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RP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확산…로봇 투자는 뭐가 다를까
- [100세 시대, 퇴직연금 안녕하십니까]③
국내 RA 자문·일임 운용금액 3700억원 넘어…1년 6개월만에 3배로 증가
평균적 가정 기반으로 투자 조언 제시, 돌발 변수에 취약할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인공지능(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RA) 일임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 이후 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 전략을 세우고 종목을 선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 알고리즘을 통해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매매까지 전 과정을 맡기는 ‘일임형’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IRP에도 일임형 서비스가 허용되면서 주요 금융기관들은 발 빠르게 핀테크 투자자문사와 협업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파운트투자자문과 손잡고 IRP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신한은행 역시 도입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 중에서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디셈버앤컴퍼니의 ‘핀트(Fint)’와 제휴해 IRP 일임 시장에 진출했다. 핀트는 현재 11개 이상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국내 RA 자문·일임 운용금액은 2023년 말 1186억원에서 2025년 4월 중순 3700억원으로 약 1년 6개월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핀트의 경우 투자일임 운용자산이 지난 7월 기준 3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중 97.8%가 개인 투자자 자금이다.
RA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I가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면 투자자가 직접 투자를 결정하는 ‘자문형’, 투자자가 자금을 맡기면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매매까지 대신 하는 ‘일임형’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서비스가 일임형이다.
일임형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은 자산 배분 전략을 자동화한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일일이 상품을 고를 필요 없이 AI가 짜 놓은 전문가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RA는 수천 개의 글로벌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 성향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자산을 재분배한다. 가령 주식시장이 좋아지거나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반대로 투자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안정성이 높은 채권 투자 비중을 늘려주는 식이다.
공격형·안정형·중립형 투자자 성향따라 포트폴리오 변화
RA는 투자자의 나이나 투자 성향, 은퇴 시점 등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할 때 보통 수십 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이를 통해 투자자가 공격적인 성향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성향인지 분류한다는 것이다. 크게 ▲공격형 ▲안정형 ▲중립형 등으로 분류하고 여기서 적극적인 공격형인지 혹은 소극적인 공격형인지 나누기도 한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를 바라는 투자자라면 적극적인 공격형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투자자의 성격을 분류한 뒤에는 AI 알고리즘이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식, 채권, ETF,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한다. 운용 과정에서 ‘리밸런싱’이라 불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수행한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RA는 코스콤의 테스트베드를 거쳐 출시된다. 테스트베드는 알고리즘의 투자자 성향 분석, 분산 투자 구조, 해킹 방지 체계 등을 점검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통과할 수 있다. 2016년 제도 시행 이후 142개 기업이 853개 알고리즘 심사를 신청했고, 이 중 약 85%가 통과했다.
핀테크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RA의 경우 사람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주식) 폭락장에서 급하게 매도하지 않고 장기 투자를 목표로 운용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RA 시장이 가장 발전된 국가로 거론된다. 퇴직연금 운용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운용 절차는 설문을 통해 근로자의 투자성향과 재무 목표를 파악한 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RA 방식과 비슷하다. 초기에는 완전 자동화 형태로 운용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전화 상담 등 인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도입되면서 자산관리사와의 병행 자문이 이뤄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계좌 운용에 이용되는 알고리즘의 주요 기능이나 한계 등을 알리도록 하고 투자 목적과 기간,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에게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충분하게 질문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용 중에도 지속적인 성과 모니터링을 통해 오류 여부를 검증해야 하도록 하면서 RA 성장과 소비자 보호를 병행하고 있다.

RA 테스트베드 통과가 수익률 담보하지는 않아
일각에서는 RA 일임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법상 RA 상품의 수익률·리스크 지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할 규정이 없어, 투자자가 알고리즘 성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3년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으로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일임형 RA 모델에 한해 수익률 광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코스콤 기준 수익률을 인용한 경우에 한정된다.
RA 일임형 상품이 코스콤의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것은 맞지만 테스트베드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점이다. 코스콤 측은 테스트베드에 대해 “RA 알고리즘의 유효성, 시스템의 안정성.보안성 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며 RA의 수익률은 심사대상이 아니다”라며 “자문·일임을 직접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소 확인 절차이며 RA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RA는 평균적인 가정을 기반으로 제시하는 투자 조언이며, 금융시장의 모든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주식시장이 ‘평균’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급등락할 경우 이런 요인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주식시장이 요동쳤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RA가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8월 5일 기준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알고리즘 40개 상품 중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높았던 1~5위 상품의 수익률은 8.52~11.37%로 나타났다. 1년 수익률은 13.73~18.18%였다. 반면 6개월간 코스피 상승률 27.92% 1년간 상승률은 30.98%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속보]김건희특검, ‘통일교 입당 의혹’ 국힘 2차 압색 시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김종국 '런닝맨'서 직접 발표…"결혼식 미정"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日국채 ‘진공청소기’ 될 것"…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코앞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원조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몸값 ‘2000억원’ 찍은 이유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구독하면 200만원 주식 선물', 팜이데일리 8월 행사 시작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