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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매장 혁신하겠다” 물음표에서 시작된 페이히어의 여정[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한 빌딩 16층에 위치한 ‘페이히어’ 사무실. 햇살이 스며든 공간은 ‘쇼핑몰’와 ‘사무실’을 섞어놓은 듯했다. 각 회의실 공간은 서점·카페·스포츠용품숍 등 다양한 상점을 모티브로 꾸며졌다. 이날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와의 인터뷰는 서점을 모티브로 한 ‘AIM HIGH BOOKSTORE’ 회의실에서 진행됐다.직원들이 오고 가는 공용 공간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스크린이 눈에 띈다. 박준기 대표의 경영철학이 자연스레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곳에서 박 대표를 만나, ‘결제 시스템’으로 시작해 ‘매장 관리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 여정과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물음표가 만든 ‘페이히어’의 시작“온라인 결제는 그렇게 빠르게 발전하는데, 오프라인은 왜 여전히 불편할까?” 박 대표의 창업은 이 같은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다날과 클래스팅 등에서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며 오랫동안 ‘결제의 현장’을 경험했다. 온라인 서비스의 편의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낡은 판매관리 시스템(POS) 단말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결제 혁신을 고민하다보니. 결제하는 수단인 ‘포스’를 떠올렸고, 포스를 바꿔야 결제를 혁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의식은 곧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됐다. 2019년 설립된 페이히어는 클라우드 기반 포스(PO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객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 받으면 서비스를 사용해 매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 페이히어의 초창기 구성원은 단 두 명. 주말에만 업무를 도와주는 파트타이머까지 합쳐도 네댓 명이 전부였다. 지금은 임직원 수가 200명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했다.박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결제 서비스 회사를 창업하게 될 줄 몰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이라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했다. 박 대표는 “점들이 연결돼 인생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연한 기회에 결제 회사에 들어가 커리어를 쌓았고 스타트업에서 이를 고도화했다”며 “이후 결제 분야의 의문점을 아무도 해결하지 않으니 스스로 해결해 보자는 생각까지 그간의 점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투자자 망설였지만…서촌 와인바, 페이히어 첫 고객 되다박 대표는 사업 초기 당시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서 가장 큰 벽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기에는 투자자들로부터 ‘기존 포스사들이 모바일로 내면 끝 아닌가’ ‘2명짜리 회사가 시장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고객 반응은 달랐고, 써보지 않고 사야 하는 기기 대신 바로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오히려 빠르게 공감대를 얻었다”면서 “상품을 잘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고객 설득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그가 창업 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은 것은 ‘첫 번째 고객’이다. 그는 “2020년 3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는데, 그보다 두 달 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서비스를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줬던 와인바 사장님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서촌의 ‘아페로’라는 곳이었는데,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말기를 설치해 드렸다”며 “그분 가게가 저희 1호 가맹점이었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지금은 첫 고객이었던 서촌 와인바가 문을 닫았지만, 당시에는 사장님이 투자자 미팅에도 함께 나와줄 만큼 응원해 주셨던 분”이라면서 “매장에서 저희 서비스를 기다려준 고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연동성’이 만든 차별화…“AI는 총괄매니저 될 것”현재 페이히어는 누적 8만여개 매장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월 거래액은 약 3600억원 규모다. 박 대표는 서비스 출시 약 5년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연동성’을 꼽았다.그는 “창업 초기 당시 통합 매장 관리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었는데, 페이히어는 포스·고객 관리·웨이팅·결제를 합쳐서 내놨다”며 “페이히어는 매장 전체 운영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포스 중심 구조를 지향하고, 다양한 기기를 연동해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페이히어의 슬로건 ‘매장의 미래를 만듭니다’에도 이 같은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닌 ‘사장님 중심의 효율 혁신’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내놓는다. AI가 가게의 총괄매니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결국 매장은 점점 자동화될 것”이라며 “주문·결제·웨이팅·서빙이 모두 연결되고, 사장님은 포스 앞에서 모든 걸 제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에는 사장님이 ‘오늘 매출 어땠어?’라고 물으면 AI가 매장 리포트를 말해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는 AI 기반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장을 혁신하겠다”…글로벌 시장을 향해페이히어는 이제 미국·동남아 등으로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내실을 다진 뒤 다시 모험을 시작하겠다”면서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쯤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인도네시아 앱스토어에 시험적으로 서비스를 내본 적이 있는데, 사용 유저 수 1000명 정도를 만들고 접었다”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친 게 아니다보니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어려웠고, 해외에 진출하려면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페이히어’ 앞에 붙기를 바라는 수식어를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매장을 바꾼’, 혹은 ‘매장을 혁신한’ 회사로 인식됐으면 좋겠다”며 “언제나 판매자, 즉 사장님에게 집중하겠다는 게 페이히어의 진심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진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5.10.20 10:00

5분 소요
'덕질'이 시장이 된다…팬덤 경제의 새 판 여는 ‘크레페’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만화·애니메이션·게임·아이돌 등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이른바 '덕질' 문화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팬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 거래되는 디지털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정보통신(IT) 스타트업 쿠키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커미션 플랫폼 '크레페(CREPE)'가 있다. 커미션은 팬이 창작자에게 원하는 콘텐츠를 의뢰하고 제작비를 지불하는 C2C(소비자 간 거래)다.크레페는 창작자(커미션주)와 의뢰자(신청자)가 직접 소통하며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일러스트·영상·글·보이스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활발히 거래된다. 그중 상당수는 특정 캐릭터나 아이돌, 게임 세계관 등 개인의 '덕질 대상'을 중심으로 제작된다. 는 최근 쿠키플레이스의 남선우, 장동현 공동대표를 만나 팬덤 경제의 새 판을 열고 있는 크레페의 강점부터 앞으로의 도약 등에 대해 물었다. 덕후들의 거래, 하나의 산업으로'덕후들의 거래가 과연 시장이 될까'라는 초기의 회의적인 시선과 달리, 크레페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크레페의 2023년 매출은 12억원이었으나, 2024년에는 2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회사는 올해 매출이 4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거래액도 2023년 140억원에서 올해 47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플랫폼 이용자는 37만명에 달한다.남선우 공동대표는 “덕질 문화는 더 이상 취미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며 "팬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창작의 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거래를 통해 확장하고 있다. 그 열정이 곧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크레페의 급성장은 '신뢰 기반의 거래 구조' 덕분이다. 과거 커미션 시장에서는 선입금 후 결과물을 받지 못하는 등 거래 분쟁이 빈번했다. 크레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뢰자의 결제 금액을 플랫폼이 중간에서 보관하고, 거래 완료 후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안전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남 대표는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신뢰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흥미로운 점은 크레페가 아직 별도의 해외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음에도, 해외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번역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동현 공동대표는 “현재 해외 거래액이 전체의 약 7~8%를 차지한다. 영문 페이지도 없고 결제수단도 페이팔 하나뿐인데, 해외 유저들이 직접 사용법을 각국 언어로 번역해 SNS에 공유하고 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커미션을 신청하는 모습은 우리도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이 같은 자발적 확산은 커미션 문화가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덤의 언어는 다르지만, ‘덕질을 통한 창작’이라는 공통된 열정이 글로벌 이용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셈이다. 쿠키플레이스는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글로벌 확장판 크레페를 준비 중이다.남 대표는 “서비스 차원에서는 모바일 앱 론칭과 영어 페이지 구축이 가장 큰 목표이다. 글로벌 유저들이 크레페에 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UI와 UX를 전면 개선하고, 국가별 결제 환경도 확대할 계획이다. 커미션이 전 세계 팬덤 문화를 잇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커미션의 진화, 덕질의 고도화크레페의 경쟁력은 단순히 시스템에 있지 않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구성원 대부분이 ‘덕질의 당사자’라는 점이 서비스의 세밀함을 만든다. 남 대표는 “현재 21명의 팀원 모두 크레페의 헤비 유저이자 서브컬처 향유자예요. 문화의 내부인이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문제와 니즈를 팀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유저의 불편을 곧바로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남 대표는 한영외고와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리안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 게임, 아이돌 문화에 깊이 빠져 있었던 그는, 자신의 ‘덕질 경험’을 비즈니스의 언어로 확장했다.장 대표 역시 덕후 출신이다. 대구과학고를 졸업하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에 진학했지만, 학업을 중단하고 쿠키플레이스의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그는 “학교보다는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느꼈다. 내 덕질이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덕질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덕질이 지속가능하려면 이를 지탱할 구조가 필요하다. 크레페가 바로 그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크레페가 성장하면서 거래되는 커미션의 종류도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 남 대표는 “최근에는 ‘타로 커미션’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아이돌을 주제로 타로 점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다. 단순히 카드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나의 캐릭터’나 ‘최애’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상상력과 점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창작이다"고 설명했다.또한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주는 ‘플레이리스트 커미션’도 등장했다. 특정 인물이나 설정에 맞춘 창작 활동이 하나의 거래 콘텐츠로 발전한 것이다. 남 대표는 “덕질의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커미션의 형태도 무궁무진하게 확장되고 있다. 유저들의 창의성이 시장의 폭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덕질이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하나의 창작 경제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크레페는 그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덕질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우리 팀 대부분이 커미션 문화의 참여자이자 팬"이라며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즈니스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문화를 더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유저가 크레페에 처음 진입할 때 허들을 낮추고, 이후에는 커미션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거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충돌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며 "더 많은 창작자가 활동하고, 더 많은 유저가 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커미션 시장을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10.20 09:38

4분 소요
'실손 간소화' 안 되는 병원 많은데..."환자들이 서비스 직접 요구해야"[이코노 인터뷰]

보험

연 2500억~3000억원. 한 해 동안 미청구되는 실손의료보험금 액수다. 지난 몇년간 누적으로 치면 수조원의 보험금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은 '귀찮음'을 이유로 소중한 보험금을 날리고 있다. 이런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 제도다. 이 제도의 대중화는 40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위해서라도 매우 필요한 일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홍보 부족으로 많은 보험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들은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비용 문제 등으로 참여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는 정상경 서울의료원 의료정보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실손 간소화 제도의 필요성과 정착을 위한 해법을 들어봤다. Q.'지앤넷'이나 '청구의 신' 같은 민간업체들도 실손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실손24' 서비스와 뭐가 다른가. -민간업체들의 실손 간소화 서비스는 전체 보험사가 모두 참여한 것이 아니며 의료기관 참여율도 제한적이다. 또 100% '無서류 보험금 자동청구' 방식도 아니다. 그리고 민간업체들의 경우 자신의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만 청구가 가능하고 사진자료 등 일부 자료를 여전히 내야 한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이 만든 실손24는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고 제휴되는 의료기관도 점점 확대 중이다. 또 보험소비자 자신 뿐만 아니라 자녀, 부모까지 대리청구가 가능해 서비스 측면에서 훨씬 진전을 이뤘다. Q.중소병원들이 실손 간소화 참여에 소극적인 것은 청구 전산화 구축 비용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래도 자체 사용 중인 전산시스템을 바꿔야 해 병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해도 병원이 굳이 자신들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 않겠나. 또 설치비용은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정보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한 개당 구축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1000개 중소병원에만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처리)시스템을 설치해도 100억원의 비용이 든다. 앞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에 EMR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또 공공 성격이 강한 보험개발원이 어떤 사업의 목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은 잘못하면 배임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정부가 비용 지원을 해주겠지만 아직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돼 있다.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Q.해결책은 없나.-결국 보험소비자들이 실손 간소화를 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왜 여기는 실손 간소화가 안 되나요" 정도의 질의로도 충분하다. 무슨 얘기냐면 현재 실손 간소화는 전국 6000여개 의료기관에서만 적용이 되고 있다. 이 중 병원은 1000여개에 불과하다. 이러면 실제로 실손 간소화를 경험한 보험소비자는 해당 제휴병원만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 약제비 청구도 실손 간소화가 되는 약국이 소비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소비자들이 실손24 참여 의료기관만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계에서도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Q.'실손24 참여' 자체를 의료기관들이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인가.-그렇다. 예를 들어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데 A식당에 가면 있지만 B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 그러면 손님들이 A식당으로 몰리지 않겠나. B식당이 그 메뉴를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손 간소화가 더 확산되기 위해 보험소비자들이 의료기관에 실손24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Q.실손 간소화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의료기관들은 실손 간소화 홍보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의료계 입장에서는 (실손 간소화가) 자신들과 크게 상관이 없는 일이다. 진료를 보고 이미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데 병원들이 환자들 보험금을 챙겨주기 위해 실손 간소화를 홍보할 이유가 없지 않나. 특히 약국들은 완전히 남의 일이다. 병원이야 실손보험 덕분에 손님이 늘 수 있지만 약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Q.의료계는 보험사가 실손 간소화를 통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국 보험금 삭감, 보험 가입 거절 등의 사유로 악용할 것이라고 말하는데.(실손24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 시 의료기관은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을 보험개발원에 전송하고 이 내용을 보험사에 보낸다) -환자의 진료 내역은 굳이 실손 간소화가 아니더라도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충분히 수집 가능하다. 굳이 실손 간소화 때문에 환자 정보가 보험사에 쌓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사에 전송되는 서류도 진료비 등 주로 비용과 관련된 내용으로 의사의 소견서나 의무기록 같은 것은 넘어가지 않는다. Q.소비자 입장에서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인가.-보험사에 자신의 정보가 쌓인다고 해서 실손 간소화 제도를 도입하지 말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병원 이용 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향후 개인정보보호 측면이나 이런 부분은 법적으로 제재를 내리든지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의료계가 지적하는 것은 본말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실손 간소화는 분명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다.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보험사든 의료기관이든 손해 보는 곳은 전혀 없다고 본다.

2025.10.20 09:00

4분 소요
"의료계가 실손 간소화 반대? 사실과 다르다"

보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는 보험업계와 의료계 사이의 케케묵은 난제였다. 지난 수십 년간 보험업계는 실손 간소화 도입을 주장했고 국회에서도 관련법 발의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10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실손 간소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시행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는 실손 간소화에 대해 불만이 많다. 보험사에 환자데이터가 쌓이면 결국 보험금 삭감, 보험가입 거절 등 길게보면 환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이에 의료계는 보험소비자들이 '실손24'(보험개발원이 만든 실손 간소화 청구 공식 앱)를 통한 보험금 청구 시 보험계약에 불리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실손24로만 간소화? "이해하기 어렵다"실손 간소화는 이미 지앤넷이나 레몬헬스케어(청구의 신) 등 민간업체(의료기관 약 2만2000여개 제휴)들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런 상황에서 왜 정부가 실손24 서비스 참여만 강요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 눈치에 기존 민간업체와의 제휴를 끊고 실손24 서비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기존 민간업체들의 서비스를 죽이면서까지 실손24에 올인해야 하냐는 얘기다.의료계 관계자 A씨는 "이미 몇년 전부터 대형병원에 가면 키오스크에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고 실손 간소화가 가능한 민간업체들에도 의료기관들이 약 2만2000개 정도가 참여 중"이라며 "이런 현실을 뒤엎고 무조건 실손24로만 참여하라고 하니 의료계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또한 의료계는 의료기관들의 실손 간소화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더뎌지는 이유에 대해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처리)업체들과의 인센티브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다.현재 대형병원들은 자체 구축한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고 중소병원들은 돈을 내고 EMR업체들의 전산망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 의료기관이 10만개 정도 되는데 자체 전산망을 구축한 대형의료기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이들 EMR업체와 계약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 의료기관들이 실손24에 새로 참여하려면 기존 EMR업체들과 계약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들이 새로 실손24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도 EMR업체들이 과도한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료기관들도 실손24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의료계 관계자 B씨는 "실손24 전산망 서비스를 병원에 설치했을 때 EMR업체가 받는 인센티브가 매우 적다고 들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EMR업체들이 굳이 실손24 서비스 구축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는 셈"이라며 "정부는 의료계에 실손24 참여 병원 확산에 신경을 써달라는 입장이지만 기존 EMR업체들의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우리가 어찌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언론에서는 '의료기관이 귀찮아서 실손 간소화 전산망 구축에 소극적이다'라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길게보면 실손 간소화는 소비자에 독" 주장 왜?의료계가 실손 간소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사가 환자데이터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개발원이 보험청구에 필요한 정보만 보험사에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의료계는 분명히 악용할 여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의료계 관계자 C씨는 "보험사들은 그동안 실손보험금이 청구되면 진료비와 영수증 등은 전자적으로 관리를 해왔지만 세부 진료내역은 너무 양이 방대해 사실상 전산화가 어려워 관리를 하지 못해왔다"며 "하지만 10월 25일부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내 진료 정보가 신용정보원에서 운용 중인 ICIS(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에 저장된다. 보험사는 ICIS에 저장된 환자 진료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면 고지혈증 약을 자주 처방받은 환자는 나중에 관련 보험상품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1만~2만원 소액 보험금을 편하게 받아도 길게보면 보험금이 삭감되거나 보험료가 오르고 보험가입이 안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보험사나 금융위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오로지 의료계나 환자 단체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A씨는 "실손24를 사용하면 결국 모든 환자데이터가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된다"며 "보험개발원은 보험사들이 자본을 내 만든 곳이다보니 의료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송대행업체에 대한 여러 선택권을 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이런 부분들을 보험사와 금융위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된다고 강조한다.C씨는 "실손24 서비스를 통해 보험금 청구 시 '보험금 청구 때 활용된 환자 데이터가 향후 환자가 받을 보험금의 지급 거절이나 가입 거절, 계약 갱신 거절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공지하도록 건의한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입자들도 소액일 경우 무조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이를 한 번 더 고려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10.20 08:00

4분 소요
"우린 안 할게요"...실손 간소화, 병원 참여율 '여전히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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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실손 간소화)가 이달 시행 1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전체 의료기관 참여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25일 실손 간소화 내용이 담긴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에 맞춰 아직 미참여 중인 의원 및 약국을 대부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이들의 관심도가 낮은 상황이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손 간소화의 성공 여부는 결국 남은 의료기관들이 얼마나 이 제도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의료기관 참여 없으면 실손 간소화도 없다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손 간소화에 참여 중인 의료기관은 총 6757개다.(병원 1045개·보건소 3564개·의원 861개·약국 1287개) 금융위는 참여기관 개수 기준 1단계 참여율이 59.1%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병원 4200여개 중 참여병원은 1045개로 25% 수준에 그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건소에서는 실손보험금 청구 건수 자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질적으로 실손 간소화를 위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의료기관은 병원과 의원, 약국인데 이들의 참여 수가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체 의원 및 약국까지 포함하면 국내 의료기관은 약 10만개 수준이다. 실제 전체 의료기관 중 실손 간소화 참여율은 6~7%에 그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10월 25일부터 남은 병원 및 대부분의 중소의원 및 약국을 실손 간소화 정책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경우 소액인 약제비 청구 등을 귀찮다는 이유로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중소의원과 약국 참여는 실손 간소화 대중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기관은 5%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 간소화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후 '실손24'앱을 통해 편리하게 전송버튼만 누르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방식이다. 과거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상당 부분 단축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의 높은 참여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직접 치료를 받는 곳인 의료기관이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으면 실손 간소화는 아무 의미도 없는 서비스가 된다"며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의료기관들의 저조한 참여율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청구 전산화 시스템 도입 문제다. 실손 간소화는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관련 치료 내역이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으로 자동 전송된다. 이후 보험개발원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내용을 전송하는 식이다. 일단 이 제도를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실손 간소화 관련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이 시스템 구축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위는 참여 의료기관에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처리)업체에 서버비·시스템 개발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EMR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 시스템 구축 비용을 두고 이견이 많아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대형 병원의 경우 자체적인 EMR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실손 간소화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중소형 병원들의 경우 새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하지만 중소형 병원들이 새로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있어서 기존 자기들이 사용하던 시스템을 바꿔야 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EMR업체에도 많은 비용을 요구해 업체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실상 시스템 구축이 더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실손 간소화에 참여 중인 병원들의 경우 대부분 자체 EMR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곳들로 알려졌다. 반면 미참여 병원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EMR 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무작정 중소형 병원들에게 기존 EMR업체와의 계약을 깨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정부가 중소형 병원들에게 더 많은 비용 지원 등 혜택을 줘야 이들이 실손 간소화 제도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 간소화가 뭐죠?"...낮은 관심도도 문제중소병원이나 약국 등은 실손 간소화 제도에 대해 '굳이 참여해야 하나'라는 반응이다. 이 제도가 자신들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다. 서울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주변 중소병원들도 그렇고 실손 간소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이 제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원장들도 많은데 갑자기 정부가 EMR시스템을 구축하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험소비자들의 실손 간소화 인식도도 낮은 상황이다. 실손24앱의 최근 가입자는 약 170만~18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대부분의 보험소비자들 역시 실손 간소화가 무엇인지, 실손 간소화가 언제부터 시행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라며 "실손 간소화가 여러 사회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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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5% R&D 올인… K뷰티 다음은 K헤어 정조준”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말하자면 화장품 업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과 비견할 수 있을까요.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강승현 코스맥스 R&I(Research & Innovation) 유닛장의 코끝이 살짝 붉어졌다. 지난달 18일 경서연 코스맥스 R&I센터 책임연구원이 '화장품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화장품학회(IFSCC) 학술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본상을 받았던 순간에 대해 물은 뒤였다. 벌써 보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벅찬 마음은 그대로 품고 있는 듯했다.코스맥스가 K뷰티를 넘어 글로벌 톱 수준의 연구소를 갖춘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올라섰다. 65년의 전통을 가진 IFSCC 기초연구 본상은 '시세이도'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최정상급 화장품 기업 연구원들이 제출한 수천여 개의 초록 중 단 1건만 엄격한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일 강승현 유닛장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 사옥에서 만나 코스맥스가 글로벌 톱 수준의 ODM사로 올라선 배경과 또 다른 먹거리가 될 'K헤어'의 청사진을 들었다. 강 유닛장은 2001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후 25년 동안 화장품 연구 업계 전반을 경험한 전문가다. 2015년 코스맥스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는 신규 원료 및 신소재와 신제형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K뷰티로 글로벌 '톱' 코스맥스"코스맥스가 타 기업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차별점이요? 연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야만 세계 최고의 화장품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이경수 회장님의 원칙이 지켜진 결과입니다."코스맥스는 화장품 ODM 기업 중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속한다. '최고의 연구소를 갖춘 기업은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원칙에 따라 연매출의 5%를 R&D 투자에 온전히 쏟아붓고 있다. 코스맥스가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평균 투자금은 532억 원에 달한다.한국·미국·중국·인도네시아·태국 등에 현지 R&I센터를 갖추고 있는 코스맥스는 국내외 연구개발 인력만 11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특허 출원 건수는 약 2000건, 특허 등록 건수는 약 760건에 이른다. "코스맥스의 최근 3년 게재 논문은 그 어떤 국내 뷰티 대기업보다 많습니다. 우리의 연구 기술 위상이 톱 레벨에 이르지 못하면 로레알이나 시세이도 같은 기업과 대화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기초연구 분야 투자 비중은 글로벌 뷰티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랑콤' '비오템' 등의 브랜드를 갖춘 로레알그룹은 전체 매출의 3%를 연구투자로 환원 중이다. 이중 기초 선행 연구 기술 부문에는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할당하고 있다. 일본 대표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그룹의 매출 대비 평균 R&D 투자 규모는 2~3% 선으로 알려진다."세계적인 기업들과 '맞짱' 뜨기 위해서는 이렇게 기초연구에 투자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코스맥스의 목표는 한국 '만'이 아닌 한국 '도' 공략하는 것입니다."K뷰티의 붐과 함께 코스맥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투자 열기도 뜨겁다. 특히 싱가포르 투자청(GIC)은 지난달 17일 코스맥스 주식 5484주(취득 단가 기준 12억 원가량)를 추가 매수하면서 지주사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코스맥스의 두 번째 '킥'은 K헤어코스맥스의 다음 먹거리는 K헤어다. 국내 헤어 카테고리는 샴푸와 린스에 많은 부분이 치중돼 있지만 해외는 규모와 다양성부터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북미와 유럽권의 퍼스널 헤어케어 시장은 한국보다 8~10배 이상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이 샴푸 비중이 높다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서구는 모발과 두피 케어에 더 집중합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약 995억2000만 달러(약 135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흑인들은 곱슬이 많아 머리를 땋아 늘어뜨리는 록스(locs) 헤어스타일을 합니다.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하다 보니 두피가 건조하고 비듬과 각질이 올라와 있죠. 말리고 펴는 과정에서 열 손상으로 인한 끊김도 있습니다." 해외 헤어케어 시장은 유니레버와 P&G 등 초대형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뷰티 업계의 '다윗'으로 깊고 넓은 기초연구를 통한 맞춤형 제품으로 '공룡'과의 싸움을 돌파할 계획이다."코스맥스는 곱슬모와 두피케어 분야에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12가지 모발을 4가지 두피 타입으로 분류해 진단자를 통해 약 640만 개까지 맞춤형 헤어·두피 솔루션이 곧 가능해집니다. 문진을 통해 개인 상태에 맞춰 성분과 향, 사용감을 모두 조정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신기술입니다."이미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는 한국인의 반짝거리는 머릿결을 'K글래스헤어'라고 부르며 비결을 찾고 있다."과거에는 일본의 동그랗게 반짝이는 헤어를 칭하는 'J엔젤링'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K글래스헤어란 단어가 생긴 겁니다." 코스맥스의 항해 '글로벌 넘버 원'2025년 2분기 코스맥스는 매출 6236억 원, 영업이익 608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IB 업계는 코스맥스의 2025년 총매출액이 전년 대비 13% 늘어난 2조4400억 원, 영업이익은 28% 증가한 2240억 원으로 전망한다.코스맥스는 그동안 해외 기업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들을 구현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피부과에서만 사용하던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연어 정소 추출물 성분)'이나 '스피큘(Spicule·해양 생물인 스펀지에서 추출된 천연 성분으로 미세한 바늘 모양의 물질)'이 대표적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에 가능했다."회장님께서 항상 빠른 의사결정과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십니다. 일단 아이디어가 나오면 개발로 연결하고 나머지 판단은 고객이 내리는 것이죠. 해외는 제품 개발 기간이 긴데 코스맥스는 몇 달이면 해냅니다."코스맥스는 ‘글로벌 원 코스맥스(Global One Cosmax)’ 전략을 세우고 R&D와 글로벌 영업을 아우르는 종합 뷰티 플랫폼 기업을 향해 나갈 방침이다."우리 K뷰티는 자랑스러워해도 될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처럼 나아간다면 세계 럭셔리 뷰티 시장 공략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낼 것으로 생각합니다."서지영 기자

2025.10.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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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 청구 1년…‘실손 간소화’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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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 후 영수증을 챙기고 팩스를 보내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앱 몇 번의 클릭으로 보험금이 입금되는 ‘디지털 청구 시대’가 열렸다. ‘종이 영수증 없는 보험금 청구’를 목표로 도입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이하 실손 간소화)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으며, 보험산업 전반의 업무 흐름과 소비자 행태를 동시에 바꿔놓고 있다.청구 절차 간소화, 지급 속도 단축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지만, 의료기관 참여율과 민간 서비스 간 역할 조정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병·의원이 진료 데이터를 보험사로 직접 전송한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250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송망을 통해 보험사로 직접 청구 데이터를 보낸 전체 규모로, 종이서류 중심 구조가 본격적으로 전자 전송 방식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정부가 운영하는 소비자 전용 플랫폼 ‘실손24’의 이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5월 15일 기준 실손24의 누적 청구 건수는 28만2809건, 누적 가입자 수는 133만 명에 달한다. 앱 누적 가입자는 최근 172만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약 4000만명)의 5% 수준이다. 아직 절대적인 비중은 낮지만 시행 초기 대비 확산 속도는 빠르다는 평가다. 보험금 지급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도 종전 5일에서 2.8일로 단축됐다. 예전에는 진료비 영수증을 챙기고 팩스를 전송한 뒤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진료 후 이틀이면 보험금이 입금되는 수준으로 빨라졌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단순 청구건의 경우 병원 전송 후 당일 심사·지급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실손 간소화 제도 시행 1년간의 변화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도입 초기 월평균 청구 건수는 약 150만건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200만건을 넘어섰다.청구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소액 진료비 청구 문화’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1만~2만원대의 병원비를 ‘귀찮아서’ 청구하지 않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앱만 열면 끝난다”는 인식 아래 적극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매년 수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던 ‘잠자는 보험금’이 시장으로 회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실손24 앱을 통한 청구 절차는 간단하다. 이용자는 진료받은 병원과 보험사를 선택한 뒤 본인인증만 하면 병원 전산망에서 생성된 진료비 정보가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된다.별도의 영수증 업로드도 필요 없다. 다만 청구 금액에 제한은 없지만, 고액 진료비나 장기 입원 등 규모가 큰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가 진단서나 소견서 등 보완 서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는 부정 청구를 방지하고 손해사정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일부 건은 여전히 수기 심사가 병행된다. 금융위 조사 결과, 이용자 10명 중 9명이 “기존보다 청구 절차가 훨씬 간편해졌다”고 답했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미청구 보험금 감소와 지급 효율성 제고 등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청구는 편해졌지만… 현장 격차는 여전”제도 정착 속도는 의료기관 참여율에 달려 있다. 전국 병·의원과 약국은 약 9만 곳에 이르지만, 실손24 시스템을 통해 직접 전송이 가능한 기관은 아직 일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약 2만여곳은 여전히 ‘지앤넷’, ‘청구의신’ 등 민간 청구대행업체를 통해 보험 청구를 지원하고 있다.이들 서비스는 소비자가 영수증을 촬영해 전송해야 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유출과 영수증 위·변조 위험이 존재한다. 의료기관이 직접 청구를 대행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손으로 하는 디지털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정부가 실손24 중심의 국가 통합망을 확장하면서 ‘정부 독점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민간 핀테크 기업들은 “공공망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의료기관의 선택권이 줄고, 서비스 혁신 여지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한 간소화 서비스 대표는 “EMR(전자의무기록) 표준 API를 개방해 다양한 연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일각에선 ‘소비자 이용률’과 ‘의료기관 참여율’의 균형이 제도 정착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4000만명이지만 실손24 앱 가입자는 200만명이 되지않는다. 일부 중소 병·의원은 전산 연동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으로 참여를 미루고 있고, 약국의 경우 EMR 호환성 문제로 전송 기능이 제한된 곳도 많다.소비자들 또한 “앱 설치와 본인인증이 번거롭다”, “병원이 직접 해주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의료기관 참여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와 함께,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UX(사용자 경험) 개선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앱 내 진료비 조회, 청구 이력 관리, 보험금 지급 현황 확인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병·의원·약국 대상 연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참여 문턱을 낮춘다는 구상이다.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속도는 빨라졌지만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의 참여율이 낮아 체감도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의료계 참여를 끌어낼 인센티브와 보안 강화, 시스템 표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소화 제도는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제도적 안정성과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진정한 의미의 보험 혁신이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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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여야 소비한다'…K뷰티, 커머스의 미래 '크리에이터 플랫폼' [순화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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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출현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스마트폰은 일상생활 전반과 비즈니스 환경을 완전히 바꾼 혁신적 기기로 평가받는다. 그 가운데 커머스 분야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가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TV 방송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제품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각자 고유의 모바일 채널에서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시대로 흐름이 빠르게 전환됐다.대중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구독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고, 다시 자신만의 채널에 상품 후기를 올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이렇게 크리에이터와 소비자가 촘촘하게 연결된 전방위적 탐색형 커머스가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최근 5년간 커머스 플랫폼은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경제로 급격히 이동했고, 소비자는 정보·경험·구매가 끊김 없이 연결되는 새로운 커머스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집단이 있다. K-뷰티의 글로벌 확장 역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협업을 통한 경험 기반 메시지 전달이 직구·역직구 열풍으로 이어지며 폭발적 구매력을 발휘한 결과였다.이러한 산업 지각변동 속에서, 2020년에 누리하우스는 'K-브랜드의 글로벌화'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설립했다. 누리하우스는 누리라운지(글로벌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누리글로우(크리에이터 주도 콘텐츠 커머스) 등 전방위 인프라 구축을 통해 K-뷰티, 라이프스타일,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누리라운지에는 40여개국 출신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10만여명의 현지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400개 이상의 브랜드 및 기업과의 협업 경험, 누적 캠페인만 2500건이 넘는다. 누리하우스는 2026년까지 미국을 넘어 더 많은 국가로의 진출을 목표로 확장 계획을 세우고 있다.크리에이터 커머스가 폭발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분야 역시 단연 글로벌 K-뷰티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기준 112억달러(약 15조9000억원), 2035년에는 204억달러(약 28조9000억원)까지 K-뷰티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MZ세대(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쇼트폼과 라이브셀, 큐레이션형 콘텐츠를 소비 중심으로 받아들이면서, 브랜드-소비자-크리에이터 삼각 네트워크가 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특히 K-뷰티 브랜드들은 ▲신제품 개발 ▲현지화 마케팅 ▲가격 정책 수립 등 모든 주요 전략에서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티르티르 ▲조선미녀 ▲아누아 등 대표 브랜드들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크리에이터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론칭 이후 다양한 국가의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바이럴 캠페인을 전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누리하우스 역시 서비스 시작부터 K-뷰티와 글로벌 협업에 주력해왔다. 누리라운지는 북미 지역 10만여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이 실시간으로 브랜드와 소통하는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적극 유인하여 브랜드 가치와 스토리가 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플랫폼을 완성했다. 여기에 데이터 기반 추천 알고리즘, 효율적 주문-배송-CS 프로세스로 K-뷰티의 해외진출을 뒷받침한다.누리하우스는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유통, 마케팅 접점을 모두 아우르는 최적화된 글로벌 플랫폼이다.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실질적 성과 중심 보상, 빅데이터 기반의 브랜드·크리에이터 매칭 모델을 제공하여 각국의 소비자와 브랜드가 쉽게 만날 수 있게 돕는다.한 신생 K-뷰티 브랜드는 누리하우스와 협업을 통해 하나의 콘텐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누적 조회수 8억2000만건을 넘기며 수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으며,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올린 제품 리뷰 영상에서 하루 만에 12만 조회수가 폭증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누리하우스를 통해 유입된 해외 크리에이터들은 “누리하우스 캠페인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K-뷰티 브랜드를 직접 써보고, 스폰서십도 받아보며 삶의 질이 바뀌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여러 명의 인플루언서들이 'K-뷰티 제품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를 올리며 대규모 바이럴이 발생했고, 이러한 캠페인 기반에서 주요 K뷰티 브랜드의 북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성장세가 두드러졌다.“자주 보여야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이 누리하우스 크리에이터 시스템의 모토이기도 하다. 자주 듣던 노래가 어느 순간 '좋다'고 느껴지고, 의식하지 않았던 브랜드 제품이 갑자기 갖고싶어지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노출되거나 인식된 정보는 어느새 무의식 속에서 관심 대상으로 바뀐다. 10억건에 달하는 누리하우스 중개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지금도 글로벌 고객들의 무의식 속에서 활동하며 브랜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나아가 브랜드-크리에이터-플랫폼-바이어-소비자-물류·결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결되고 경험 혁신이 이루어질 때 시장은 진화한다. 누리하우스의 누리라운지와 누리글로우 플랫폼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창작자 중심의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 및 소비자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는 허브로 진화 중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인플루언서 네트워크, 데이터 기반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K-뷰티만큼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누리하우스의 비전이다.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 커머스의 본질은 ‘신뢰’와 ‘진정성’에 있다. 팔로워 수에 관계없이 수만명의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며,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는 가치에 집중한다. 실명을 밝히고, 얼굴을 드러내며, 솔직한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텍스트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는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의 소통이 커머스의 미래가 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필자는 K-뷰티 산업에서 브랜드 개발과 글로벌 커머스 분야를 선도해온 전문가다. 서울시립대에서 국제관계학과와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2010년부터 '디어 클레어스' 등 K-뷰티 개발·운영에 참여해 글로벌 시장 내 주요 K-뷰티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누리하우스’를 설립하고,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유통 솔루션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2025.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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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곧 위대함의 출발점” 김명진 대표가 찾은 답 [CEO의 서재]

목표를 세우고도 지키지 못하는 일은 왜 반복될까. 앨런·바바라 피즈가 쓴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The Answer)'은 이 질문에 뇌과학적 답을 건넨다. 책은 “뇌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주목하는 대상을 기회로 인식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숫자와 기한이 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꿀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설명이다.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는 이 책을 “목표 달성의 실전 바이블”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통해 리더가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김 대표는 평생 두 가지 신념을 지켜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와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다. 그는 “이 책이 그 신념을 조직 경영의 문법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대표이사 취임 이후 목표를 수치로 구체화해 구성원과 공유하고, 이를 행동으로 이어가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책은 뇌의 주의력을 목표 달성의 핵심 자원으로 본다. 저자는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로 목표가 모호하거나 행동으로 연결할 구체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목표를 손으로 쓰고 눈에 보이게 두는 단순한 습관이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확언과 시각화는 뇌를 목표에 몰입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개인의 동기를 넘어 조직 전체의 방향성을 통일하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책은 두려움과 걱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을 ‘실패의 신호’로 오해하지만, 저자는 이를 뇌가 학습 과정에 진입했다는 증거로 해석한다. 이처럼 불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동을 이어갈 때 비로소 목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도전을 피하기보다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저자는 성공 습관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목표를 손으로 적고 ▲데드라인을 붙이며 ▲목록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확언·시각화로 목표를 각인시키며 ▲두려움을 실패가 아닌 학습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라는 것이다.김 대표는 책이 강조한 ‘데드라인과 시각화’ 원칙을 경영 현장에 접목했다. 그는 회사의 장기 목표를 세부 과제로 나누고 기한을 정한 뒤, 이를 전 직원에게 공개해 구성원이 목표를 함께 인식하도록 했다. 개인과 부서의 성과지표(KPI)는 수치화해 관리 체계에 반영했다. 실행 과정에서 나온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진행하고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켰다.또 그는 “시작부터 위대할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려면 시작해야 한다”는 책 속 구절을 가장 깊이 새겼다. 그는 리더의 역할을 “행동을 설계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작은 실행이 모여 큰 성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이노그리드는 지능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15년 넘게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자해 왔다. 국내 서버 가상화 솔루션 최초이자 유일하게 CC인증을 받았고, 국정원 보안기능확인서와 GS인증 1등급을 포함해 300여 건의 지식재산권과 품질 인증을 확보했다. 현재 이노그리드는 정부·공공기관·대기업·금융권 등 400여 고객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하게 클라우드 전 주기 솔루션(IaaS, PaaS, CMP 등)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5.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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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창업가가 기록하는 도전과 실패 그리고 새로운 출발 [새로 나온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4년 전에 출간된 ‘크래프톤 웨이’라는 책은 기업가 혹은 창업가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창업가의 고민의 깊이를 느꼈다. 이에 더해 성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과 얼마나 많은 갈등과 충돌이 있는지를 대리 체험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보여줘야 하는 리더십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가야 할 길이 있다면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가야만 하는 리더의 외로움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 책을 모두 읽고 덮으면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자신감이 부러웠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글로벌 히트 게임을 탄생시켰고 조직을 성장시켰기에 자신의 속내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와 조직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기에 몇몇 사람들에게 선물해서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주목받은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를 창업했던 박소령 전 대표는 얼마 전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퍼블리를 매각했다는 뉴스가 나온 후 그는 조용하게 자신의 실패담을 기록하고 분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크래프톤 웨이’가 성공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난관과 갈등을 적었다면 이 책은 성장 곡선을 그리다가 정체되고 흔히 말하는 실패로 마무리를 하기까지의 기록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실패담이다. 누구나 실패를 할 수는 있지만 박 전 대표처럼 실패의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실패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그가 그 일을 해냈고 후배 창업가들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읽고 나면 새로운 정보와 마음가짐을 얻게 되는 책이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다. ‘온몸으로 부딪쳐 하나씩 벽돌을 쌓듯 만들어온 회사에서 나는 그렇게 퇴사했다’는 프롤로그의 한 문장은 많은 것을 압축하고 있다. 이 책은 ▲투자 유치 ▲조직의 역할 배분 ▲주주와의 관계 ▲공동창업가와의 관계 등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박 전 창업가의 반성으로 그 시기와 경험을 되돌아본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각각의 시기와 이슈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실패를 뼈저리게 경험한 창업가의 조언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울림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매일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나 자신이다.’ 박 전 대표가 정의한 창업의 본질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실패한 창업가의 10년 간의 기록이지만, 배워야 하고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감동이 곳곳에 숨어 있다. 더 루프(The Loop) 금융 3000년 무엇이 반복되는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게 가시화되고 있고, 퇴직연금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등 전 세계의 금융 질서가 격변하고 있다. 이 책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에 금융 소비자들이 통찰력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금융권에서 28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역사를 밀도 높고 폭넓게 서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 머니 트렌드 2026매년 주목을 받고 있는 경제 전망 시리즈 ‘머니 트렌드 2026’이 나왔다. 거시 경제부터 주식·부동산·암호화폐·문화 트렌드까지 각 분야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이 책에 소개된 50가지 인사이트는 돈의 흐름을 앞서 읽게 해주는 성공 공식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존을 위해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마케터 같은 직장인 등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통찰이 담겨 있다. 2026년을 준비할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재활용의 거짓말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매주 특정 요일 저녁이 되면 집에 쌓아둔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분리배출하게 된다. 이 작업을 위해서 라벨을 떼고, 비닐을 펼쳐 말리는 등의 공을 들인다. ‘재활용률 86%’ ‘재활용 대국’ 등의 성과는 이런 노력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 간극에서 출발한다. 통계 뒤에 가려진 구조적 모순을 밝혀내고 분리배출을 해도 결국 소각으로 끝나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5.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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