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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의무화 시대 오나…은행 vs 증권사, 뭉칫돈 어디로
- [100세 시대, 퇴직연금 안녕하십니까]⓵
퇴직연금 미가입 사업장 40% 넘어
의무화시 최소 연 18조원 이상 적립금 증가 예상
원금 보장 수익률은 증권사가 비보장 상품은 은행이 우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다. 현재는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가 함께 운용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퇴직연금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먼저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가 1년 이상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일 할 경우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연봉 3600만원인 직장인이 1년을 근무하고 회사를 그만둘 때 퇴직금으로 한 달 치 월급인 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퇴직금은 퇴직 전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고 급여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많은 혜택을 받는 특징이 있다. 만약 30년을 근무한 직장인의 퇴직 전 임금이 1억 2000만원이라면 월급의 30배인 3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제도는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기관에 쌓인 퇴직급여를 주식이나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불릴수 있는 특징이이 있다. 일반적인 퇴직금처럼 근로자가 받을퇴직 급여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 (DB, Defined Benefit)과 회사가 납입할 부담금(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확정되는 확정기여형 (DC, Defined Contribution) 방식이 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가장 큰 차이는 퇴직자가 그동안 적립한 퇴직급여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다.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업을 계획하는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라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퇴직 후에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을 받을 계획이라면 한꺼번에 찾을 수 없도록 하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게 이롭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 제도 시행을 고민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퇴직금 제도의 단점 보완과 퇴직자들의 노후 생활 안정화 필요성이 거론된다.
퇴직금 제도의 가장 큰 위험은 회사의 재정 상태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퇴직금은 회사 내부 자금으로 적립되는데, 회사가 도산하거나 경영이 악화하면 근로자가 이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사업자가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퇴직자가 일시금으로 목돈을 손에 쥔 이후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소진한다면 노후 생계가 막막해질 수도 있다. 퇴직금을 자녀의 사업 자금으로 보태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다. 이 경우 퇴직자의 노후 안전판이 사라지는 셈이다.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도입률은 26.8%. 300인 이상 사업장은 도입률이 91.9% 수준이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은 2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노후 안전판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함께 퇴직연금 개혁안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연금제도를 통해 노후를 더 두텁게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퇴직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업장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중도 인출을 더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퇴직연금 도입을 강제한 것은 아니어서 정부는 자율적인 가입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원금 보장 상품 수익률은 ‘증권사’, 非보장 상품은 ‘은행’이 앞서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제도 의무화가 현실화할 경우, 막대한 재원이 어디로 향할까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431조7000억원, 2023년(382조4000억원)에서 1년 새 약13%(약 49조 3000억 원)가 증가했다. 당시 퇴직연금 가입률이 53.0%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47%가량이 가입하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약 312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향후 추가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적립금이 매년 18조~19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퇴직연금 미가입 근로자들이 지금까지 쌓아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에 추가로 적립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한 계산인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을 선점하는 금융사들의 자금 운용력이 향상될 수 있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을 살펴보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 운용에서는 증권사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에서는 은행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중 DC형 퇴직연금 자산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6월 말 기준 7%로 나타났다. 증권사 평균(6.34%)보다 0.66%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DB형 퇴직연금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 평균 수익률도 은행(6.1%)이 증권사(5.95%)를 소폭 앞질렀다.
반면 원리금이 보장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좋은 성적을 냈다. 원리금 보장 DC형 상품의 수익률은 증권사가 3.7%로 은행(3.12%)을 앞섰고 DB형 수익률 역시 증권사(3.71%)가 은행(3.26%)보다 0.45%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상당 부분 정기 예금에 들어가는데 상대적으로 증권사에 고금리 상품이 많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의 전체 10년 평균수익률은 2.31%, 5년 평균수익률은 2.8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금리가 3%를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예금보다 못한 운용 성적을 낸 셈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안도걸 의원은 “2022년부터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는 공적 기금 방식의 통합 운용으로 지난 3년간 누적 수익률 20%를 돌파했다”며 “지난해에는 6.52%, 올해 상반기 7.46% 등 우수한 성과를 보여 기금형 제도의 필요성과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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