며 “경기 방향성에 연동되는 좁은 폭의 박스권 트레이딩이 유효한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적인 악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딥시크 출현으로 기존 거대 기술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엔비디아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주가가 변동성을 키웠다. 

겹 악재 이어졌지만 ‘바닥론’도 고개  

딥시크가 최근 선보인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딥시크의 투자 규모는 미국 오픈AI의 챗GPT의 18분의 1 수준인 557만6000달러(약 81억원)다. 딥시크는 오픈AI가 사용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인 ‘H100’보다 성능이 30~40% 뒤처지는 ‘H800’을 사용했다고도 했다. 활용한 칩의 수도 오픈AI(1만6000개)의 8분의 1인 2048개다.

딥시크가 저가형 칩을 더 적은 양으로 사용하면서 고비용 칩 사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 관세 전쟁 우려도 반도체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지난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캐나다산 석유·천연가스는 10%),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오는 4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이나 반도체 산업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반도체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한 바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HBM 매출 일부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어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충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으로의 HBM 판매 비중이 높고, 미국 고객향 HBM 판매는 대부분 재설계 제품 출시 이후를 기약해야 하는 삼성전자에게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내렸다. 하향 조정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7만7000원→7만1000원) ▲신한투자증권(7만7000원→7만3000원) ▲다올투자증권(7만7000원→7만2000원) ▲유진투자증권(7만5000원→7만2000원) ▲유안타증권(8만5000원→7만원) ▲현대차증권(7만6500원→7만1000원) 등이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해 상반기 내에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주주 환원 프로그램이 나오면 상반기 중 주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분기 이익 바닥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품질좋은 1cnm D램의 개발과 2nm 파운드리 초대형 고객 확보가 주가의 트리거가 될 수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시장의 불신과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반영돼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를 지나면서 점차 회복세를 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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