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신라호텔 5층 비밀의 공간”…제네시스가 품은 멋·맛·쉼 [가봤어요]
- 신라호텔 비밀의 공간 ‘제네시스 라운지’
차경(借景)으로 풀어낸 한국적인 공간

지난 2일 기자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5층에 위치한 ‘제네시스 라운지’를 직접 방문해봤다. 손때 묻지 않은 흙 벽과 반듯한 화강암 바닥 위로 한 줄 빛이 흘렀다. 말로만 듣던 ‘한국적’인 럭셔리를 눈으로 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공간이라고 믿기엔, 이곳은 너무 조용했고, 느긋했고, 아늑했다.

“여기,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람들도 이용하십니다.” 라운지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덧붙인 말이다. 그 말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이곳은 단순한 고객 라운지가 아니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10년 동안, 그저 차를 파는 데서 벗어나 ‘한국식 럭셔리’의 철학을 어떻게 키워왔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는 것은 전통 도자기다. 작가 이능호의 작품으로, 빛을 담아내는 유백색 기운이 청명하다. 좌우로 난 벽은 단단한 흙으로 마감됐다. 대개 호텔의 고급 라운지는 대리석을 입는다. 반들거리고 차갑다. 이곳은 다르다. 흙과 화강석이 공간을 덥히고 있다. 발을 디딘 순간 ‘한국의 집에 들어왔다’는 착각이 든다.
제네시스 측은 이 라운지를 설계하면서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풍경을 빌려 쓰는’ 동양 고유의 조경 철학이다. 그 철학이 이곳에선 조경이 아닌 ‘시선의 설계’로 나타난다. 원형 구조로 공간을 짠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빛과 소리, 시선을 가운데로 모은다. 그래서 누가 어디에 앉아 있어도 바깥 풍경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한가운데 사람의 목소리가 울림 없이 도달한다.
이 건축을 설계한 이는 최욱 소장(원오원 아키텍츠)이다. “좋은 건축이란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그의 철학이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사운드 룸이었다. 유국일 명장이 수작업으로 만든 금속 스피커가 좌우에 놓였다. 가장 적은 왜곡, 가장 선명한 음. 음악에 취향이 없다던 사람도 여기선 잠시 귀를 세운다.
스피커는 원형 공간의 여백을 소리로 부드럽게 채운다. 관계자가 추천하는 수용 인원은 세 명 이었다. 극소수만이 음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제한은 오히려 이 경험을 더 간절하게 만든다. 잔잔하게 채워진 음악 사이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밖으로는 남산과 영빈관이 조용히 내려다보였다.

다이닝룸은 계절을 먹는다. 2개월 단위로 예약을 받으며, 8명까지 함께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시식한 음식들 역시 모두 제철 재료로 꾸며진 한상이었다. 요란하지 안되 기억에 남는 식사다. 제네시스의 지극한 환대를 경험하기 위해선 ‘비어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처럼 임원도, VIP도 여기선 운이 따라야 한다.
식탁은 설희경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블이라고 한다. 색감은 자연을 닮고, 무늬는 규칙 없이 부드럽다. 의자 역시 여인철 작가의 작품이다. 겉으로 봤을 땐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앉아 있으면 엉덩이보다 등과 마음이 먼저 내려앉는다.
이곳에선 와인과 차를 모두 권한다. 라운지에는 45종의 싱글 몰트 위스키와 샴페인, 와인도 갖춰져 있다. 미국 허드슨 와이너리에서 국내 단 40병만 들여온 ‘레이디버그 샤도네이 2022’도 이곳에 있다. 그러나 진짜 중심은 차다. 제네시스 가든차를 발효시킨 청량한 콤부차부터, 한방 재료를 넣은 블렌딩 티까지. 음료 역시 한국적이다. 단순한 스페셜티가 아니라 ‘가장 한국적인 취향’이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부사장)은 “제네시스 라운지는 단순한 고객 응대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오감으로 느끼는 곳”이라며 “제네시스는 이제 단지 자동차를 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식 럭셔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축적해가는 중”이라 강조했다.
지난 2023년 1월 문을 연 제네시스 라운지는 개관 이후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부 고객만을 위한 비공개 공간으로 남아 있다. 출입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 가운데서도 롱휠베이스(LWB) 또는 블랙(BLACK) 트림을 신차로 구매한 고객에게만 개방된다. 제네시스 측에 따르면 현재 이 자격을 갖춘 이용자는 약 2500명 수준이다.
이곳을 나올 때쯤, 기자는 자신도 모르게 문을 한 번 더 돌아봤다. 소수를 위한 라운지를 ‘누군가의 아지트’가 아니라, ‘누구든 들어와 머물 수 있는 풍경’으로 느껴지게끔 만든 건 제네시스의 소박한 디테일이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어떻게 알고...삼부토건, 압색 사흘 전 짐 쌌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코요태 몰라?”..신지♥문원, ‘상견례’ 영상 논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더 강력한 규제 예고…李대통령 "대출 규제는 맛보기"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다시 돌아가는 M&A 시계…대기업이 이끈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브릿지바이오 인수 파라택시스, "한국의 스트래티지 되겠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