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소망을 담은 위스키 실험실, 빌 ‘祈’ 원할 ‘願’
국산 보리 활용·전통주 숙성 방식 등 ‘한국적 위스키’ 개발 노력
기원의 철학·실험이 응축된 공간…한국 위스키의 가능성 숙성 중
‘CEO의 방’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CEO가 머무는 공간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언제나 최적을, 최선을 선택해야 하는 CEO들에게 집무실은 업무를 보는 곳을 넘어 다양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창의적인 공간입니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비전과 전략이 탄생하는 공간, ‘CEO의 방’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성공의 꿈을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도정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여기 위스키 한 병이 탄생하기까지의 철학과 실험이 응축된 공간이 있다. 기원 위스키 증류소 내부와 사무실에는 시음 샘플과 블렌딩 노트가 놓여 있고, 공간 벽면에는 한국 위스키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쌓아온 기록들이 빼곡하다. ‘위스키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이곳에서도 한국 위스키의 새로운 가능성이 천천히 숙성되고 있다.
기원은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도정한 기원 위스키 증류소 대표는 “싱글몰트는 한 증류소(회사)에서 만들어진 순수한 몰트 위스키”라며 “우리는 전통적인 위스키 제조 방식에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원 위스키 증류소 공장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보리 맥아. [사진 신인섭 기자]
도 대표는 ‘한국적’(韓國的)인 위스키 제조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기원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산 보리와 맥아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100% 국산 보리로 만드는 파격적인 실험도 진행한다.
증류소에 전시된 ‘보리스의 순수 한국 몰트’는 가평에 직접 보리농사를 지으며 수확한 결과물이다. 언젠가는 원재료까지 국산으로 만든 위스키를 대중화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숙성 과정 중인 위스키의 알콜 도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전통주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적인 숙성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도 대표는 “가령 복분자를 숙성했던 오크통을 활용하면 복분자의 깊고 풍부한 향이 배어 있어 독창적인 풍미를 갖춘 위스키가 만들어 진다”며 한국적인 재료와 전통 방식이 결합된 새로운 시도를 강조했다.
도 대표는 허리가 안좋아 키높이 책상을 이용한다. [사진 신인섭 기자]
도 대표의 사무실로 눈을 돌리니 업무 스타일도 독특하다. 그는 10년 넘게 서서 일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서서 업무를 보는 것은) 허리 건강이 안 좋기 때문”이라면서도 “서 있으면 그때마다 즉시 직원들과의 소통도 편하다”고 말했다.
도 대표의 사무실 벽에 걸린 월중행사 보드. [사진 신인섭 기자]
또 사무실 한편에는 월별 계획과 아이디어들이 적힌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고, 위스키 관련 서적과 자료들이 가득하다. 새로운 도전을 기록하고 분석하며, 더 나은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도 대표의 열정이 느껴진다.
도 대표의 공간을 돌아보니 위스키 한잔에는 정성과 시간은 기본, 꿈과 소망까지 깃듦이 느껴진다. ‘기원’의 이름 그대로 기원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한국 위스키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아 오늘도, 내일도 숙성은 계속되고 있다.
도 대표의 사무실 내 장식장. 그간 모아 놓은 위스키 관련 서적과 자료가 꽂혀 있다. 기원 위스키를 비롯해 지인들로부터 선물받은 술들도 함께 진열돼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도정한 대표는_글로벌 언론 및 IT 기업을 거쳐 2014년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창립했다. 핸드앤몰트는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을 선도하며 2018년 AB 인베브에 인수됐다. 이후 국산 위스키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필요성을 느끼고, 2020년 한국 최초의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인 ‘기원 위스키’를 설립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위스키 제조의 핵심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위스키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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