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통령 ‘이자놀이’ 지적에…상반기 순익 10조 낸 4대 금융 진땀
- KB·신한·하나·우리, 상반기 순이익이 10조3254억
李 대통령, “손쉬운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에 나서라”
금융권 ‘생산적 금융 확대’ 긴급 간담회 개최
가계대출 관리·기업대출 투자 확대 방침 발표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은행권이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같은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에 나서라”며 은행들의 영업 형태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을 포함해 투자 확대를 고민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상반기 호실적 성적표가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0조325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약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고기록이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이 3조435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도 상반기 3조374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예대마진 차이를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도 금융사들의 수익이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4대 금융은 상반기 이자 이익으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21조924억원을 벌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은행들의 호실적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경제 파이를 키우려면 금융기관도 건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주담대만 확대하는 이자놀이에 매달릴 수 없다”고 밝혔다. 주담대 비중이 큰 가계 대출 확대를 ‘이자 놀이’에 비유한 것이다.
대통령의 비판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28일 ‘생산적 금융 확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협회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정부는 금융회사가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장애가 되는 법, 제도, 규제, 회계와 감독관행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의 예대마진과 부동산 중심 영업관행 탈피 ▲금투사의 모험자본 중심 기업금융 확대 ▲보험사의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 확대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 강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금융권, 시장참여자와 기업, 전문가 등과 현장·수요자 중심의 TF를 구성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금융혁신 과제를 선정·추진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는 한편 기업대출 확대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고 신한은행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호대출(소상공인 및 소규모 기업 대상 대출)과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하고 금리 혜택을 확대한다. 우리은행도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공급망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가입 회원사를 올해 안에 10만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종민 KB국민은행 CFO는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에는 수익성과 건전성 감안한 ‘우량자산 중심’의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특히 기업대출 부분은 리스크 관리를 우선 고려해 우량 자산 위주의 성장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에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AI·바이오·에너지 등 첨단전략산업을 지원할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100조원 펀드’공약이다. 기업 투자·지원을 확대하는 데 금융권이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기업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업 대출을 시행할 때 현행 기준을 따를 경우 위험 가중치가 높아져 대출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이르면 다음달 RWA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을 보면 주담대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18.9%, 기업대출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57.9%로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 대출이 더 안전하고 수익을 내기 유리한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 만큼 은행들이 앞으로 기업 대출과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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