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더 사는 한국 개미, 미 증시 급락에도 베팅 지속
테슬라·레버리지 ETF 집중 매수…증권업계 우려 확대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미국 증시가 조정을 겪고 있음에도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Tesla)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일까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및 ETF 순매수 규모는 102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투자 대상은 테슬라, 엔비디아(Nvidia), 팔란티어(Palantir) 등 변동성이 큰 기술주와 미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레버리지 ETF였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식 순매수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가장 많았으며, 테슬라 변동성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도 17억달러(약 2조2000억원)가 유입됐다.
특히 테슬라 주가가 2월에 28% 급락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더욱 강해지며 3월 한 달 동안 테슬라 주식 8억3600만달러(약 1조1000억원),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 5억8600만달러(약 8000억원)가 추가 매수됐다. 그러나 미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들 ETF의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하락했다.
이 같은 투자 행태에 대해 증권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ETF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일부 증권사는 해외 ETF 신규 매수를 제한하고 테슬라 주식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미 증시에 몰리는 이유는 국내 시장에 대한 불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낮은 배당 성향,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2021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며 장기간 박스권에서 머무르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반면 미국 증시는 기술 기업 중심의 성장성과 글로벌 투자 환경의 개방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고위험 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그러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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