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상승 막을 규제 카드 효과 볼까]①
주담대 6억 상한…부동산 시장 일시적 관망세 예상
현금 부자에는 무용, 서울로 몰리는 쏠림 현상 해결해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규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금 부자들은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고, 집주인들은 보유한 주택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어 주택 가격이 하락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 27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 ▲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강화 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핵심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거나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 하는 경우에는 대출을 금지한다.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빚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도 고삐를 조인 셈이다.
일부 은행에서 시행했던 주담대 만기 40년 대출도 사라졌다. 수도권·규제지역내 주담대 대출만기를 30년 이내로 제한했다. 대출 상환 기간을 늘리면 다달이 나눠 내야하는 원리금이 줄어든다. 이 경우 총부채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대출 우회로도 막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 조치를 다음날인 6월 28일부터 바로 적용했다. 시간을 두고 정책을 시행하면 사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의 관리목표 준수 여부와 지역별 대출동향 등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추가 강화 ▲DSR 적용대상 확대 ▲거시건전성 규제 정비 등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가 감소하는 등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자의 상당수는 대출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데, 대출이 막히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의 공인중개사 A씨는 “지금까지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LTV 60%까지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세금 등을 제외하고 6억원만 있으면 9억원을 대출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면, 현금 9억원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부부가 맞벌이로 연 2억원의 소득이 있어도, 가진 현금이 적고 대출마저 제한되면 15억원이 넘는 집을 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택 매수 계획이 있던 사람들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면서 대책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C씨는 주택 매수를 고려하다가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 보증금 6억원에 전세를 살고 있다는 그는 “아내와 신축 아파트 매매를 알아보면서 비싸지만 지금 사야할지 고민했는데, 대출이 6억원까지만 가능하다는 소식에, 계획을 새로 짜야하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지금 가진 6억원에 대출 가능한 6억원을 더해 12억원 수준의 집을 알아보는 게 최선”이라며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상급지로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간 거래 감소 전망…공급 부족 無대책은 한계
문제는 이번 대책이 집값을 잡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C씨의 사례에서 이번 부동산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보유한 현금이 많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주택을 구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방 자산가들이 재산을 정리해 서울 집을 매수할 경우 그 수요는 고스란히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보유한 자산이 없는 사람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어도 비싼 집을 살수 없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보유세나 거래세 등 세금 정책이 빠진 것도 한계로 거론된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려면 매수 수요는 줄고 매도는 늘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주택을 보유하는데 압박이 크지 않아 싸게 팔 이유가 없는 셈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몰리는 쏠림 현상은 강화되고 서울 주택 보유자들은 팔려고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 짓는 주택이 부족한 점도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5월 주택 인허가 실적은 2만424호로 4월(2만4026호)보다 15.0% 감소했다. 수도권 인허가 건수는 8630호로 39.5% 줄었고, 착공 역시 9157호로 50.1% 감소했다. 수도권 분양은 9554호로 전월 대비 42.5% 축소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한다’는 제목으로 열린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수요억제책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공급도 속도를 충분히 내면 걱정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존 계획된 신도시가 아직 많이 남았다. 기존에 돼 있는 것은 해야 하고 속도는 빨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으면 대출 규제는 미봉책으로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최대 한도를 계산해 서울 집값은 12억원 수준으로 키맞추기를 하거나, 그 이상 고가 주택은 자산가들의 수요에 따라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이외 주택 거래를 차단하고 다주택자에게는 어떤 목적이든 대출을 일체 허용치 않겠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조치이고 당장 일부 효과는 볼수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장기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출한도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다보니, 중저가주택의 매매시장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출한도에 걸리는 금액대의 주택에 대한 매수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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