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신뢰’ 저버린 LCC...개선 사안은 ‘산더미’
[불안한 이륙 LCC]⑤
일련의 LCC 사고, 업계 전반 위기로 작용
무너진 신뢰, 회복 방안 강구해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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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부산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보조 배터리’에 불이나 항공기가 전소됐다. 지금까지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가 비교적 높았던 만큼, 일련의 사고는 LCC 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는 2005년 제주항공이 처음 출범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대형항공사(FSC)의 높은 운임과 제한적인 노선을 극복하고, 저렴한 항공권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LCC의 국제선 운송 점유율은 매년 20~30%의 성장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빠른 성장 속에서 안전에 대한 투자는 충분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국내 LCC는 지난 20여년 동안 대형항공사와 대치 경쟁관계에서 외양적인 몸집 늘리기에만 집중해 왔다. 그 부작용이 이제야 드러나는 모습이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LCC의 기재 1대당 정비사 수는 10.6명으로, 국토부 권고 기준치인 1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FSC는 16~18명을 유지하고 있다. LCC와 FSC간 정비 역량의 차이가 뚜렷한 셈이다.
또 우리나라의 저비용항공사는 경정비수준인 A·B-Check 정비만이 자체 정비로 이뤄지고 있을 뿐, 중정비에 해당하는 C·D-Check는 전량 해외 위탁정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정되고 책임운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중정비 또한 대형 항공사 같이 자체 정비 수행 설비 및 정비 인력 등을 적정히 갖춰야 하지만, LCC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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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LCC 사고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참사 발생 후 단 하루 만에 6만7000여 건의 예약 취소가 발생했다. 환불 금액은 2600억원을 넘어섰다. 제주항공 뿐만 아니라 다른 LCC 업계 역시 단체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급증하면서 참사 유탄을 맞게 됐다.
제주항공의 경우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 국내외 항공편 1900편을 감편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대형 사고 이후 항공사의 재정적 부담은 막대하다. 보상금·보험료 상승·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인해 최소 1~2년간 극도의 경영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LCC는 안전성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연이은 사고 이후 LCC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비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정비사 수를 국토부 권고 기준 이상으로 확대하고, 현재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C·D-Check 작업을 국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자체 정비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전 정비를 강화하고, 갑작스러운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항공안전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현재 LCC의 항공안전 투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주로 노후 기재 정비와 부품 구매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단순한 유지보수 비용만이 아니라, 예방 정비 및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안전 운항을 위한 교육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와 조종사 및 승무원의 안전 훈련도 확대해야 한다.
운항 시스템 개선도 마찬가지다. LCC는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항공기 1대당 운항 횟수가 많아 기체 피로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운항 스케줄을 최적화하고, 노후 항공기를 단계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신형 항공기 도입을 늘리고, 리스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조종사 및 운항 기준 강화도 필요해 보인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조종사 최저 비행 경력이 1000시간 이상이지만, LCC는 300시간 이상만 충족하면 부기장으로 채용될 수 있다. 이 기준을 강화해 조종사의 비행 경험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또한, 기장의 비행 경험과 긴급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교육 및 시뮬레이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및 공항 당국과의 협력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토부, 공항운영사업자, 항공사, 연구기관 등과 협력하여 항공안전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국제 기준에 맞춘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항공안전 점검 체계를 개선하고, 정밀 계기 착륙 시스템(ILS) 및 공항 내 조류 퇴치 시스템을 표준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화재 사건은 단순한 개별 항공사의 문제가 아니라, LCC 산업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빠른 성장 속에서 간과했던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LCC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위기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안전 투자와 경영 전략 개편이 필수적이다. 이제 LCC 업계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안전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인가. 그 해답은 철저한 자기 점검과 실질적인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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