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대출로 못 벌자 투자로 메워…5대 저축은행, 증시 급락에 ‘긴장’
- [생존게임 저축은행]②
1분기 순익 242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이자수익은 13.4% 감소
유가증권 수익 128억→2014억원…변동성 확대에 실적 악화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 영업 부진을 유가증권 운용수익으로 만회해온 대형 저축은행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유가증권 처분·평가이익이 늘면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본업인 대출에서 거둔 이자수익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2분기 들어 코스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만큼 유가증권 운용에 의존했던 저축은행의 실적도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은행권에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쏟아지면서 대형 저축은행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수신금리 경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가증권 운용수익까지 감소하면 수익성이 더욱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1분기부터 여신 감소세 뚜렷
저축은행중앙회와 각 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자산 기준 5대 저축은행인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2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618억원보다 1808억원 늘어난 규모로,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라는 악재를 딛고 실적 회복에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손익계산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순이익 증가의 중심에는 본업인 대출 영업보다 유가증권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5대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수익은 총 8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52억원보다 1374억원(13.4%)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수요가 위축된 데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영향이다.
실제로 5대 저축은행의 총여신은 지난해 1분기 약 39조원에서 올해 1분기 36조3906억원으로 6.6%가량 감소했다. 5개사 모두 여신 잔액이 줄었다. 대출자산 감소는 연체율과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자수익을 창출할 기반까지 축소한다는 점에서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증권 관련 수익은 128억원에서 2014억원으로 급증했다. 유가증권 처분·평가이익이 대출자산 감소에 따른 이자수익 공백을 메우면서 전체 순이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회사별로 보면 유가증권 운용 성과에 따른 실적 격차가 뚜렷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9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5대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126억원과 비교하면 약 7.8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가증권 관련 수익은 같은 기간 11억원에서 1075억원으로 급증하며 순이익 확대를 이끌었다. 이어 ▲OK저축은행 820억원 ▲웰컴저축은행 4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업계 1위를 지켜온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54억원으로 한국투자·OK·웰컴저축은행보다 적었다. 유가증권 관련 수익에서 회사별 차이가 벌어진 데다 SBI저축은행의 총여신 감소로 이자수익도 전년 동기보다 약 10%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유가증권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이 다른 회사보다 적었다는 점을 들어 저축은행 간 실적 격차가 본업보다 투자 성과에 따라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 여력 커졌지만…시장 위험 노출도 확대
저축은행업계는 이자수익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증권 운용에 따른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출은 약정된 금리에 따라 비교적 일정하게 이자를 받는 자산이지만,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유가증권은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처분손익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OK저축은행은 지난 5월 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는 추정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2분기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면서 1분기에 쌓은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줄거나 평가손실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흔들리면 저축은행이 보유한 여러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투자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키울 수 있다.
올해 금융당국은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주식·집합투자증권 등 유가증권 보유 한도를 기존보다 2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상위 5대 저축은행들은 대출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증시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는 자본력이 큰 대형사일수록 시장 위험에 대한 노출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대형 저축은행의 과제는 유가증권 운용 자체보다 이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처분·평가이익으로 순이익을 높일 수 있지만, 시장이 급락하면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과 이자수익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투자수익까지 감소하면 실적 개선세를 하반기까지 이어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업계 전체의 실적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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