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한국·미래에셋證 IMA 1호 경쟁…판 키우는 ‘8조 클럽’
- [IMA 시장 개막]②조달한도 임박한 한투, IMA로 수익 확장 시동
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건전성 부담에 ‘신중론’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종합투자계좌(IMA) 제도가 8년 만에 본격 가동되면서 초대형 증권사 간 ‘1호 사업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단순한 제도 참여를 넘어, 자금조달과 운용전략 전반의 경쟁력 차이가 증권업계 서열 재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IMA 사업자 요건으로 제시한 ‘자기자본 8조원’ 기준을 충족한 증권사는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양사는 모두 9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며 명실상부한 ‘빅2’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사업화 준비에 있어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한발 앞서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1호 사업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확대와 새로운 운용 상품 취급을 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IMA를 기존 운용 조직에서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역시 지난 4월 9일 열린 금융위원장 간담회에서 “연내 IMA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직접 밝히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간담회에서 IMA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증권사 대표는 김 대표가 유일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규제 마련 이후 기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뒤, 이후 뚜렷한 진척은 없는 상태다. 전담 조직도 아직 온전히 꾸려지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자산운용 체계와 자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이미 다양한 기업금융 투자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제도 정착과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전략적 진입 시점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발행어음 한도 소진…자금조달 더 급한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IMA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자금 조달 기반의 확장 필요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2024년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약 17조3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조달 여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IMA와 같은 대체 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MA가 본격 시행되면 발행어음과 통합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조달 한도가 자기자본의 최대 300%로 늘어난다. 이는 기존 대비 약 100%p, 즉 수조원 규모의 추가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 차 수익 구조는 발행어음과 유사하지만, IMA는 원금 만기 보장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보다 안정적인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테일 자금 유치에도 강점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을 통해 이미 수익 구조 전환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발행어음 조달액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리며 이를 기업대출 등에 투입해 수익성을 높였다. 이는 시장에서 IB 수수료 수익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자 수익 기반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같은 시점 기준 약 8조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의 발행어음 잔고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조달 여유가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IMA를 ‘즉시 확장해야 할 핵심 사업’으로 인식하는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체계를 보완할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 계열 증권사들 "RWA·수익성 부담…관망 중"
반면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지주사 계열 증권사들은 IMA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자기자본 요건(8조원)을 충족하지 못한 데다, 그룹 차원의 건전성 규제와 내부통제 요건도 높은 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중한 행보는 지주사 체계 특유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물려 있다. 그룹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지주사 체제에서는 자회사 자산 구성이 그룹 전체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IMA의 주요 운용 대상인 모험자본에는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이 최대 400%까지 적용돼, 자산 규모 대비 상당한 수준의 위험자본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재무 안정성을 중시하는 지주사 구조에서는 자산 운용 여력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운용 구조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있다. IMA는 부동산 자산 비중을 30%에서 10%로 축소하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자산의 편입을 확대해야 하는 구조다. 이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에 방점을 둔 지주사 계열 증권사들에겐 진입 시점을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국의 현행 가이드라인하에서는 IMA 제도가 자본 여력과 리스크 통제를 중시하는 지주사 체계와는 운용 방식 면에서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IMA 제도가 증권업전체에 기회인 동시에 업계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은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진입 자체가 쉽지 않은 기준인데다 ▲발행어음 운용 경험 ▲내부통제체계 ▲리스크 감수 능력 등 추가 조건까지 갖춰야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조달·운용 양면에서 대형사 중심의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다”며 “자산운용 기회가 일부 대형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분기부터 IMA사업을 영위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청요건에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 ▲제재 이력 ▲내부통제 기준 등이 포함된다. 지정 이후에는 최소 2년간의 운용 실적을 쌓아야 본격적인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
IMA는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갈리는 구조인 만큼, 증권사의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제도다. 단순한 조달 규모보다는 이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운용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현재 진입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제한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 실질적인 성과와 운용 안정성이 사업자 간 격차를 만드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는 발행어음보다 설계가 복잡하고 원금 보장 구조로 인해 리스크 부담도 크다”며 “조달 수단이 늘어난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상품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단독]국민연금, 한화에어로 유증 문제제기...비공개 대화기업 지정 논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지아, 하의실종 패션... 민낯에도 굴욕 無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향년 88세(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국민연금, 한화에어로 유증 문제제기...비공개 대화기업 지정 논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루닛 vs 딥노이드, 생성형AI 의료기기로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