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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에서 연결로…철도 지하화가 바꿀 도시의 미래[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철도가 만드는 도시]①
도시 발전의 중추에서 걸림돌로 전락한 지상철도
철도 지하화 통한 공간 활용 전략, 막대한 비용 문제도

서울 용산역 인근 선로 모습.[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전 국회의원] 지금은 대부분의 철도가 도심 중앙을 관통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최초로 건설된 철도들은 대부분 도시의 경계부(다른 도시와의 경계, 기존 모도시의 외곽)에 설치됐다. ‘오늘날의 터미널 같은 역’에서 출발하고 도착한 것이다. 이는 철도시설 자체가 막대한 부지를 필요로 하는 데다 철도에서 야기되는 소음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시가지가 밀집된 도심으로 철도시설을 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철도는 초기에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장거리 교통수단이었다가 지하철 건설이 가능해지면서 도시 내부의 이동 수단이 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리와 런던의 주요 기차역 역시 처음에는 도시 외곽 경계에 지상 철도로 배치됐다가 이후에 지하화하거나 지하철 네트워크를 추가로 확장한 경우다.

그런 측면에서 지하철의 탄생은 도시 교통에 엄청난 혁명을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다. 최초의 지하철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는데, 동력이 증기여서 매연과 안전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철도의 동력이 전기로 바뀌면서 지하철도의 성장과 확산은 가히 폭발적으로 이뤄졌다. 지금도 지하철 노선에 위치해 있거나, 도보로 접근 가능한 역세권 지역은 집값이나 임대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확연히 높다. 이렇듯 도시 내 위치에 상관없이 철도는 도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도심을 관통하는 지상철도는 도시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철도로 생활권이 단절되거나 분리되고 소음이나 먼지 발생 등 주거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철도 부지 주변은 소음이나 안전상의 이유로 주변 시가지와 적정 거리를 둬야 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토지 이용의 불합리성이나 낭비도 크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는 기존의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상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미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폐선 부지를 공원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제는 서울을 비롯한 광역지자체들이 폐선이 아니라 운행 중인 도심 관통 지상철도를 지하화하려는 도시공간구조 고도화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철도 지하화, 상부공간은 새롭게 활용하는 전략

대도시권의 지상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상부 부지에 공원 등 공공시설이나 주택, 상업시설 등에 복합적으로 자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시공간을 만들기가 확대되고 있다. 만약 철도 상부 공간을 시민들이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돌려줄 수 있다면 이는 매우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특히 교통흐름과 도시 연결성(connectivity)이 향상돼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크다. 

철도 폐선을 공원화해 성공한 사례는 이미 많다. 서울의 경의선 숲길은 도시 공간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를 견인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그동안 불편함에도 철도에 순응하던 주민들이 경의선 숲길을 체험하면서 더 나은 주거 환경을 경험했다. 상권이 활성화되고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철도 지하화에 대한 요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 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도쿄 시부야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독일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 등은 철도가 점유하던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공공 공간을 제공한 바 있다.  

서울시는 시내 지상철도 전 구간을 지하화하고 그 상부를 대규모 녹지 공원으로 만들거나 복합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도심을 잇는 길이 약 68㎞, 면적 122만㎡에 달하는 선로 부지에 대규모 녹지 공원을 조성하고 면적 171.5만㎡의 역사 부지는 업무·상업·문화 시설로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지하화 대상지는 도심 중앙 ‘서빙고역’을 기준으로 경부선 일대, 경원선 일대로 총 2개 구간 내 6개 노선과 총 39개 역사다. 사업비는 총 25조6000억원이다. 부산은 경부선 11.7㎞ 구간을, 인천은 경인선 인천역~구로역 구간 22.6㎞의 지하화를 제안한 상태다. 다른 광역시도 지하화 추진 협의회를 발족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지하화 사업모델을 구상 중이다. 

지하화 장점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은 문제

철도 지하화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지자체들의 노력은 지난 1월 31일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마련으로 힘을 얻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2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단순히 폐선 부지를 활용하는 경우와 달리 기존 철도를 지하화하는 것은 막대한 공사비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이번 특별법에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철도 지하화 사업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해당 철도 상부 공간의 용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철도 지하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 십조 원의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용도지역을 변경해서 개발하는 것이 전제라고 밝혔다. 서울역, 용산역 등 도심지의 역사 부지는 상업지역으로 변경하고 노량진역처럼 규모가 비교적 작은 곳들은 인근의 용도지역 등을 감안해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 큰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용도 변경을 해주고 민간사업자는 상부 공간 및 인근 지역의 부동산을 개발해 그 이익을 철도 지하화 사업 비용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분히 부동산 경기 의존적이며 인구성장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비 조달 방식으로 과연 철도 상부 공간에 얼마만큼이나 공원 같은 공공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많은 주민이 원하는 공원 조성은 수익이 발생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업 공간이나 주거 공간으로 고밀 개발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부동산 경기가 받쳐줄 때만 가능하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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