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럽 올해의 차' 르노 세닉 E-Tech…패밀리 카의 기준을 보여준다[타봤어요]
- 가족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넉넉한 공간 느낄 수 있어
화재 위험 줄이는 혁신 기술 눈길...가격 경쟁력도 갖춰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변변한 신차 없이 한국 시장에서 고군분투했던 르노코리아에 웃음을 안겨준 차는 지난해 9월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다. 르노코리아가 몇 년 만에 선보인 신차는 지난 1분기까지 1만1341대를 팔면서 한때 국산 승용차 판매량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한국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기록한 르노코리아가 이번에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들고 나왔다. ‘2024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패밀리 SUV 전기차 ‘르노 세닉 E-Tech’(이하 세닉)가 주인공이다.
세닉은 1996년 유럽 최초의 컴팩트 다목적차량(MPV)으로 선을 보인 이후 2023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쇼’에서 전동화 모델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8월에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세닉은 프랑스 북부 두에(Douai)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르노코리아는 ‘르노 최초의 전기 패밀리카’라고 강조할 정도로 가족을 위한 차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 패밀리 전기차의 감성’이라는 설명을 할 정도다.
내연 기관차를 몰고 있고 두 아이의 아빠인 기자에게 패밀리카를 내세운 전기 SUV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차를 바꾼다면 전기차를 선택하고 싶고 네 명의 가족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SUV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은 우리 가족이 함께 이용할 패밀리카로서 적합한지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패밀리카의 조건은 안전성, 가족이 불편함 없이 탈 수 있는 넓은 공간, 그리고 다양한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렁크 크기다. 여기에 너무 튀지 않는 디자인과 가성비까지 갖추고 있다면 전기차를 고민하는 아빠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사용 편한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아이들이 좋아할 듯
세닉이 가족 모두의 안락함을 책임지는 전기 패밀리카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6월 25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양평군 양수리를 거쳐 다시 워커힐호텔까지 돌아오는 70여km 구간 시승을 했다.
우선 공간부터 보자. 세닉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실내 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있다. 2열 바닥은 평평하다. 또한 동급 최고 수준인 278mm의 무릎 공간과 884mm의 넉넉한 헤드룸이 마련됐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불편함을 별로 느낄 수 없다. 여기에 트렁크 공간은 기본 545L, 2열을 폴딩하면 1670L까지 넓어진다. 캠핑 장비나 유모차 등의 짐을 어느 정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다.
뒷좌석의 '인지니어스(Ingenius) 암레스트'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거치할 수 있는 스탠드, 2개의 C타입 충전 포트, 컵 홀더까지 갖추고 있다. 이동 중 아이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전장은 4470mm로 대표적인 컴팩트 패밀리카인 기아 스포티지의 전장(4685mm)보다는 짧다. 하지만 차량의 실내 공간을 보여주는 축간거리는 스포티지(2755mm)보다 세닉(2785mm)이 더 넓다.
세닉이 패밀리카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것은 천장이다. 세계적인 유리 기업 '생 고뱅'과 협업해 개발한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선루프'는 버튼 하나로 전체 또는 앞뒤 좌석 구간별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더운 여름철, 열에너지 투과율이 일반 선루프의 절반 이하(약 16%)에 불과하다는 것도 뒷좌석에 앉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다만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는 최상위 아이코닉 트림에서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참고로 세닉은 ▲테크노(techno) ▲테크노 플러스(techno+) ▲아이코닉(Iconic) 3개의 트림으로 출시된다.
또한 실내 곳곳에 다양한 수납 공간이 마련됐다. 무선 충전 패드를 내장한 센터 스크린 하단부 공간, 추가 수납 공간을 갖춘 센터콘솔 등 총 38L 용량의 개인 소지품 수납 공간이 있다.

파이어맨 액세스·파이로 스위치 등 눈길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과 차체 하부에 통합된 배터리가 무게 중심을 낮춰 차량의 롤링을 억제해 운전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스마트 코쿤' 기술을 채택해 외부 소음과 진동이 차단되어 차량 내부에서의 대화가 편하다. 고속 주행에도 차량 내부는 조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기차에 대한 두려움 중 가장 큰 것은 사고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다. 패밀리카라면 당연히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세닉은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 활동을 지원하는 기술이 몇 가지 적용됐다. 그 중 하나가 ‘파이어맨 액세스’(Fireman Access)다. 차량 배터리 케이스에 마련된 소방 호스용 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단단히 밀폐되어 있지만, 화재가 나면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강한 물줄기가 덮개를 밀어내고 배터리 셀 안으로 직접 물을 주입할 수 있다. 르노는 올해 2월 이 기술 특허를 공개했다고 한다. 파이어맨 액세스는 사고가 났을 때 혹시 모를 화재를 빠르게 진압할 수 있는 안전 장치인 셈이다.
또 하나 안전을 위한 기술로 ‘파이로 스위치’(Pyro Switch)도 눈길을 끈다. 사고로 인해 에어백이 전개되면 배터리의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해 화재 및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의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거는 12V 자동차 배터리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사고 후 차량 문을 열고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세닉은 주행·주차·안전 등을 위한 30가지 최첨단 주행 보조 기능(ADAS)을 적용했다.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Active Driver Assist)는 레벨 2 주행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고, 시승을 통해 차선과 앞 차와의 간격을 잘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차가 막히는 도로에서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는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는 좋은 기능이다. 이외에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한 긴급 제동 보조 장치, 충돌 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다중 충돌 방지 제동 보조 기능 등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세닉이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았다고 하니 가족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유럽보다 저렴한 가격 책정
아빠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이다. 르노코리아가 내놓은 예상 가격(전기차 구매 보조금 서울시 기준 적용 후)은 테크노가 4649만~4813만원이고, 테크노 플러스는 4980만~5313만원, 아이코닉은 5440만~5773만원이다. 4000만원대 중반부터 500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시승을 마치고 만난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훨씬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이 정도 가격이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세닉 가격은 6000만원대였다.
외관 디자인은 질 비달(Gilles Vidal) 르노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유려한 곡선이 눈길을 끈다. 요즘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느낌이 든다. 차량 전면에는 로장주 엠블럼과 르노의 새로운 시그니처 헤드램프 패턴이 적용됐다. 20인치 휠은 르노 고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됐다.
내부 디스플레이도 그랑 콜레오스와 많이 다르다. 그랑 콜레오스의 디스플레이는 조수석까지 펼쳐져서 눈길을 끌었다면 세닉의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서 센터 콘솔까지 L자 형태로 이어졌다. 테슬라가 선보인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닉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성능 배터리가 채택됐다. 동급 최고 수준인 87kWh 용량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460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중간에 충전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30여분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행을 자주하는 가족을 위한 차로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세닉을 시승하면서 느낀 것은 패밀리카로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부터 주행의 즐거움, 그리고 넓은 공간 등 가족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아빠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K-바이오 도전은 계속된다...제2 오름부터 차세대 재생 신약까지 ‘주목’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이데일리
‘20년만 재혼’ 이상민, 파리 신혼여행? 사실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집값 얼마든 대출은 6억까지만…서울 집값 극약처방(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상장 접은 SK엔무브, SK온과 합병설 '솔솔'…SK이노 선택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납입 될까...이정규 대표 “파라택시스 모든 것 확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