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매장 혁신하겠다” 물음표에서 시작된 페이히어의 여정[이코노 인터뷰]
- [CEO & Interview] 박준기 페이히어 대표
포스는 관제탑 역할…‘연동성’이 힘
흑자 눈앞…내년엔 글로벌로 확장

직원들이 오고 가는 공용 공간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줍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스크린이 눈에 띈다. 박준기 대표의 경영철학이 자연스레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곳에서 박 대표를 만나, ‘결제 시스템’으로 시작해 ‘매장 관리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까지 여정과 미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물음표가 만든 ‘페이히어’의 시작
“온라인 결제는 그렇게 빠르게 발전하는데, 오프라인은 왜 여전히 불편할까?”
박 대표의 창업은 이 같은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다날과 클래스팅 등에서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며 오랫동안 ‘결제의 현장’을 경험했다. 온라인 서비스의 편의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동안,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낡은 판매관리 시스템(POS) 단말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결제 혁신을 고민하다보니. 결제하는 수단인 ‘포스’를 떠올렸고, 포스를 바꿔야 결제를 혁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의식은 곧 사업 아이템으로 구체화됐다. 2019년 설립된 페이히어는 클라우드 기반 포스(PO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객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앱을 내려 받으면 서비스를 사용해 매장 운영을 시작할 수 있다. 페이히어의 초창기 구성원은 단 두 명. 주말에만 업무를 도와주는 파트타이머까지 합쳐도 네댓 명이 전부였다. 지금은 임직원 수가 200명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결제 서비스 회사를 창업하게 될 줄 몰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넥팅 더 닷’(Connecting the Dots)이라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했다.
박 대표는 “점들이 연결돼 인생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연한 기회에 결제 회사에 들어가 커리어를 쌓았고 스타트업에서 이를 고도화했다”며 “이후 결제 분야의 의문점을 아무도 해결하지 않으니 스스로 해결해 보자는 생각까지 그간의 점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투자자 망설였지만…서촌 와인바, 페이히어 첫 고객 되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당시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서 가장 큰 벽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기에는 투자자들로부터 ‘기존 포스사들이 모바일로 내면 끝 아닌가’ ‘2명짜리 회사가 시장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고객 반응은 달랐고, 써보지 않고 사야 하는 기기 대신 바로 내려받아 쓸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오히려 빠르게 공감대를 얻었다”면서 “상품을 잘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고객 설득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 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꼽은 것은 ‘첫 번째 고객’이다. 그는 “2020년 3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는데, 그보다 두 달 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서비스를 기다린다’는 메시지를 줬던 와인바 사장님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서촌의 ‘아페로’라는 곳이었는데, 직접 차를 몰고 가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말기를 설치해 드렸다”며 “그분 가게가 저희 1호 가맹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금은 첫 고객이었던 서촌 와인바가 문을 닫았지만, 당시에는 사장님이 투자자 미팅에도 함께 나와줄 만큼 응원해 주셨던 분”이라면서 “매장에서 저희 서비스를 기다려준 고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연동성’이 만든 차별화…“AI는 총괄매니저 될 것”
현재 페이히어는 누적 8만여개 매장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며, 월 거래액은 약 3600억원 규모다. 박 대표는 서비스 출시 약 5년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연동성’을 꼽았다.
그는 “창업 초기 당시 통합 매장 관리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었는데, 페이히어는 포스·고객 관리·웨이팅·결제를 합쳐서 내놨다”며 “페이히어는 매장 전체 운영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포스 중심 구조를 지향하고, 다양한 기기를 연동해 효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페이히어의 슬로건 ‘매장의 미래를 만듭니다’에도 이 같은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단순한 기술의 진화가 아닌 ‘사장님 중심의 효율 혁신’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내놓는다. AI가 가게의 총괄매니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결국 매장은 점점 자동화될 것”이라며 “주문·결제·웨이팅·서빙이 모두 연결되고, 사장님은 포스 앞에서 모든 걸 제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에는 사장님이 ‘오늘 매출 어땠어?’라고 물으면 AI가 매장 리포트를 말해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는 AI 기반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장을 혁신하겠다”…글로벌 시장을 향해
페이히어는 이제 미국·동남아 등으로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내실을 다진 뒤 다시 모험을 시작하겠다”면서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쯤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인도네시아 앱스토어에 시험적으로 서비스를 내본 적이 있는데, 사용 유저 수 1000명 정도를 만들고 접었다”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친 게 아니다보니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기 어려웠고, 해외에 진출하려면 본격적으로 마음먹고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페이히어’ 앞에 붙기를 바라는 수식어를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매장을 바꾼’, 혹은 ‘매장을 혁신한’ 회사로 인식됐으면 좋겠다”며 “언제나 판매자, 즉 사장님에게 집중하겠다는 게 페이히어의 진심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진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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