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삼성과 SK 수장이 함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주목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미 정부 관계자와 주요 기업인이 참여하면서 이 같은 만남이 성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젝슨 황 CEO의 만남 사진은 이전에도 수차례 공개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 사진은 최 회장보다는 비교적 적어 이들의 만남 사진이 집중받고 있다. 특히 젝슨 황 CEO와 이재용 회장은 이번 만남에서 서로를 반가워하며 서로를 안아주기도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을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HBM 퀄테스트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엔비디아 승인을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날 행사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CJ 이재현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국내 기업인 16명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 등을 포함해 다나허,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등 미국 대표 기업인 21명이 참석했다.

한미 기업인이 대거 모인 가운데 실질적인 계약과 MOU도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조선과 원자력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드 조성, 투자, 기술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MOU 6건이 체결됐다. HD현대,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도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 및 강화를 목표로 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보유한 서버러스와 MOU를 맺었고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과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를 맺었다.

항공 분야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사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달러)를 신규 도입하는 MOU를,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137억달러)을 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t 규모의 중장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한편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원전 등 제조 산업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하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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