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일단 살고 보자”...면세업계, 中 보따리상 거리두기 [면세점, 봄날은 올까] ②
- 다이궁 의존도 낮춰 수익성 개선 총력
50% 웃돌던 송객수수료 30% 수준까지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면세점들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다이궁에 의해 실현되는 매출이 상당하지만, 이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감소가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면세점들은 당분간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큰손' 의존도 줄인다
다이궁은 중국어로 ‘물건을 대신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대량 구매를 기본으로 해 면세점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업계에서는 다이궁을 ‘빅 게스트’(Big Guest)와 ‘스몰 게스트’(Small Guest)로 구분한다. 'BG'는 컨테이너 화물 등 대규모 거래를 하는 기업형 구매자, 'SG'는 구매 물품을 접수 받는 형태로 모객에 나서는 여행사를 일컫는다. 업계에서는 BG와 SG의 비중을 5대 1 정도로 추정한다.
국내 면세점들이 다이궁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 이후다. 당시 중국 정부는 한국 문화·상품·관광 등을 제한하는 비공식 정치 보복(한한령)에 나선 바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을 통해 돈을 벌던 면세점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이때부터 면세점들의 다이궁 유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다이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는 2014년 약 5500억원에서 2019년 약 1조3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구매를 알선한 기업형 구매자 또는 여행사 등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면세점들의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는 나날이 커졌다. 여행 수요가 급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최고조에 달했다. 다이궁을 통해 발생하는 면세점 매출은 60%를 웃돌았다. 이에 면세점들이 다이궁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도 급증했다. 2021년에는 약 3조9000억원, 2022년은 약 7조1600억원까지 늘었다.
결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은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 2022년 9월 면세업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과도한 송객수수료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송객수수료 면세점 특허(갱신) 심사 기준 반영이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정화 요구에 면세점들은 대응을 시작했다. 한때 50%를 넘나들던 다이궁 송객수수료는 올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라·신세계·현대 등 대형 면세점들은 점진적으로 송객수수료를 줄이는 형태로 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는 올해 2분기(4~6월) 다이궁 거래 매출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기업형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까지 선언했다. 대신 개별관광객(FIT)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80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중 영업 흑자를 기록한 것은 롯데면세점이 유일하다.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 노력 지속
다이궁과의 거리두기 등 면세업계의 수익성 개선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국내 면세점들이 수년째 다이궁 송객수수료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송객수수료 등이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 순수 단체관광객이 오던 시기 송객수수료는 15~20%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면세점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이궁 매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동남아 등 단체관광객 유치도 지속하고 있으며, 매장 효율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차료 인하 조정을 신청한 것도 수익성 개선 활동의 일환이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공항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1·2여객터미널 면세점(담배·주류·화장품·향수 등) 점포 임대료를 40%가량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인천공사 측은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임대료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차 조정기일은 오는 8월 14일이다. 이 기간 면세점들은 상황이 진전되길 바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면세 산업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면세 사업은 정부 허가 사업이다. 다시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게 새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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