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스마트폰은 넘고, 전기차는 멈췄다...기술 산업 수문장 ‘캐즘’
- 2007년 출시 이후 캐즘 넘은 스마트폰
복합적 원인으로 ‘캐즘’ 못 넘는 전기차
“문제 해결 할 경우 수요 폭발적 증가”

캐즘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시기는 1991년이다. 미국 기술 마케팅 전문가 ‘제프리 무어’가 처음으로 캐즘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무어는 기술 수용 주기를 다섯 가지로 나눴다. ▲혁신가 ▲초기 수용자 ▲초기 다수 ▲후기 다수 ▲지연 수용자 등이다. 무어는 ‘초기 수용자’와 ‘초기 다수’ 사이에는 깊은 틈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틈이 바로 ‘캐즘’이다.
주류 시장 관문 ‘캐즘’
캐즘을 넘는 것은 산업 영역 전반에 걸친 과제다. 캐즘을 넘는 사업은, 주류 시장 확산을 이룬다. 그렇지 못한 사업은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캐즘이 주류 시장을 향하기 위한 관문이자, 수문장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캐즘 극복에 성공한 산업으로는 ‘스마트폰’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7년 까지는 이른바 ‘피처폰 시대’였다. 피처폰은 물리 키패드 방식에, 통화와 문자 등 간단한 기능이 전부였다. 물리 키패드로 이뤄진 피처폰은 직관적이었다. 이 때문에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도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가능했다.
획일화 된 피처폰 시장을 ‘신기술’로 흔든 기업은 ‘애플’이다. 2007년 1월 당시 스티브 잡스는 “오늘, 우리는 세 가지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한다”며 “첫 번째는 터치 컨트롤이 가능한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전화,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했다.
세 가지 제품을 따로 소개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그는 이를 보기 좋게 깼다. 스티브 잡스는 “이것들은 별개의 세 가지 장치가 아닌, 하나의 장치”라며 “우리는 이를 아이폰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휴대폰을 사실상 재발명한 순간이다.
물론 애플도 캐즘은 피하지 못했다. 다만, 애플은 2008년 ‘앱스토어’를 개방하면서 스마트폰을 일상의 허브로 전환시켰다. 단순 통화 기능을 넘어 ▲소셜미디어 ▲게임 ▲쇼핑 ▲금융 ▲건강관리 등 스마트폰 안에서 가능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대중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애플은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했다. 2007년 첫 출시 당시 140만 대에 불과했던 아이폰의 연간 판매량은, 불과 5년 만에 100배 가까이 늘어난 1억2500만 대로 치솟았다. 애플의
아이폰이 캐즘을 넘어섰음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테티스타(Statista)의 ‘아이폰 연도별 글로벌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은 2007년 출시 이후 2008년 1160만대, 2009년 2007만대 등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은 2010년이다. 이 시기 판매량이 연간 4000만대를 돌파하며, 스마트폰이 피처폰의 대체재로 본격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1억 대의 장벽을 넘어서며 전기 다수층까지 흡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부터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아이폰 역시 고정 수요 기반 위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에 집중하면서도, 사용자 생태계인 아이클라우드, 에어팟, 워치, 맥북 등을 강화해 록인(Lock-in) 효과를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이제 전기차가 캐즘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캐즘을 극복한 것으로 보여진다. 노르웨이가 대표적이다. 다만, 글로벌 전체로 보면 여전히 캐즘 구간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캐즘의 초입에 서있다.
먼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도로연맹(OFV)에 따르면 지난해 노르웨이 신차 판매량은 12만8691대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차 비중은 88.9%다. 전기차 11만4400대가 신차로 판매된 것이다. 이는 2023년(82.4%)대비 6.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전환을 위해 세제 혜택을 부여함과 동시에, 휘발유 및 경우차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2024년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의 9.6%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미국 내 전기동력차 판매는 전체 승용차 판매의 9.1%를 차지해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성장률은 6.4%로, 2023년 상반기 54.8%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전기동력차 유형별로 보면, 순수전기차(BEV)는 상반기 53만6000대가 판매되며 전체 승용차 판매의 6.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 비중도 0.1%포인트 소폭 하락한 수치다.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전년 대비 35.7% 증가해 BEV 수요 둔화를 일부 상쇄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고가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 시장 구조와 제한된 저가 모델로 인해 성장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약 12만2775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승용차 시장의 8.5% 수준이다. 그러나 전년 대비 판매량은 7.3%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HEV)의 약진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8%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기차 출시 초기에는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친환경 가치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 즉 ‘얼리 어답터’들이 주로 구매층을 형성했지만, 이제 남은 소비자들은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비교에 훨씬 민감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규모의 경제가 본격화되며 생산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됐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지금은 캐즘 국면에서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초기 구매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가격보다는 경험과 상징성에 의미를 둔 구매가 많았다”면서도 “이제 남은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새로운 과학 기술로 무장한 전기차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고, 기존 소비자들은 본인이 사용해오던 것을 지속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전기차를 사용했을 때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없는 한 손에 익숙한 것을 꾸준히 사용하는 현상은 유지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전기차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아직 많다. 가격, 안전성,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이라며 “소비자들은 가만히 이 문제가 해결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전기차와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 요소들이 해결됐다고 판단이 될 경우, 비로소 소비자들은 폭발적으로 전기차를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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