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포커스
‘할인 천국’ 중국, 이면에 숨은 ‘인볼루션’ 위험[특파원 리포트]
- 온·오프라인에 온갖 할인 혜택, 스벅·아이폰도 예외 아냐
6월 소매판매 부쩍 성장…할인 정책 효과 내수 진작 기대
디플레이션 위기는 계속돼, 제한적 상황 출혈 경쟁 우려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 특파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중국에서도 개봉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 창을 열어 보니 영화표 한 장 가격이 49위안(약 9374원) 정도 한다. 이미 1만원을 훌쩍 넘는 한국 영화관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실제 결제하는 금액은 이보다도 낮은 45.9위안(약 8779원)이다. 통신사 멤버십이라든지 어떤 할인 요건을 충족한 것도 아니다. 그냥 창을 띄워서 결제만 했는데 한국 돈으로 600원 가까이 할인을 받았다. 할인율로 치면 6% 정도다.중국은 ‘할인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할인 혜택이 존재하는 곳이다. 중국의 쇼핑 앱에선 상시 할인 쿠폰이 쏟아지고 콧대가 높은 아이폰,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전기차 업체들 또한 할인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아예 재정을 투입해 전기차나 가전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보상 판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대대적인 할인은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함으로써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할인만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수요는 제한적인데 공급이 늘면서 저가 출혈 경쟁이 벌어지자 중국 내부에선 ‘인볼루션’(Involution) 위험성도 언급되고 있다.
“제값 주면 호갱”…어디서나 누리는 할인 혜택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떠한 제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제값을 낸다면 일명 ‘호갱’(호구 고객) 취급받기 쉽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할인을 받을 방법이 여러 가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 ▲징둥닷컴 ▲타오바오 ▲핀둬둬 등에선 상시 할인 제품이 넘쳐난다. 처음 이용 고객은 물론이고 수시로 할인 패키지가 제공돼 포인트가 쌓이고 특정 결제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더 싼값으로 결제할 수 있다.
6·18 축제(6월 18일)나 광군제(11월 11일) 같은 대형 행사 기간에는 할인 폭이 더 커진다. 필요한 가전제품은 물론 생필품을 살 때도 이 기간만 기다린다는 중국인들이 있을 정도다.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이나 ‘중국판 캐치테이블’ 따종디앤핑 등에서도 쿠폰을 열심히 모으면 일반 가격보다 훨씬 싼 이용이 가능하다.
따종디앤핑의 경우 대부분 식당에서 할인 가격이 적용된 타오찬(세트 메뉴)이 있다. 100위안(약 1만9100원) 짜리 쿠폰을 80~90위안(약 1만4300~1만7200원)에 파는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10~20%의 할인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할인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유명 브랜드도 중국에서는 예외다. 워낙 할인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은 최근 6·18 행사가 진행됐던 5~6월 신제품인 아이폰16 가격을 최대 30% 할인 판매했다. 이제 중국 온라인에서 아이폰에 할인 표시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 스타벅스는 지난달 프라푸치노와 티라떼 같은 일부 음료의 가격을 평균 5위안(약 956원) 인하했다. 커피 메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선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한 묶음 할인 쿠폰 등이 있어 기존 가격보다 싸게 살 수가 있다.
전기차 업체 할인 경쟁은 좀 더 치열하다. 업계 선두 비야디(BYD)는 최대 30%의 할인 판매에 나서며 동종 업계를 긴장시켰다. 현재 BYD의 전기차 ‘친플러스’ 시세를 확인하면 출시 가격은 10만9800위안(약 2099만원)인데 보조금과 보상판매, 자체 할인까지 더해 7만8000위안(약 149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 브랜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지속 성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아예 할인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예산으로 3000억위안(약 57조원)을 책정해 ▲자동차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소비재 보상 판매에 활용토록 했다. 기존에 보유한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하면 최대 15%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中 내수 활성화 지상 과제, 제로섬 게임은 경계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가 부진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가 계속됐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떨어지니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
그동안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외 수출을 늘리며 전체 경제 성장세를 뒷받침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는 대중(對中) 관세 부과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내수를 살려 거대한 중국 경제를 유동적으로 굴려야 한다는 게 시급한 과제다.
할인 행사를 통해 부족한 소비 수요를 자극하자는 중국의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 지표를 보면 6월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6.4% 늘어 2023년 12월(7.4%)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가 6월(0.1%) 겨우 반등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수석 통계학자 둥리좐은 “내수 확대와 소비 촉진 정책이 효과를 지속하면서 산업 소비재 가격이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중국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단 정황들이 많다. 우선 CPI를 보면 올해 상반기 누적이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중국은 그간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3% 내외로 유지하다가 올해 2%로 낮춘 바 있는데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히려 지난해 상승폭(0.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매 판매액이 증가하는데 물가가 저조한 상황은 공급되는 재화가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중국 내 생산자가 출하하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해 전월(-3.3%)보다 낙폭을 키웠다. 중국 PPI는 무려 33개월째 하락세다.
전방위 할인 정책이 소비 수요는 잠깐 자극할 수 있지만 정작 남은 것은 없다는 현실을 맞이할 수 있는 셈이다. 제품 판매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은 수익이 악화하고 결국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어 대규모 실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에서 출혈 경쟁이 심화하자 정부 차원에서 인볼루션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인볼루션이란 자원이나 수요는 제한됐는데 여기에서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는 일명 ‘치킨 게임’을 의미한다. “이러다 다 죽어”라는 인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대사처럼 내부 사업자들이 모두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달 중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반환점을 돈 중국 경제가 얼마나 기초체력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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