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실손 간소화' 안 되는 병원 많은데..."환자들이 서비스 직접 요구해야"[이코노 인터뷰]
- [실손 간소화 1년, 과제는] ④ 정상경 서울의료원 의료정보팀장
전 보험사 참여...자녀·부모 보험금 청구도 가능한 실손24
EMR 구축 숙제..."보험소비자들 노력도 필요"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연 2500억~3000억원. 한 해 동안 미청구되는 실손의료보험금 액수다. 지난 몇년간 누적으로 치면 수조원의 보험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은 '귀찮음'을 이유로 소중한 보험금을 날리고 있다.
이런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 제도다. 이 제도의 대중화는 40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위해서라도 매우 필요한 일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홍보 부족으로 많은 보험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비용 문제 등으로 참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정상경 서울의료원 의료정보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실손 간소화 제도의 필요성과 정착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Q.'지앤넷'이나 '청구의 신' 같은 민간업체들도 실손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실손24' 서비스와 뭐가 다른가.
-민간업체들의 실손 간소화 서비스는 전체 보험사가 모두 참여한 것이 아니며 의료기관 참여율도 제한적이다. 또 100% '無서류 보험금 자동청구' 방식도 아니다. 그리고 민간업체들의 경우 자신의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만 청구가 가능하고 사진자료 등 일부 자료를 여전히 내야 한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이 만든 실손24는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고 제휴되는 의료기관도 점점 확대 중이다. 또 보험소비자 자신 뿐만 아니라 자녀, 부모까지 대리청구가 가능해 서비스 측면에서 훨씬 진전을 이뤘다.
Q.중소병원들이 실손 간소화 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청구 전산화 구축 비용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래도 자체 사용 중인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해 병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해도 병원이 굳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 않겠나. 또 설치비용은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정보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한 개당 구축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1000개 중소병원에만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처리)시스템을 설치해도 100억원의 비용이 든다. 앞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에 EMR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또 공공 성격이 강한 보험개발원이 어떤 사업의 목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은 잘못하면 배임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정부가 비용 지원을 해주겠지만 아직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돼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Q.해결책은 없나.
-결국 보험소비자들이 실손 간소화를 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왜 여기는 실손 간소화가 안 되나요" 정도의 질의로도 충분하다. 무슨 얘기냐면 현재 실손 간소화는 전국 6000여개 의료기관에서만 적용이 되고 있다. 이 중 병원은 1000여개에 불과하다. 이러면 실제로 실손 간소화를 경험한 보험소비자는 해당 제휴병원만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 약제비 청구도 실손 간소화가 되는 약국이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소비자들이 실손24 참여 의료기관만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계에서도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Q.'실손24 참여' 자체를 의료기관들이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예를 들어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데 A식당에 가면 있지만 B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 그러면 손님들이 A식당으로 몰리지 않겠나. B식당이 그 메뉴를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손 간소화가 더 확산되기 위해 보험소비자들이 의료기관에 실손24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Q.실손 간소화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의료기관들은 실손 간소화 홍보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실손 간소화가) 자신들과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다. 진료를 보고 이미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데 병원들이 환자들 보험금을 챙겨주기 위해 실손 간소화를 홍보할 이유가 없지 않나. 특히 약국들은 완전히 남의 일이다. 병원이야 실손보험 덕분에 손님이 늘 수 있지만 약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Q.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국 보험금 삭감, 보험 가입 거절 등의 사유로 악용할 것이라고 말하는데.(실손24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 시 의료기관은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을 보험개발원에 전송하고 이 내용을 보험사에 보낸다)
-환자의 진료 내역은 굳이 실손 간소화가 아니더라도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충분히 수집 가능하다. 굳이 실손 간소화 때문에 환자 정보가 보험사에 쌓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사에 전송되는 서류도 진료비 등 주로 비용과 관련된 내용으로 의사의 소견서나 의무기록 같은 것은 넘어가지 않는다.
Q.소비자 입장에서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인가.
-보험사에 자신의 정보가 쌓인다고 해서 실손 간소화 제도를 도입하지 말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병원 이용 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향후 개인정보보호 측면이나 이런 부분은 법적으로 제재를 내리든지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의료계가 지적하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실손 간소화는 분명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다.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보험사든 의료기관이든 손해 보는 곳은 전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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