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영서 기자] 코스피(KOSPI·유가증권시장)가 3000선을 돌파했다. 국장(국내 증시장)에서 눈을 뗐던 국내 투자자들이 속속 코스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허니문 랠리'가 이어지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코스피 3000이 고정값이 되는 거 아니냐"라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선진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일 직전 거래장보다 44.10포인트(1.48%) 오른 3021.84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 2021년 12월 28일(3000.24)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기록한 건 지난 2022년 1월 3일(3010.77) 이후 3년 5개월 만이었다.

지난 16~20일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사자' 행렬이 이어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3494억원을 순매수했다. 규모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5주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은 4076억원 규모로 순매도를 보였다. 4주 연속 순매도했다. 기관도 27억원 규모로 2주 연속 순매도를 보여 차익 실현에 나섰다. 종목 가격이 연일 높아졌는데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며 유동성 증가를 이끌었다.

높아진 주가에 동학개미(국내 투자자를 의미)는 환호했다. "계좌의 숫자가 변했다, 고맙다", "다음주 코스피 3100 간다", "금요일에 주식이 오르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인데 코스피가 부활하는 건가" 등의 반응을 남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짜 성장, 모두의 성장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걸맞게 실질적인 성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불공정 거래 근절 등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가 확고하고 허니문 랠리에 대한 기대 심리가 존재한다"면서도 "단기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존재하고 있고, 미국 경제지표 악화나 관세 협상, 중동 정세 불안 등 대외환경이 악화할 경우 단기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언급하며 주식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2주 만에 주가가 2배 가까이 오른 종목들도 나타났다.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카카오페이는 3만 8150원에서 7만 9600원까지 108.65% 올랐다. 풍산도 101.75% 크게 뛰었다. ▲한전기술(79.81%) ▲LG CNS(77.38%) ▲NHN(76.09%) ▲형지엘리트(70.95%)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10개도 대다수 올랐다. 이에 시가총액도 2472조원을 기록했다.

PER 11배 이상 정당화돼야…단기 조정 가능성도 우려

코스피 3000이 '기준선'으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코스피가 3000선 이상에서 안착하려면 성장에 대한 확신과 함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11배 이상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수출 증가율 확대 ▲품목별 관세 완화 ▲기업이익 증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 조정 가능성도 우려된다. 5월부터 수출이 역성장하는 등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낮게 발표되는 경우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다음 달에는 70여개국 상호관세 유예 종료, 품목별 관세 조사 발표 등 관세 및 수출과 관련한 주요 이슈들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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