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은 1000만명 넘었는데 돈은 빠졌다…저축銀 여·수신 ‘뒷걸음질’
- 고객 1017만명으로 늘었지만 1인당 수신 30%·여신 36% 감소
OK·한국투자 등 대형 저축은행도 여·수신 감소
PF 부실 정리·가계대출 규제로 자산 성장 제약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저축은행의 수신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꾸준히 늘었지만 고객 한 명이 맡기거나 빌리는 금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자산을 늘리기 어려워진 데다 시중은행과의 예금금리 격차까지 좁아진 영향이다.
고객 늘어도 거래 규모 축소…대형사도 자산 감소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거래 고객은 약 1017만명으로 2022년 상반기 808만명과 비교해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 거래자는 2019년 9월 603만3647명으로 600만명을 넘어선 뒤 2021년 3월 702만9986명, 2022년 6월 807만3477명, 2024년 12월 904만3477명 등 꾸준히 늘었다. 비대면 영업 확대와 중·저신용자 중심의 신용대출 수요가 고객 저변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외형은 커졌지만 고객 한 명당 거래 규모는 줄었다. 2022년 상반기 2224만원이었던 1인당 수신 잔액은 올해 상반기 1550만원으로 3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여신 잔액도 4035만원에서 2589만원으로 35.8% 줄었다. 고객 수가 증가했는데도 저축은행 업권의 전체 여·수신 잔액은 4년 전보다 각각 10조원 이상 축소됐다.
대형 저축은행도 외형 축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한 OK저축은행의 6월 말 총자산은 12조57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84억원 감소했다. 총여신은 10조5942억원으로 303억원 줄었고 총수신은 10조1891억원으로 7882억원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업계 두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낸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총자산과 총수신, 총여신도 같은 기간에 각각 ▲9991억원 ▲1조3596억원 ▲9020억원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개선되고 있지만만 수익성 회복이 자산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예금자보호 한도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금융회사별 1인당 원리금 합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다.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조정으로,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고액 예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 자금 이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출 막히자 예금 유치도 소극적…금리 매력도 약화
가장 큰 이유는 저축은행이 예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올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예금은 대출에 활용해야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PF 부실채권 정리와 연체율 관리에 집중하며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저축은행의 주력인 개인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부담이다. 운용할 곳이 부족한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수신을 늘리면 이자비용만 불어날 수 있다.
금리 경쟁력도 예전보다 약해졌다.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가 연속 인상됐지만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74% 수준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의 9개월 이상 1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2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 차는 0.5%포인트 안팎에 그친다.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전성에 영업망과 편의성을 갖춘 시중은행을 두고 저축은행으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크지 않은 셈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확대됐다고 해도 대출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신 경쟁에 나설 이유가 많지 않다”며 “PF 부실 정리와 건전성 개선이 마무리되고 대출 수요가 회복돼야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자금 유입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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