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중국산 이커머스 韓 침공 본격화…‘쿠팡 대항마’ 될까
[한반도 덮친 중국風]②
테무, 韓 오픈마켓 운영…알리도 전용 마켓 지속 확장
전문가들 “가격 경쟁력만으로 시장 장악 어려워…지속 투자 필수”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물류 인프라 구축과 빠른 배송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지난 18일 테무는 한국에서 직구 사업을 넘어 오픈마켓 운영을 결정하고, 국내 판매자 모집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앞서 2023년 10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상품 전문 오픈마켓 ‘케이베뉴’(K-Venue)를 선보인 데 이어, 테무 역시 유사한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는 셈이다.
테무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로 한 것은 월간 활성이용자수(MAU)가 8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이용 수가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먼저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사례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한국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한국 시장에서 점진적인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수년간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으나,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레이 장 지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오픈마켓 사업을 도입하면서, 한국법인 임직원 규모를 100여 명까지 확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의 판매 전략은 기존과 유사하지만, 케이베뉴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물류센터 계획 확대는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알리바바그룹은 2억 달러(약 2880억원)를 들여 한국 물류센터 확보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작년 말 발표한 신세계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 건도 오는 2분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커머스의 국내 사업 확장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이용자는 2022년 3월 218만명에서 지난 1월 912만4000여 명으로 4배 넘게 늘었다. 테무 한국인 이용자 수는 2023년 8월 51만명에서 지난 1월 823만4000여 명으로 16배 증가했다.
또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 만 20세 이상 개인이 신용카드·체크카드·계좌이체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인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결제추정 금액은 각각 3조6897억원, 60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산 4조2899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 규모(1조1103억원·알리익스프레스)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었다.

C커머스가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쇼핑 플랫폼을 찾는 이커머스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고객 이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의 공백이 생겼는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를 메우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C커머스의 풍부한 자금력으로 국내 이커머스와 비교할 수 없는 마케팅 비용을 태운다면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와이즈앱·리테일의 지난 1월 기준 종합몰 앱(네이버 제외) 월간 활성이용자수는 ▲쿠팡 3302만6000명 ▲알리익스프레스 912만4000명 ▲테무 823만4000명 ▲11번가 780만8000명 ▲G마켓 542만9000명 순으로 국내 주요 업체들을 앞지른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점도 C커머스의 한국 진출에 불을 지폈다. C커머스 업체들이 미국 시장의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린아 LS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로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 면세 혜택이 폐지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C커머스 업체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전망”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가격 경쟁력과 자금력만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는 분석도 적잖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차별화된 전략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려면 공산품 외에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산품 중심의 가격 경쟁력을 제외하면 물류 인프라나 서비스 측면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오픈마켓 수준을 넘어 당일 배송이 기본화돼 있다”며 “이에 비해 C커머스 업체들은 여전히 1주일 이상의 배송 기간이 걸린다. 국내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하려면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빠른 배송을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박사는 “알리나 테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셀러(판매자)들을 끌어들이려 하겠지만, 국내 셀러들은 멀티호밍(다양한 플랫폼에서 판매)을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 플랫폼에 완전히 의존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결국 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한 가격 경쟁력 이상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도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려면 네이버, 쿠팡 등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연 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머플 주식회사(Murple Inc.), 2024 KSGC 올해의 외국인 창업팀 5위
2티웨이항공, 2월 마지막 해외노선 할인코드 이벤트
3에어서울, 동남아 3개 노선 특전 제공… 네이버 여행 커뮤니티와 협업
4‘1조 클럽 복귀’ 메리츠증권 정통 IB 강화 본격 드라이브
5원/달러 환율, 위험선호 심리 위축에 소폭 상승
6제주항공, 리튬배터리 화재 진압 파우치 도입
7하우스쿡, 정수조리기 누적 판매 3만대 돌파
8블랙야크 X 아이유, ‘343 라이트 스텝’ 캠페인 공개
9한투운용 “ACE ETF, 점유율 8% 육박…3년 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