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에 올라탄 LCC 승객들...“불안감 안고 떠난다”
[불안한 이륙 LCC]④
LCC 이용객으로 가득 찬 ‘김포공항·인천공항’
참사 이후에도 LCC 이용하는 이유는 “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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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 만난 승객들은 하나같이 “국내 LCC를 믿어서가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탑승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이들이 미처 드러내지 못한 감정이다. 바로 ‘불안’이다. 여행을 앞둔 이들은 애써 ‘불안감’을 숨긴 채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월 7일 방문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출국을 기다리는 인원들로 붐볐다. 특히 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LCC 탑승객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얼굴에선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표정이다.
속사정은 달랐다. ‘LCC 참사 이후 LCC 탑승에 대한 불안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은 숨겨뒀던 마음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슴 한켠에 안고 여행길에 오른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먼저 김포공항이다. 이날 김포공항에는 대만 가오슝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이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8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최경덕(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을 위해 ‘티웨이항공’을 이용했다. 티웨이항공(TW651)은 김포공항에서 가오슝으로 향하는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최 씨는 “티웨이항공을 이용하는 건, 우리 가족의 여행지인 가오슝이 비교적 단거리 노선이니까 저가로 가는 게 가성비 차원에서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물론 (LCC를 탑승하는 게) 불안하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LCC의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객의 반응도 같았다.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 김현서(가명) 씨는 “참사 직후 여행 취소 고민도 했지만, 최대한 사고가 나지 않은 기종을 찾았다. 또 그나마 안전하다는 뒷자리를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불안감이 있지만 LCC만큼 싼 항공편을 찾기도 어렵고, 오래전부터 여행을 계획했기에 불안감을 안고 떠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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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앞둔 한 학생은 제주항공 티켓을 보여주며 “친구와 함께 도쿄로 향한다”며 “LCC 참사로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보셨지만, 왜 불안하지 않겠나. 당연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학생이기에 금전적 여유가 없어 LCC를 선택했다. 대형 항공사라고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면 가격이 저렴한 LCC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사카로 향할 예정이던 또 다른 대학생 무리는 “LCC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사실 항공기 사고는 극히 희박한 확률로 발생하지 않느냐”며 “참사 이후 항공편 가격이 매우 저렴하게 형성됐는데, 가격적인 측면에서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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