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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한국’…조여오는 투자 압박

트럼프 “韓, 군사 도움 받으며 관세 4배 높아”
“반도체법 폐지…그 돈으로 美 부채 줄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한국’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온 이후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고 있는데, 그 일환 중 하나로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경쟁력이 큰 주요 산업에 대해 연일 관세율 인상·보조금 정책 재검토 정책 등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4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취임 후 이날까지 경제·이민·외교 등 각종 분야에서 시행한 각종 정책을 신속하고 단호하게(swift and unrelenting) 진행했다”며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가 다시 올 것임을 거듭 선언했다. 또 “우리의 모멘텀이 다시 돌아왔다”며 임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지속해 ‘새 시대’을 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으로 ‘한국’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한국이 미국에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부과 정책을 설명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많은 관세를 부과하는데 이는 미국의 관세보다 훨씬 높다. 이제는 유럽연합(EU)·멕시코·캐나다·브라질 모두 관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며 “미국이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2일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국가에 그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비금전적인 규제로 미국을 시장에서 몰아낸다면 미국도 같은 장벽을 세워서 미국 시장에 그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거의 사기를 당했다”라고 거칠게 표현하며 “모든 국가가 미국을 상대로 돈을 뺏어갔다”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호 관세 정책을 추진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반도체법’ 폐지 주문…기업 부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많은 돈을 퍼줬다”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법은 끔찍한 것”이라며 “반도체법을 폐지하고, 남은 돈은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 폐지 구상과 연관돼 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2800억달러(약 403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했던 2022년 통과됐는데,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기업에 520억달러(약 74조98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미국에 수십조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10~20%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받기로 한 보조금 약속이 불투명해진 셈이다. 

만약 반도체법이 폐지되면 보조금을 받아 미국에 투자하려는 국내 기업은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370억달러(약 53조3500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의 투자 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12.8%다. SK하이닉스도 38억7000만달러(약 5조58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생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며 SKC의 자회사 앱솔리스는 미국 조지아주 생산시설에 7500만달러(약 1081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참여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행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사업가 본색…韓 “양국, 사실상 관세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 기업과 정부를 압박해 더 많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사업가’적인 협상 방식이라고 해석한다. 먼저 강하게 압박한 뒤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3월 4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던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25% 관세 부과 정책에서 자동차에 한해 1개월간 적용을 면제한다고 5일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4배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반박하면서 협상을 통해 관계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돼 있지 않나. 사실은 거의 관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통상 관계 부처가 미국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기에 한미 간에는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윈윈 할 수 있도록 양국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사업에 참여하길 원하고, 수조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실장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와서 협의를 했다”며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고, 앞으로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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