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마이크론도 샀다…‘HBM 불량’ 잡는 쎄크, 삼성·SK 문 두드린다
- [밸류업 레이다]①
HBM 고단화·미세화에 X-ray 검사 중요성↑…국내 메모리사와 인라인 장비 검증
마이크론에 HBM 수동 검사장비 8대 공급…이르면 2027년 1분기 인라인 수주 기대
방산 LINAC 상반기 수주 172억…올해 적자 딛고 내년 흑자전환 전망도
꾸준한 실적과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도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밸류업 레이더’는 탄탄한 사업 기반에도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한다. 재무구조와 신사업 경쟁력, 주주환원 정책 등을 분석해 저평가의 원인과 재평가 가능성을 짚어본다. 숫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시장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업의 숨은 가치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적층 단수가 높아지고 내부 연결부가 미세해지면서 반도체 내부의 결함을 찾아내는 비파괴 검사장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자빔(e-beam)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엑스레이(X-ray) 핵심 부품을 국산화한 쎄크가 HBM 인라인 검사시장 진입을 추진하면서 반도체 수율 경쟁의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법인으로 설립돼 2025년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쎄크는 산업용 X-ray 검사장비와 방산용 선형가속기(LINAC), 탁상형 주사전자현미경(Tabletop SEM) 등을 생산한다. 전자를 가속해 X-ray를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해 제품을 파괴하지 않은 채 내부 결함을 확인하는 기술이 사업의 뿌리다. NH투자증권에서는 이를 두고 "하이브리드 오픈 튜브(Tube, 발생장치) 개발과 내재화에 성공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HBM 고단화에 커지는 X-ray 검사 수요
쎄크는 X-ray를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인 X-ray Tube를 2006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현재 국내 산업용 검사장비 업계에서 X-ray Tube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는 업체는 쎄크가 유일하다는 게 회사 측과 업계의 설명이다. 핵심 부품 내재화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2차전지, 방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현재 HBM 시장의 성장은 쎄크에 새로운 기회로 꼽힌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한다.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제품 내부는 두꺼워지는 반면 칩과 칩을 연결하는 범프의 간격은 좁아진다. 현재 12단 제품이 양산되고 16단 제품이 고객 인증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범프 피치도 25마이크로미터(㎛)에서 22㎛ 미만으로 미세화되는 추세다.
기존 광학 검사는 제품 외관을 확인하는 데 적합하지만 실리콘 내부의 접합 상태를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다. 초음파 검사도 주파수를 높여 미세 결함을 확인할수록 투과 깊이가 얕아진다. 적층된 HBM 내부와 TSV의 불량 여부를 비파괴 방식으로 확인하려면 고해상도 X-ray 검사의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쎄크는 2012년 1㎛급 수동 X-ray 검사장비를 사업화하며 반도체 정밀 검사시장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에 HBM용 수동 검사장비 8대를 판매하며 실제 생산 현장에서의 공급 이력을 확보했다. 경쟁 업체가 최근 HBM용 장비를 내놓기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쎄크는 10년 이상 검사 데이터와 기술 경험을 축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 승부처는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인라인 검사장비(Semi-scanH)다. 쎄크는 HBM과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3~5㎛급 인라인 장비 개발을 마치고 국내 메모리 고객사와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공급업체로 선정된 뒤 추가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이르면 2027년 1분기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력의 핵심은 쎄크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오픈 튜브’(Hybrid Open Tube)다. 일반적으로 Close Tube는 수명이 길지만 정밀도가 낮고, Open Tube는 1㎛급 고정밀 검사가 가능하지만 수명이 짧다. 쎄크는 두 방식의 장점을 결합해 장시간 가동과 고정밀 검사가 가능한 튜브를 개발했다. 3~5㎛급 제품은 HBM 인라인 장비에 적용했으며 TSV와 하이브리드 본딩 검사를 위한 1㎛급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HBM에 가해질 수 있는 X-ray 손상을 줄이는 기술도 특허 등록을 마쳤다.
방산으로 넓어진 전자빔 기술…LINAC 수주 기대감
전자빔 기술은 방산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선형가속기인 LINAC은 일반 산업용 X-ray 장비보다 최대 100배 수준의 높은 에너지를 이용해 두꺼운 금속 내부를 검사하는 장비다. 미사일 추진체와 탄약, 항공엔진 등 내부 결함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방산·항공 제품에 주로 사용된다. 쎄크는 2010년 방산용 LINAC 국산화에 성공한 뒤 3~15메가전자볼트(MeV)급 제품을 단계적으로 개발해 왔다.
쎄크의 올해 상반기 LINAC 신규 수주액은 17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 8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9월 15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74억원 규모의 비파괴 검사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K방산 수출 확대와 무기체계 고도화로 고출력 검사장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다른 국내 방산업체에서도 장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실적 정상화는 남은 과제다. 쎄크는 저수익성 배터리 장비의 매출 비중이 커진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 173억원과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배터리 부문의 신규 수주 기준을 강화하고 비용구조를 개선해 손익분기점 매출 규모를 기존보다 약 24% 낮춘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알음은 쎄크의 연결 기준 매출이 2026년 600억원에서 2027년 850억원으로 41.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68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윤 리서치알음 책임연구원은 "쎄크의 HBM 인라인 검사 장비 시장으로 진입하는 원년으로 LINAC매출 확대와 더불어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며 "전자빔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검사 부문을 넘어 안티드론,컨테이너 검색기 등 보안 및 방어 분야와 암치료기 등 의료, 생산 및 공정등으로의 사업 영역이 확장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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